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시간을 거쳐 다시 돌아온 <맘마미아!2>는 모든 면에서 전편보다 향상된 완성도를 보여준다.

10년의 시간을 거쳐 다시 돌아온 <맘마미아!2>는 모든 면에서 전편보다 향상된 완성도를 보여준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누구도 아바(ABBA)의 위대한 업적을 폄하하지 않는다. 그 보석 같은 곡들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까지도 괜찮았다. 그러나 영화 <맘마미아!>는 아바가 아니었다면 순식간에 사라졌을 것이다. 아무리 뮤지컬 원작 시놉시스를 그대로 가져왔다지만 개연성 적고 비현실적인 전개까지 그대로 옮길 줄이야. 메가 히트한 브로드웨이 버전을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과 회춘한 메릴 스트립(피어스 브로스넌은 제외한다. 노래 한 번 잘못 불렀다가 커리어 말년에 조롱 받기도 했다), 그보다 더 눈부신 아바의 노래들로 옮겨놨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아예 새로운 줄거리의 스핀오프격 속편이 개봉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도미닉 쿠퍼 커플, 세 명의 아버지들 - 콜린 퍼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피어스 브로스넌 - 은 여전하지만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메릴 스트립의 '도나'가 세상을 떴다(!). 대신 그 자리는 젊은 시절의 도나로 분한 릴리 제임스가 채운다. 얼마 남지 않은 미사용 히트곡들은 물론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곡들까지 동원해서 긴 러닝타임의 플레이리스트를 짰다.

다행히 <맘마미아!2>는 모든 면에서 1편보다 우월하다. 뮤지컬과 영화 원작의 팬들, 아바를 기억하는 중장년층 관객들을 넘어 까다로운 마니아들에게도 명곡의 힘을 빌려 손을 건넨다. 한 때 보이콧 조짐까지 불러왔던 도나의 죽음은 그의 과거 페르소나를 120% 소화해내는 릴리 제임스의 열연과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 분)의 성숙을 위한 좋은 장치가 됐다. 이음새 없는 뮤직비디오 같던 전작에 평균은 넘는 시나리오가 더해지며 '즐거우면서 이해도 되는' 영화로 업그레이드됐다.

재능 있는 배우들의 열연과 화려한 음악 씬

 1편에서 메릴 스트립이 분했던 도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릴리 제임스는 <맘마미아!2>를 쥐락펴락하는 거대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1편에서 메릴 스트립이 분했던 도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릴리 제임스는 <맘마미아!2>를 쥐락펴락하는 거대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2018년 그리스 섬의 소피는 1년 전 하늘나라로 떠난 도나의 소원대로 섬 꼭대기 보금자리를 '호텔 벨라 도나'로 근사하게 꾸며 성대한 오프닝 파티를 계획한다. 그 과정에서 호텔 경영 교육을 위해 뉴욕으로 간 스카이(도미닉 쿠퍼 분)와의 갈등이 생기고, 이는 섬 곳곳에 남겨진 엄마의 흔적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그와 동시에 영화는 1979년 갓 대학을 졸업하고 낭만에 부푼 젊은 날의 도나(릴리 제임스 분)를 교차한다. 수줍은 새신부였던 소피가 엄마의 삶을 통해 성숙해가는 과정은 화려한 시퀀스 속에서 진중하게 무게를 잡아준다.

2008년의 메릴 스트립을 1979년의 릴리 제임스로 옮겨놨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릴리 제임스의 연기는 훌륭하다. 듣기는 쉬우나 부르기는 어려운 것이 아바의 노래들인데 'Andante, andante' 같은 슬로우 템포부터 발랄한 시작을 알리는 'When I kissed the teacher'까지 훌륭히 소화한다. (이미 그는 <신데렐라>로 발군의 노래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메릴 스트립이 왜 <맘마미아!>에서 그토록 밝고도 경쾌했는지를 납득시키기 위한 릴리 제임스의 캐릭터는 전편의 도나와 어렵지 않게 연결되며, 동시에 꿈과 열정으로 가득한 보헤미안 소녀가 성숙해가는 과정을 통해 그의 딸 소피의 고민을 입체적으로 형성한다.

몇몇 뜬금 없는 지점과 두루뭉실한 설명은 개선되지 않은 단점이지만 재능 있는 배우들의 열연과 화려한 음악 씬이 이를 덮어준다. 크로아티아와 그리스에서 촬영된 아름다운 풍경과 싱그러운 젊음의 춤사위, 여기에 아바의 친숙한 멜로디까지 더해지니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를 띄게 된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가르며 축제에 다다르는 보트 위에서의 'Dancing queen'과 밤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팝의 여제 셰어(Cher)가 열창하는 'Fernando'는 특히 압권.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라인과 복고의 추억을 환기하는 아바의 노래가 곁들여진 <맘마미아!2>는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반갑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라인과 복고의 추억을 환기하는 아바의 노래가 곁들여진 <맘마미아!2>는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반갑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아바의 열렬한 팬이라면 젊은 날 도나와 세 아버지들의 로맨스를 보며 네 멤버들의 과거가 겹칠 것이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에 가려있지만 아바는 은근히 이별의 아픔을 많이 노래한 팀인데, 'Knowing me, knowing you'나 'Mamma mia', 'Angel eyes'같은 노래들은 실제로 멤버들 간의 사랑과 결혼, 이별 과정을 은유한 노래들이다.

그들을 실시간 유행가로 향유했던 중장년층에겐 과거의 젊음을 복기하는 감동이 더욱 배로 전달될 것이고 이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 단위 감사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2008년을 통해 아바를 처음 접한 젊은 세대들에게도 전설의 낯선 모습이 묘한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결국 <맘마미아!2>는 통속의 힘을 다시금 증명해내고야 만다. 아름다운 지중해 섬에서 항상 밝은 미소와 긍정적 사고로 똘똘 뭉친 캐릭터들의 '현대 동화' 속에 여러 결함과 현실의 근심 걱정은 존재할 틈도 없다. 시대를 관통하는 불멸의 멜로디와 영원한 가족의 가치 앞에 비평의 날을 들이밀기란 고된 일이다.

최근 베니와 비요른이 주도하는 아바의 21세기 프로젝트들이 'Thank you for the music'보단 'Money Money Money'에 가까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찬란히 쌓아 올린 과거의 위대한 유산이 너무도 빛나기에 웬만한 통속은 값진 기쁨 앞에 허용된다. 전설의 승리, 통속의 승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230)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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