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재는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염라대왕 역을 맡았다. 2편에서 염라대왕은 세 차사와의 연결고리가 되는 캐릭터로 기능한다.

배우 이정재는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염라대왕 역을 맡았다. 2편에서 염라대왕은 세 차사와의 연결고리가 되는 캐릭터로 기능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1편은 말 그대로 특별출연다웠다.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 속 염라대왕(이정재)은 세 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의 활약을 돋보이게 하는 윤활유 같은 역할이었다.

특별출연은 거기까지였다. 2편 '인과 연'에서 염라대왕은 이야기에서 중요한 캐릭터로 부각된다. 세 차사의 천 년 전 과거와 얽혀있고, 강림이 원귀가 되었던 수홍(김동욱)을 변호하는 과정에서도 간간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연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정재는 "많이 안 나온다고 해서 출연했더니 이렇게 됐다"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캐스팅 비화

시작은 소방관 역할이었다. 수홍의 형이자 1편에서 세 차사의 도움으로 저승 재판을 무사히 받고 환생한 자홍(차태현) 역은 본래 이정재에게도 제안됐던 캐릭터. "시나리오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가 왔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소방관인데 분량이 많지 않으니 카메오로 꼭 출연해달라고 하더라"며 이정재는 "알았다고 했는데 나중에 이왕 출연할 거면 염라를 해달라고 하더라"고 캐스팅 일화에 대해 운을 뗐다.

"그래서 염라는 대체 무슨 캐릭턴데? 물었다. 역할도 많이 안 나온다더라. 그러면서 시나리오는 두 개 다 보냈어(1편과 2편 시나리오). 분량이 적다면서? 모니터를 해달라는 건가 싶었다. 막상 읽어보니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중요도가 높은 캐릭터더라. 이건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할 역할이 아닌 것 같다. 나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맡아도 되겠냐고 물으니 해달라고 하더라.

와 내가 별 걸 다 해보는구나 싶었다. 분장 테스트를 두 차례 했는데 한 번 분장할 때 4시간 정도 걸린다. 스태프들이 12가지나 준비해 왔는데 자기들끼리 신났어. 그중에 2가지가 최종 후보였고, 하나만 쓰려다가 감독님이 둘 다 마음에 들어해서 머리가 긴 염라와 머리를 말아올린 염라를 하게됐다. 근데 머리가 너무 길어서 제가 불편해하니까 여성 분들이 쓰는 집게로 머리를 집어주더라. 하정우씨가 그랬나? 그걸 보고 염라 언니라고...(웃음)"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염라대왕의 모습이다.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염라대왕의 모습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오! 브라더스>로 15년 전 김용화 감독과 만난 후 인연을 계속 이어오던 터였다. 배우가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는 건 그만큼 의리와 신뢰의 표현이기도 하다. 흔쾌히 제안을 받았던 이정재는 "이젠 도리어 제가 감사해야 할 것 같다"며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런 기회를 준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 생각한다. 판타지 영화 속 판타지적 캐릭터인데 중요한 필모그래피가 된 것 같다. 사실 분장 테스트를 하면서 고민이 있었다. 관객 분들이 염라의 모습을 다들 보신 게 아니잖나. 상상 속 염라의 모습이 저와도 잘 맞아야 했고, 동시에 새로움이 있는 염라의 모습이었으면 했다. 너무 안 어울려서 제 흑역사로 남으면 안 되잖나! (웃음)

일단 감독님이 이런 영화를 시도했다는 게 굉장한 용기다. 1편 개봉 때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들 초긴장 상태였거든. 개봉 전날인가 다 같이 밥을 먹는데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자긴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그 얘길 듣는데 갑자기 짠해져서 밥 먹다 말고 눈물이 났다. 감독님도 글썽거리고, 이 모습이 재밌다고 하정우는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고... 감독님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 흥행은 기대 말고 마음을 내놓고 지켜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이정재.

배우 이정재. ⓒ 롯데엔터테인먼트


끝나지 않는 도전

마음을 비운 뒤 맞이한 흥행이라서 더 기쁠 만했다. 2편은 그래서 보다 편한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릴 듯했다. 이정재는 "1편을 1400만 관객이 봐주셨는데 2편은 관객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만들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나온 것 같다"며 "1편 보다 비주얼적으로도 세밀하고 사운드도 월등하게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가 <대립군>을 찍고 있을 때 주호민 작가의 작품(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을 다 읽었다. 주제 면에서 영화가 원작을 해치진 않았다는 생각이다. 작가님이 말하려 했던 여러 감성들을 해치진 않으면서 영화적으로 김용화 감독님 스타일을 잘 녹여낸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2편의 흥행 결과가 어떻든 감독님의 관객 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 세 차사들이 고생을 제일 많이 했다. 2편에 나오는 마동석씨도 이렇게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인가 싶을 정도로 잘해줬다. 그리고 아역들까지도 너무 좋았다."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그에게 염라 입장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지옥 중 가장 무서운 지옥이 무엇인지 물었다. 여기서 반전, 이정재는 "참고로 전 기독교인이다"라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여러 지옥 중 나태지옥은 가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며 "열심히 산다고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때 좀 더 열심히 할 걸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고 답했다.

"염라를 해봤으니 더 새롭고 신선한 것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아마 곧 개봉할 <사바하>가 있는데 거기선 좀 껄렁한 목사로 나온다. 그것 역시 새로웠다. 그런 점에서 연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 같다. 분량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감정을 전하는 캐릭터인지가 제 입장에선 출연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서 주연, 조연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지. 배우는 결국 캐릭터가 남는 것 같다.

나태하지 않으려 한다. 대중의 사랑이야 제가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건 아니고, 다만 지나간 작품을 돌이켜 보면 얼마나 스스로 열심히 했는지를 물을 때가 있다. 뭔가 놓치고 했다는 생각이 들면 (관객에게) 죄송해지지.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이후는 관객들의 몫이다. 슬럼프 역시 일을 하면서 극복해나가는 것 같다. 내 상황이 좋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분명 있지. 그걸 그냥 받아들이고 잘 해낸다면 슬럼프도 잘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이정재.

배우 이정재. ⓒ 롯데엔터테인먼트


특별한 친근감

데뷔한 지 25년이 지나고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가득해 보였다. 그는 <사바하> 촬영을 끝낸 뒤 소속사에서 제작하는 영화 관련 업무에 참여하고 있었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참 끝이 없는 것 같다"며 그는 "언제쯤 잘할 수 있을까. 다행인 건 현장에서 재미를 꽤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참 감사하다. 꾸준히 일을 할 수 있게 동료 영화인들이 찾아주시니 말이다. 관객분들도 긍정적으로 봐주시니 다행이다. 확실히 제가 출연한 영화들의 대사를 따라해주시는 모습에서 친근감이 느껴진다. 좀 더 관객에게 가까워진 느낌이다. (영화 <신세계>) '중구 형님 거 장난이 심한 거 아니오!' 이 대사를 그렇게 따라하실 줄 몰랐다(웃음). 시나리오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대사였거든. 제작진도 저 보고 바꿔서 해도 된다고 했었다. 차선책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대로 하긴 했지만(웃음)."

그는 연기를 통해 치유받고 연기로 행복감을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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