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심리학에서는 로맨틱한 사랑을 흔히 3단계로 구분한다. '썸'타는 기간을 제외하면, 제일 앞에 오는 단계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에 막 빠져드는 단계다. 이 시기에는 생물학적 호르몬의 영향을 받곤 하는데 정서적으로 매우 고양되는 황홀한 경험을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서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가는 단계로 나아간다. 치열한 사랑싸움 하는 이때는 사랑에 힘겨움을 느끼고, 이를 잘 버텨내지 못하면 사랑이 막을 내리기도 한다. 조금은 괴로운 이 시기를 무사히 통과하면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친밀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안정적인 사랑의 완성 단계로 들어간다.

로맨틱한 사랑은 그 어느 단계에 있든 한 사람의 심리적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코와 아이유가 함께 부른 'SoulMate(작사 지코 작곡 지코, Pop Time)'는 이 세 가지 단계 중 첫 단계, 그러니까 '사랑에 빠지는 단계'의 심리상태를 매우 섬세하고도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오직 너에게만 맞춰지는 초점

한 눈에 반했든, 오래 전 알던 사람이든, 소개팅이나 미팅을 통해 만났든,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 이 둘 사이에는 오로지 둘 밖에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노래의 첫 소절 '젊음의 한복판에서 두 남녀가 사는 작은 섬'은 바로 이를 상징한다.

지금 너를 만난 나의 세계에 다른 것들은 들어오지 않는다. 너와 나 둘만이 살고 있는 섬처럼 오직 나의 세계에는 너만이 가득하다. 늘 너의 기분을 살피고 네게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나 역시 우울하다. 때문에 지코는 '네 기분이 여기 날씨고'라고, 우리가 만든 섬의 날씨는 네 기분에 의해 좌우된다고 노래한다.

이렇게 서로 기분을 일치시키는 이 시기, 커플은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만난 듯 생각도, 말도 잘 통한다. 그래서 지코와 아이유는 서로에게 이렇게 인사한다. '오래 기다렸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라고. 또한 깨닫는다. '모든 게 너다워'졌음을. 즉, 내가 나로 움직이기보다는 너의 기분에, 너의 생각에 좌우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너다워진 나. 하지만 너다워지는 나의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반대로 상대방은 나와 닮아간다. 서로 '너다워' 지면서 두 사람의 자아가 일치되어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확장되는 자아

사랑을 통해 내가 너다워진다는 것은 나의 자아를 잃어버리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 나의 자아는 내가 몰랐던 너의 세계를 향해 확장되어 가는 중이다. 또한, 상대방 역시 나의 세계를 담아 확장되어 가는 중이다. 때문에 혼자일 땐 접근조차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게 된다. 아이유가 노래하는 것처럼 '조금 낯설었던 맞은 편'이 '이제 내가 제일 아끼는 곳, 나오기 싫은 이부자리'가 된다. 새로운 세계를 내 안에 들여오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자아가 확장되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인식하는 능력 역시 향상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것만 같은 네 앞에서는 그 동안 털어 놓지 못했던 감정들, 나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표현력이 갈수록 늘어나. 넌 날 글 짓고 그림 그리게 해' 라는 소절은 사랑을 통해 보다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너와 '만나는 순간'은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한 단계 걷히고 보다 진솔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때문에 너와 함께 할 때 '어딘가로 계속 여행을 다니는 느낌'처럼 새롭고 자유로운 느낌이 들고, 계속 네 곁에 머무르고 싶어진다(I'll stay by your side)'.

상대방에 대해 확신을 갖고 싶은 마음

 'SoulMate'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SoulMate'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소니뮤직


한편으론 조금 불안해지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나의 심리적 방어기제를 낮추고 자아의 경계를 열어준다는 것은 상처받을 가능성 역시 높아짐을 의미한다. 때문에 연애초기 사람들은 이 사람이 정말 나의 사람이 맞는지, 내가 상처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질문을 던져본다. 그리고 이런 의구심을 없애줄 증거를 찾기를 원한다. 연애초기 친구들에게 자신의 연인에 대해 자꾸만 이야기를 하고, 주변 여기저기에 만나고 있는 상대방에 대해 물어보게 되는 것은 확신을 심어줄 어떤 것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대체 왜 너여야만 했는지 매일 다른 이유를 말해줄게'는 바로 이런 심리를 반영한다. 너에게 내가 왜 필요한지 이유를 찾으면서, 상대방을 안심시킴은 물론 자기 자신도 안심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너여야만 하는 이유를 발견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지금은 너 아니면 안 될 것만 같다. 때문에 이 시기 상대방에 대해 수집되는 정보는 모두 좋은 쪽으로만 해석된다. 혹여 주변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려오더라도,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받아들이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테두리'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인다. '형체를 알아보지 못해도 테두리를 함께 그릴 사람'이라는 소절은 이런 상태를 설명한다. 확신할 수 없고, 조금은 불안하지만, 모호한 정보와 감정도 테두리에 맞추어 조절해 받아들이고 상대방이 나의 '소울메이트'임을 확신하려 애쓴다.

