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폭염이 막바지로 치닫는 여름날에 보면 시원할 영화 한편 소개한다. 조던 필레 감독의 <겟아웃>이다. 조던 필레는 전직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다. <겟아웃>은 코미디언 출신의 감독이 만든 영화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진지한 주제와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개봉 당시 수많은 영화 평론가들의 호평과 관객들의 열광적 반응, 그리고 로튼토마토 99퍼센트라는 지수가 말해주듯이 이 저예산 영화는 상당히 잘 만든 공포영화다. 

이 영화는 어릴적 보았던 TV시리즈인 <환상특급>같은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흑인이 철가면을 쓴 괴한에게 납치되는 첫 장면부터 인상적이다. 미국사회의 흑인인종차별에 관한 내용을 다루지만 기존의 인종차별영화 <타임투킬>, <리멤버타이탄>, <앵무새죽이기>와는 이야기나 전개 방식이 매우 다르다. 보는 내내 불쾌함과 찜찜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기괴한 방식으로 미국 사회의 흑인인종차별을 고발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두 눈을 뗄수 없다.

백인 여성의 부모님댁의 방문한 후 일어난 일

무명 사진 작가인 크리스(다니엘 칼루야 분)와 로즈(앨리슨 윌리암스 분)는 사귄지 4개월이 된 연인사이다. 크리스는 흑인 남성이고 로즈는 백인 여성이다. 어느날 여자친구인 로즈는 크리스에게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으로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한다. 크리스는 로즈가 부모님에게 자신이 흑인임을 말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크리스는 로즈의 고향으로 향한다. 로즈는 차를 몰고 가던 중 도로를 건너려던 사슴 한마리를 치게된다. 우연인듯한 이 장면은 앞으로 크리스가 로즈의 집과 고향에서 겪게 될 끔찍한 사건들을 암시한다.

겟아웃 크리스와 수잔이 인사를 드리러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가는 장면이다.

▲ 겟아웃 크리스와 수잔이 인사를 드리러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가는 장면이다. ⓒ 유니버설스튜디오


로즈의 가족은 처음엔 크리스를 따듯하게 환대한다. 대다수가 백인으로 이루어진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크리스는 로즈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수상함을 느낀다.

로즈의 집에서 일하는 건장한 체격의 흑인 정원사가 한밤중에 백미터 달리기를 하거나,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물을 흘리는 이상한 표정을 한 가정부, 백인들로 가득한 파티장에서 만난 한 흑인은 백인 흉내를 낸다. 이렇듯 로즈의 집과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매우 기괴하다. 그리고 이런 기괴한 상황들은 감독이 전하려는 미국 사회의 흑인인종차별을 상징적으로 풍자하는 코드로 읽힌다.

'소품'과 '상징'을 통한 주제와 복선 드러내기

 겟아웃 스틸컷

겟아웃 스틸컷 ⓒ 유니버설스튜디오


 겟아웃 스틸컷

겟아웃 스틸컷 ⓒ 유니버설스튜디오


감독은 특히 소품을 활용한 상징과 복선을 많이 보여준다. 철가면, 사슴머리, 우유, 무지개 색 시리얼. 각각의 소품은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중요한 영화적 장치다. 그리고 흑과 백이라는 '시각적 요소"와 '검은구멍'이라는 공간적 요소도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최면술사인 로즈의 엄마, 미시[캐서린 키너]에게 최면이 걸릴 때마다 빠져버리는 검은 구멍을 표현하는 감독의 연출 방식은 특이했다.

로즈의 어머니는 정신과 의사이자 최면술사다. 크리스는 로즈의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던 중 최면에 빠진다. 최면은 로즈의 가족이 크리스를 비롯한 건강한 신체를 가진 흑인들의 육체를 빼앗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크리스가 최면에 빠지면 검은 구멍으로 빠져 버린다. 심지어 관객들 마저도 집단 최면에 빠질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로즈가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의 최면에 걸린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잠시였지만 나 또한 내 인생의 한 지점에 누군가에게 최면이 걸린채 현재를 살고 있는게 아닐까.

이 영화의 또다른 특징은 배우들의 '부자연스러운' 몸짓과 표정이다. 특히 영혼이 탈탈 털린듯한 흑인 배우들의 표정이 압권이다. 하지만 그들의 어색함은 발연기가 아니다. 어색한 표정과 몸짓, 맥락이 없는 대사등. 그런 부자연스러움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공포와 불안의 색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움과 어색함의 차이가 색다른 불안과 공포를 안겨준다. 도로에서 사슴이 튀어 나오는 첫 장면만 제외하면 기존의 공포 영화처럼 심장이 쫄깃거리며 놀랄만큼 무언가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등장인물들이 괴성을 지르지는 않지만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무섭다.

 겟아웃 스틸컷

겟아웃 스틸컷 ⓒ 유니버설스튜디오


인종차별이라는 역사의 기원을 찾아서

세상의 모든 '차별'은 기준을 정하는것부터 시작된다. 기준이 있으면 편리하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미터법이나 킬로그램, 표준시처럼 완벽함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특정한 요소나 사물이어야 한다. 인간이라는 결코 권리를 침해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설령 그게 가능하더라도 인간에게 '완벽함'은 가능할까? 완벽함이 가능하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완벽한 신체, 똑똑함, 상대를 설득하는 달변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인종차별의 역사는 말해준다. 백인이 우월하다는, 게르만족이 우월하다는, 일본인이 우월하다는, 혹은 완벽하다는 인간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에서 세상의 모든 인종차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겟아웃 스틸컷

겟아웃 스틸컷 ⓒ 유니버설스튜디오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기존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던 인식을 뒤집는다. 이 장면은 수미상관처럼 영화 초반 로즈가 도로에서 사슴을 치고 난 후 백인 경찰이 크리스에게 보였던 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 장면은 무의식중에 인종차별과 편견으로 사로잡힌 이들을 향한 감독의 의도된 뒤통수 때리기가 분명하다. 아직 폭염이 가시지 않은 여름날 저녁에 색다른 공포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시기를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페이스북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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