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안방에서 LG를 잡고 후반기 6승4패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9-7로 승리했다. 1회 선제 3점 홈런을 작렬한 멜 로하스 주니어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1번타자로 출전한 황재균도 4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슬픈 이야기지만 올해 kt는 더스틴 니퍼트, 라이언 피어밴드, 고영표, 금민철을 이을 5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다. 시즌 내내 여러 투수들이 돌아가며 투입됐던 5선발 자리에는 이날도 프로 데뷔전을 갖는 고졸 신인 선수가 선발로 등판했다. 하지만 조기 강판이 유력해 보였던 이 루키는 팀 타율 2위(.296)의 LG타선을 5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묶었다. 역대 7번째 고졸신인 데뷔전 선발승을 따낸 김민이 그 주인공이다.

쉽게 나타나지 않았던 마법사들의 토종 에이스

2013년부터 1군 무대에 참가한 '제9구단' NC 다이노스는 2014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빠르게 KBO리그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NC는 나성범, 박민우 같은 간판타자들을 키워내는 동안 확실한 토종 에이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013년 신인왕 이재학이 4년 연속 10승을 올렸지만 2013년을 정점으로 성적이 점점 떨어지며 토종 에이스가 되기엔 2% 부족한 성적을 기록했다.

2013년에 창단한 kt 역시 창단 초기부터 토종 에이스를 키워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았다. kt는 창단 후 처음으로 참가한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북일고의 류희운과 개성고의 심재민, 그리고 경북고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등 고교야구 에이스들을 대거 지명하며 마운드 보강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박세웅은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9승 3패 평균자책점 4.12로 남부리그 다승왕에 오르며 kt의 에이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뽐냈다.

kt는 1군에 참가한 2015년부터 박세웅을 선발 투수로 키우려 했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박세웅은 6경기에서 4패 방어율 5.79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kt는 외국인 투수 3명을 활용할 수 있는 마운드보다는 용덕한(NC 잔류군 베터리코치) 한 명에게 의존하던 안방이 더 큰 약점이었고 롯데의 젊은 주전급 백업 포수 장성우를 영입하기 위해 박세웅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그리고 박세웅은 롯데에서 '안경 에이스'로 성장했다).

2016년에는 중국 지린성 출신의 고졸 2년 차 우완 주권이 프로 데뷔 첫 승을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장식하는 '대형사고'를 치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풀타임 첫 해 6승을 따내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뽐낸 주권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중국대표로 출전하는 등 kt의 에이스로 순조롭게 성장하는 듯 했다. 하지만 주권은 작년 시즌 5승에 이어 올해는 1승 8패 1홀드 9.82에 머물며 성장이 멈추고 말았다.

작년 시즌에는 생애 첫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한 사이드암 고영표의 활약이 돋보였다. 동국대 시절부터 즉시전력감으로 주목 받았던 고영표는 작년 시즌 25경기에 등판해 8승12패1홀드5.08을 기록했다. 고영표는 올해도 5승9패4.76으로 좌완 금민철과 함께 kt의 토종 선발진을 이끌고 있지만 믿음직한 에이스의 위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kt팬들이 3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특급 유망주' 김민의 1군 데뷔전에 큰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동기들보다 데뷔 늦었던 김민, 역대 7번째 고졸신인 데뷔전 선발승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수원 유신고를 나온 우완 정통파 김민은 고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어깨부상으로 이탈한 윤성빈(롯데) 대신 합류한 2016년 아시아청소년야구대회에서는 한일전에 선발 출전해 5이닝 비자책 3실점으로 호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민은 이 기세를 몰아 고교야구 주말리그 후반기 MVP에 선정되며 '전국구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김민은 강백호(kt), 곽빈(두산 베어스), 양창섭(삼성 라이온즈), 한동희(롯데) 등 동기들과 함께 출전한 2017년 U-18 야구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의 핵심투수로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이탈리아와의 예선 라운드, 쿠바와의 슈퍼라운드에서 무실점 투구를 펼친 김민은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도 5.2이닝 1자책으로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연고 구단 kt는 당연히 김민을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했다.

하지만 입단 동기 강백호가 시즌 개막부터 풀타임 주전을 보장 받고 양창섭, 곽빈 등 고교시절 라이벌들이 타 구단에서 1군 선수로 활약하는 동안에도 김민은 좀처럼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민은 신무기 스플리터 장착에 매진하며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경험을 쌓았다.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했을 때만 해도 김민의 목표는 시즌 내 1군 데뷔였다. 하지만 kt의 5선발에 구멍이 생기면서 김민에게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지난 24일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김민은 27일 LG전에서 선발 투수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아직 제구가 완벽하지 않아 3개의 볼넷을 허용하긴 했지만 2개의 병살타를 유도하며 LG타선을 2피안타 1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9km까지 찍혔고 꾸준히 140km 중반대의 강속구를 던지며 LG타선을 힘으로 압도했다. LG는 김민을 상대로 세 번의 득점권 기회를 잡았지만 단 하나의 적시타도 때리지 못했다.

김민은 1991년의 김태형(전 롯데), 2002년의 김진우(KIA타이거즈), 2006년의 류현진(LA다저스), 2014년의 임지섭(LG)과 하영민(넥센), 올해의 양창섭에 이어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따낸 역대 7번째 고졸 신인 투수가 됐다. 물론 데뷔전 선발승이 에이스로 성장하는 보증수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든든한 토종 에이스의 등장에 목 말라 있던 kt에게 김민이라는 전도유망한 신인의 등장은 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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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김민 데뷔전 선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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