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추가 시간, 인천 유나이티드 FC 문선민의 오른발 슛

후반전 추가 시간, 인천 유나이티드 FC 문선민의 오른발 슛ⓒ 심재철


'레골라스' 남준재는 서포터즈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을 쏟았다. 그만큼 간절히 기다렸던 인천의 승리였다. 지난 3월 10일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3-2 펠레 스코어 승리를 거둔 이후 134일이나 걸린 두 번째 승리였기에 일요일 저녁 찜통 더위에도 불구하고 숭의 아레나를 찾아온 6062명 홈팬들도 그 감격을 함께 누렸다.

욘 안데르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2일 오후 6시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19라운드 FC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문선민의 멋진 결승골 덕분에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꼴찌 탈출 희망가를 불렀다.

'경기당 3.5골 허용' 인천, 6분 만에 실점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이제 더 떨어질 수도 없는 바닥권에 내려앉았다. 이 경기 전까지 겨우 승점 10점(1승 7무 10패 26득점 40실점)에 그치는 바람에 K리그1 꼴찌로 놀림감이 된 것이다.

월드컵 휴식기를 보내며 이기형 감독을 내보내고 노르웨이 출신 안데르센 감독을 데려왔지만 어이없는 실점을 너무 많이 내주는 바람에 수비 조직력 정비가 시급한 상태였다. 새 감독 부임 후 4경기를 치르며 2무 2패(8득점 14실점)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냈으니 경기당 3.5골 실점 팀으로서 동네북 신세가 된 것이다.

K리그 역사상 최악의 무더위 일정 속에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할 이 경기를 맞아 인천 유나이티드는 시작 후 6분 만에 먼저 골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FC 서울의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떠오른 왼쪽 풀백 윤석영이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이상호의 헤더 골을 멋지게 도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비는 여전히 실망스러웠다. 왼쪽 풀백 김동민은 크로스 직전에 이상호의 동선을 체크했지만 자기 바로 앞에서 센터백 김정호가 크로스를 처리할 줄 알고 머뭇거리다가 이상호를 밀어내지 못한 것이다.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의 실점 양상이 또 반복된 것이었기에 상대 서포터즈로부터 놀림을 받는 것은 당연할 정도였다. 점수판 '인천 유나이티드 0-1 FC 서울'이 만들어지자 FC 서울 어웨이 서포터즈들은 일제히 "인천 강등"이라는 구호를 여러 차례 외쳤다.

 전반전, 동점골의 주인공 인천 유나이티드 남준재가 역습 상황에서 얼리 크로스를 날리는 순간

전반전, 동점골의 주인공 인천 유나이티드 남준재가 역습 상황에서 얼리 크로스를 날리는 순간ⓒ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홈팬들 앞에서 더이상 무기력하게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코스타리카 출신의 유능한 플레이 메이커 엘리아스 아길라르와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뛰고 있기에 분명히 득점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동료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한 믿음이 13분에 맞아 떨어졌다. 아길라르의 경쾌한 볼 트래핑에 이은 터닝 스루 패스가 왼쪽 측면으로 돌아들어가고 있던 박종진에게 정확하게 전달됐고 무고사가 상대 수비수 1명을 끌고 엉뚱한 공간으로 빠져나갈 때 남준재가 귀신처럼 골문 앞으로 파고 들며 발끝으로 방향을 바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아름다운 작품 바로 그것이었다.

경기 시작하기 40분 전부터 이례적으로 우렁찬 서포팅을 시작하며 선수단에게 큰 힘을 보태준 인천 유나이티드 FC 서포터즈 파랑검정의 목소리는 무더위를 잊을 수 있게 만들 정도로 힘이 느껴졌다.

슈퍼 서브 '문선민', 인천을 구하다

1-1 점수판 그대로 후반전을 시작하는 FC 서울의 이을용 감독대행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안델손을 빼고 박주영을 들여보내며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비 라인을 더 흔들어버릴 주문을 넣었다. 52분에 정말로 그 주문이 성공을 거두는 듯보였다.

선취골을 도운 윤석영이 또 한 번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박주영의 발리슛을 이끌어낸 것이다. 박주영이 빠져들어간 곳은 인천 유나이티드 두 센터백 '김대중-김정호'의 사이였다. 하지만 박주영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골문 위로 높게 넘어가고 말았다.

