'고교생 장신 공격수-여자배구 대표팀 막내' 정호영(190cm) 선수

'고교생 장신 공격수-여자배구 대표팀 막내' 정호영(190cm) 선수 ⓒ 아시아배구연맹


세계 최강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 여자배구가 23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게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자배구 '세계 최강'이다. 현재도 세계랭킹 1위이자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 국가이다. 더군다나 이번 아시안게임에 1군 주전들이 총출동했다. 주전 멤버 7명 중 쩡춘레이를 제외하고 모두 리우 올림픽 금메달 멤버들이다.

중국 대표팀은 전 포지션이 세계 정상급 선수로 구성됐다. 특히 주팅, 위안신웨, 딩샤는 각자의 포지션에서 세계 최정상급 선수다. 여기에 지난 시즌 중국리그 득점왕인 신예 리잉잉(19세·192cm)까지 가세했다. 중국이 주요 국제대회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이다. 중국은 2015 월드컵 우승,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 2017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 우승 등 주요 국제대회를 휩쓸었다.

한국이 세계랭킹 10위이고,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인 김연경이 있음에도 중국은 역시 버거운 상대였다.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하필 이날 중국은 선수 전체가 컨디션과 경기력까지 좋은 날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세계 최강이라고 해서 패배가 당연한 건 아니다. 패배보다 중요한 건 어떤 교훈을 얻고, 무엇을 보완할 것인가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중국을 마냥 부러워만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김연경 은퇴 이후까지를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근접해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급격한 퇴보'의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강스파이크 날리는 김연경 23일 오후(현지시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B조 예선 3차전 한국 대 중국 경기에서 김연경이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 강스파이크 날리는 김연경 23일 오후(현지시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B조 예선 3차전 한국 대 중국 경기에서 김연경이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가공할 타점과 점프력... '요긴한 조커' 훌륭히 수행

다행히 정호영의 인상 깊은 활약은 대표팀에게 적지 않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정호영은 2001년 8월 23일생으로 현재 만 17세에 불과하다. 선명여고 2학년 학생이다.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이다.

그러나 신장은 대표팀에서 2번째로 크다.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대표팀 엔트리 14명 중 190cm대인 선수는 김연경(192cm), 양효진(190cm), 정호영(190cm) 3명뿐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김연경-양효진-정호영 3명이 한꺼번에 전위에 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최장신 라인'이다.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강호 어느 나라에게도 밀리지 않는 '블로킹 높이'다.

정호영의 가장 큰 장점은 장신이면서도 높은 점프력과 체공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배구 선수로서 매우 큰 장점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직 기량이 완성되지 않은 정호영을 조기에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정호영은 자신에게 쏟아진 기대감과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어린 나이에 큰 부담이 되는 무대임에도 '요긴한 조커'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정호영은 지난 19일 인도전, 21일 카자흐스탄전에서도 세트 중간 교체 투입돼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정호영의 진가가 가장 돋보인 건 세계 최강 중국전이었다.

세계 최강도 어려워하는 '양효진-정호영' 블로킹 라인

정호영은 23일 중국전 3세트 9-8 박빙 상황에서 박정아 대신 전격 투입됐다. 그리고 9-9 동점 상황. 양 팀이 랠리를 주고받는 치열한 접전 속에서 정호영은 김연경이 2단 연결로 토스한 공을 빠르고 강한 공격으로 중국 코트에 내리꽂았다. 이 공격 성공으로 긴 랠리가 종결되면서 1점 차 우세를 이어갔다.

11-10 상황에서는 정호영의 높이가 빛을 발했다. 또다시 치열한 랠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양효진-정호영 블로킹 라인이 중국의 강력한 공격을 유효 블로킹으로 자주 걸러내면서 한국 팀에게 기회를 가져 왔다.

결국 중국 류샤오퉁이 장신 정호영을 피해서 공격하다 양효진의 블로킹에 걸리면서 긴 랠리가 끝났다. 그러면서 한국이 12-10으로 점수 차이를 더 벌렸다. 세계 최강 중국의 장신 공격수들도 정호영-양효진 블로킹 라인 앞에서는 어려움을 느낀다는 게 확연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정호영이 코트에 있는 순간은 짧게 끝났다. 12-10 상황에서 정호영의 서브 차례가 되자 다시 박정아와 교체됐다. 로테이션상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교체였다.

'희비 교차' 23일 오후(현지시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B조 예선 3차전 한국 대 중국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코트를 나가고 있다.

▲ '희비 교차' 23일 오후(현지시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B조 예선 3차전 한국 대 중국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코트를 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안타깝게도 한국은 정호영이 빠진 이후 중국 야오디 세터의 서브 차례에서 연속 6득점을 내주며 14-17로 크게 역전을 당했다. 서브 리시브가 급격하게 흔들렸고, 날개 공격수들의 공격도 중국의 장신 블로킹 벽에 자주 막혔기 때문이다.

'대표팀 선발 이유' 스스로 증명... AG가 선물한 '귀한 소득'

배구계와 배구팬들은 경기 직후 '정호영 조기 교체'에 대해 온라인 등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재영과 박정아가 리시브에서 흔들리고, 공격도 장신 블로킹 앞에서 고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라리 공격과 블로킹 높이에서 강점을 보인 정호영을 끝까지 밀고갔어야 한다는 게 비판의 주된 이유였다.

이는 2세트 김연경 교체와 함께 차해원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 많은 비판을 받은 요인이 됐다. 차 감독은 2세트 14-15 박빙 상황에서 에이스 김연경을 황민경과 교체했고, 이후 수비와 공격 모두 흔들리면서 중국에게 연속 득점을 허용하는 등 일방적으로 끌려가다 패배를 당했다.

정호영이 큰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면서 한국 대표팀의 선수 기용에도 숨통이 트일 여지가 생겼다. 특히 미국과 유럽 장신 군단들과 맞대결해야 하는 세계선수권 대회(9.29~10.20, 일본)에서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강호들도 장신 군단이긴 하지만, 중국보다는 높이가 낮다. 정호영의 효용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

정호영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인 대표팀에 선발된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아울러 차해원 감독의 선수 기용도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정호영의 경기 투입 시간을 더 늘려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 중국의 벽을 실감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은 분명 손실이다. 그러나 정호영의 재발견과 가능성을 확인한 점은 '귀한 소득'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여자배구 대표팀은 25일 오후 2시 30분(한국시간)에 베트남과 조별 리그 4차전을 갖는다. 8강전에서 유리한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조 2위' 확보를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 경기도 국내 지상파(KBS 1TV)에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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