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22일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JTBC


"영상까지 올라왔습니까?"

이미 관련 뉴스를 접했던 것일까. 그러지 않기도 쉽지 않았을 일이었다. 22일 오후 인터넷 포털과 소셜 미디어를 강타한 '안철수 줄행랑' 키워드는 그 만큼 궁금증을 증폭시킬 만한 '뉴스'였다. 더군다나 이날 '비하인드 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하던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물음처럼, 관련 영상까지 공개됐다. 박성태 기자는 전후 상황을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 21일 아주경제 한 기자가 마포에 있는 싱크탱크 미래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옛 싱크탱크였는데요. 이 자리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만났습니다. 최근에 바른미래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심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해 질문을 하려고 가서 만났는데 몇 가지를 질문하려고 하자 안철수 전 후보가 바로 비상계단으로 질문을 피해서 나갔다고 합니다. 기자가 이 안철수 전 후보의 영상을 찍었는데 지금 바로 저 영상입니다."

영상 속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참으로 재빨랐다. "죄지은 것도 아니시잖아요?"라며 뒤쫓아가던 기자를 뒤로한 채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건물 계단을 뛰어 내려가던 안 전 후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휴대폰 촬영 영상은 생생한 현장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말없이 도망치는 자의 무표정이, 그 무심함이 그대로 전달됐고, 결국 쫓는 것을 포기하고 멈춰선 기자의 어이없음과 절박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손 앵커마저 "조심해야 되는데"라고 걱정할 수밖에 없었던, 박성태 기자가 "촬영한 기자에게 혹시 빨리 돌려서 유튜브에 올려놓은 것 아니냐라고 물었는데 그건 아니고 제속도라는 답이었다"라고 털어 놓았을 정도의 속도감과 긴박감.

"언론 접촉을 극구 피하는 그런 모습인 것 같군요."

손석희 앵커의 말마따나, 누구라도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었으리라. 침묵을 지킨 안 전 후보의 '줄행랑' 영상을 접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지상파 3사 메인뉴스는 이 영상을 '외면'했다. <뉴스룸>도 '비하인드 뉴스'를 통해 다뤘다. '뉴스가치'의 판단은 개별 방송사의 몫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상의 백미는 그 이면에 있었다.

안철수는 왜 언론 접촉을 피했을까

"기자분이 안철수 전 대표를 너무 안 좋게 표현하시는데 안철수 전 대표는 뭔가 이런 상황에서 음험한 계략을 꾸미는 분이 아닙니다. 보궐선거 때 공천개입도 화끈하게 '3등후보' 언급 하면서 때와 장소에 맞지 않지만 솔직하게 하셨는데 전당대회 개입쯤은 기자 보기 부끄러워 도망가실 분이 아닙니다.

그냥 바쁘셔서 그러셨을 겁니다. 네. 정말로... 정말... 정말........ 아.. 진짜 또 시작이네..."


영상이 공개된 직후, 이준석 바른미래당 당 대표 후보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런 '감상평'을 남겼다. 요즘 말로, 고도의 '돌려까기'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음험한 계략'이 아니라는 말 뒤로 '공천개입'과 '전당대회 개입'이란 표현을 쓴 것은 가히 확인사살에 가까웠다. 여기서, 당 대표급 정치인 안철수와 6.14 지방선거 서울 노원병 후보자였던 이준석의 인연을 더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혼자 (노원병에 공천) 신청을 혼자 했거든요. 그럼 당연히 줬어야 돼요. 그걸 안 주려고 계속 시간을 끌고. 이 두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왜 생겼느냐면, (노원병은) 안철수 후보가 나가서 된 거고요, 또 한 지역은 최명길 후보가 옷을 벗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몫은 국민의당 출신에서 가져가야 된다고 근본적으로 생각한 겁니다."

지방선거 후폭풍이 거셌던 지난 6월 21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같은 당 박종진 바른미래당 전 후보와 출연한 이준석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불거졌던 공천 파동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요컨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물리적 결합에서 출발된 예고된 갈등이란 것이다. 더 풀이하자면, '이준석은 절대 안 돼'라는 정서가 팽배했고, 그 중심에 지난 총선에서 상대 당으로 만나 치고받는 라이벌 관계일 수밖에 없었던 이준석 위원장을 향한 안철수 후보의 앙금이 자리한다는 설명이었다. 즉, 공천파동 중심에 안철수의 의중이 있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독일 떠나겠다던 안철수는 왜 서울에서 포착됐을까

'안철수 줄행랑' 영상을 접한 이 후보가 '전당대회 개입' 운운한 배경에는 이러한 '과거'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독일로 떠난 줄 알았던 안 전 후보가 버젓이 서울의 한 빌딩에 나타났다. 더군다나 기자를 피해 '도망치는' 영상이 공개돼 버렸다.

더욱이 영상 속 빌딩은 5년 전 출범해 안 전 후보의 조직과 정책을 담당했던 싱크탱크 사무소가 위치한 곳이다. 영상을 공개한 아주경제는 "안 전 후보가 최근 정치권 인사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미래 사무실에 간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후보는 영상에 포착된 21일 박주원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만나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절대 도망간 것이 아니고 전당대회 개입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계속 언론 접촉을 피하는 와중에 기자가 물어봤기 때문에 역시 피하려 한 것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안 전 후보는 6.13 지방선거 이후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독일에서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벌써 40여 일 전이다. 

안 전 후보가 당 대표 선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인지, 독일 비자문제 때문에 40여 일이 지나도록 한국에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확실한 것은 대선후보였고, 공당의 대표였던 정치인이 정치사에 길이 남을 '영상'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는 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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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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