 후반전, FC 서울 주장 고요한의 드리블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동민이 멋진 태클로 막는 순간

후반전, FC 서울 주장 고요한의 드리블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동민이 멋진 태클로 막는 순간ⓒ 심재철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에서도 58분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골잡이 무고사를 불러들이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보물 문선민을 원톱에 내세운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에 다녀온 후 허벅지 근육이 완전하게 회복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놀라운 스피드로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은 세계 최고의 레벨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선민' 효과가 단 20분 만에 분명히 나타났다. 78분에 아길라르의 기막힌 역습 패스를 받은 문선민이 공을 통과시킨 뒤 방향을 바꿔 달려나가려 할 때 FC 서울 간판 수비수 이웅희가 잡고 늘어진 것이다. 이 명백한 반칙 순간을 박병진 주심이 불러세워 노란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이웅희는 이미 29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에게 거친 반칙을 저질러 딱지를 받았기에 퇴장 명령을 피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약 17분간 FC 서울은 10명이 뛰어야 했다. 이을용 감독대행은 어쩔 수 없이 후반전 교체 선수 박주영을 다시 불러들이고 김한길을 들여보내 구멍난 수비 라인을 보강할 수밖에 없었다.

 87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천금의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87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천금의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는 급하게 두들기지 않았다. 문선민 효과로 FC 서울 수비 라인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패스 하나하나를 모아 상대를 충분히 주저앉힐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충분했다.

87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엘리아스 아길라르의 눈빛이 빛났다. 동료들이 빈 곳으로 빠져들어가는 속도와 타이밍이 자신들이 준비한 바로 그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길라르의 전진 패스를 받은 고슬기는 패스 속도를 죽이지 않고 고스란히 문선민 앞 공간으로 밀어주었다.

그리고 FC 서울 수비수 김원균을 따돌리며 빠져들어간 문선민은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온 골키퍼 양한빈의 타이밍을 빼앗는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문선민의 시즌 9호골이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를 수렁에서 건져올린 골이 된 셈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5분간 FC 서울의 동점골 열망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고요한의 왼발 대각선 슛과 에반드로의 결정적인 오른발 토 킥이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직접 위협하지는 못했다.

이로써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지난 3월 10일 전북과의 홈 경기 3-2 승리 이후 134일, 리그 17경기 만에 감격의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단번에 꼴찌 탈출은 이루지 못했지만 다음 리그 일정인 전남 드래곤즈와의 어웨이 경기(28일 오후 7시, 광양전용)를 통해 단숨에 10위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2018 K리그1 결과(22일 오후 6시 숭의 아레나)


★ 인천 유나이티드 FC 2-1 FC 서울 [득점 : 남준재(13분,도움-박종진), 문선민(87분,도움-고슬기) / 이상호(6분,도움-윤석영)]

◎ 경기 주요 기록 비교
공 점유율 : 인천 유나이티드 44%, FC 서울 56%
슛 : 인천 유나이티드 14개, FC 서울 11개
유효 슛 : 인천 유나이티드 7개, FC 서울 3개
코너 킥 : 인천 유나이티드 5개, FC 서울 8개
프리 킥 : 인천 유나이티드 15개, FC 서울 17개
오프 사이드 : 인천 유나이티드 2개, FC 서울 0개

◇ 2018 K리그1 현재 순위
1 전북 47점 15승 2무 2패 38득점 11실점 +27
2 경남 FC 33점 9승 6무 4패 28득점 19실점 +9
3 수원 블루윙즈 32점 9승 5무 5패 31득점 24실점 +7
4 제주 유나이티드 28점 8승 4무 7패 24득점 21실점 +3
5 울산 현대 28점 7승 7무 5패 23득점 21실점 +2
6 강원 FC 27점 7승 6무 6패 32득점 32실점 0
7 포항 스틸러스 26점 7승 5무 7패 21득점 21실점 0
8 FC 서울 23점 5승 8무 6패 21득점 21실점 0
9 상주 상무 22점 6승 4무 9패 19득점 21실점 -2
10 전남 드래곤즈 16점 3승 7무 9패 19득점 33실점 -14
11 대구 FC 14점 3승 5무 11패 13득점 32실점 -19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13점 2승 7무 10패 28득점 41실점 -13

◇ 2018 K리그1 득점 순위
1위 제리치(강원 FC) 16골(경기당 0.84골)
2위 말컹(경남 FC) 13골(경기당 0.76골)
3위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9골(경기당 0.53골)
4위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9골(경기당 0.5골)
5위 주니오(울산 현대) 7골(경기당 0.54골)
6위 바그닝요(수원 블루윙즈) 7골(경기당 0.44골)
7위 이동국(전북 현대) 7골(경기당 0.39골)
8위 로페즈(전북 현대) 6골(경기당 0.4골)
9위 아드리아노(전북 현대) 6골(경기당 0.38골)
10위 김신욱(전북 현대) 5골(경기당 0.33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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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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