느껴지는 약간의 구속감

동시에 약간의 구속감도 느껴진다. 다른 것에 신경을 집중하려 해도 마음은 자꾸만 너한테만 향한다. '투명한 매듭에 묶여 한시도 이곳을 못 떠나'라는 소절은 이런 구속감을 의미한다. 무엇을 해도 너에게만 신경 쓰게 되고 다른 일상에 집중이 되지 않는 상황이 낯설고 답답하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구속감은 결코 싫지 않다. '투명한 매듭'이라는 표현처럼 어딘지 경쾌한 구속감이다.

이런 구속감을 즐기며 사랑에 막 빠져든 커플들은 자신의 모든 시간을 서로를 위해 사용한다. 각자 자신의 일상을 살아내긴 하지만, 그 시간 안에도 마음이 향하는 곳은 오직 상대방이다. '각자의 시계를 꺼낸 채 아낌없이 모래알 쏟네'라는 소절은 모래시계의 모래를 모조리 너를 위해 사용한다는 즉, 온 시간을 너에게 쓰고 싶은 마음을 의미한다.

너를 향하는 이 마음은 일터나 다른 곳에서 각자의 생활을 할 때도 계속된다. 일하면서 혹은 공부를 하면서 이를 통해 '평생 근사한 날'이 보장된다 해도 내 마음은 '우리한테 돌아갈 마음' 그러니까 너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작은 일에 즐거움, 감정의 깨어남

오직 너에게로 모든 에너지가 흘러가지만, 이 에너지는 동시에 일상의 자잘한 행복에 눈을 뜨게 한다. '큰 소파에 누워 스푼 하나로 장난치며 먹는 아이스크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조잘조잘 떠드는 '말풍선이 가득한 둘만의 파티'는 화려하지 않아도 즐겁기만 하다. 하루하루 살아있다는 것 숨 쉬고 있다는 것 마저 감사하게 느껴진다. 때문에 지코가 '숨 쉴 때마다 향이 날 수 있어. 잠에서 깨는 일도 신날 수 있어'라고 노래하듯, 일상은 생기로 가득 채워진다.

심지어 질투 나는 감정도 그리 싫진 않다. 상대방을 오해해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질투를 내는 나 자신이 놀랍게 느껴진다. 작은 일을 의심하며 질투하는 상대방의 모습마저 오히려 귀엽게 느껴진다. 질투의 감정마저 사랑의 증거로 인식되는 이 시기. '티격태격할 때 많지만' 그래도 그냥 모든 것이 좋은 황홀한 시간이다. 'It' fine'.

이렇게 사랑에 빠져드는 단계의 열정적인 사랑은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나의 자아는 파트너의 자아와 일치감을 느끼며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해가며 확장된다. 사랑으로 인해 깨어난 감정들은 일상의 모든 것을 새롭고 즐겁게 느끼게 하며, 나를 보다 솔직하게 표현하게 만든다. 때로는 너에게 좀 더 확신을 갖고자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어지기도 하고 약간의 구속감과 불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으론 온통 너로만 가득 채워진 일상이 조금은 왜곡된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구름 위를 걸어 다니는 것처럼 붕 뜬 기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게 바로 '사랑에 빠진 단계'의 사랑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깊은 일치감과 황홀경을 경험하는 이 사랑의 첫 단계는 18개월 정도면 끝이 난다고 한다. 이 단계가 끝나고 나면, 붕 떠 있었던 기분이 가라앉고, 서로를 보다 치열하게 알아가는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이 두 번째 단계에서는 사랑의 첫 단계에서 '너다워진 나'를 보다 '나다운 나' 통합하고, 테두리에 맞춰 이상화해왔던 상대방을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고단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고단함을 경험한 사람들조차 다시 새로운 사랑에 빠지기를 갈구한다. 이는 사랑에 빠져드는 이 첫 시기의 매력이 다른 모든 고단함을 감수할 만큼 치명적이기 때문 아닐까. 자꾸만 듣게 되는 이 노래의 매력처럼 말이다.

지코 아이유 'Soulmate' 가사 중에서

젊음의 한복판에서
두 남녀가 사는 작은 섬
네 기분이 여기 날씨고
새빨간 열매가 열렸어
조금 낯설었던 맞은편
이제 내가 제일 아끼는 곳
나오기 싫은 이부자리 같아

대체
왜 너여야만 했는지
매일 다른 이유를 말해줄게
형체를 알아보지 못해도
테두리를 함께 그릴 사람

오래 기다렸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모든 게 너다워졌어
투명한 매듭에 묶여
한시도 이곳을 못 떠나

Stuck with each other
큰 소파에 누워 스푼 하나로
장난치며 먹는 아이스크림
손을 포개고
춤을 춰 낮부터 아무런 반주 없이
말풍선이 가득한 둘만의 파티
숨 쉴 때마다 향이 날 수 있어
잠에서 깨는 일도 신날 수 있어
일어나지 않은 일로 질투 날 수 있어
티격태격할 때 많지만 It's fine
(후략)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 (https://blog.naver.com/serene_joo)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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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하며 평등과 생명존중을 담은 글을 쓰고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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