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스리런 홈런 날리는 두산 오재원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무사 1, 2루 상황 두산 오재원이 중월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역전 스리런 홈런 날리는 두산 오재원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무사 1, 2루 상황 두산 오재원이 중월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몇 년간 두산의 고민 중 하나는 '덕아웃 리더'였다. 이종욱, 손시헌과 같은 고참급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덕아웃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리더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선수단 개편을 통해 평균 연령이 낮아지는 과정에서 확실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던 2015년, 그 때 두산의 주장은 오재원이었다. 베테랑은 아니었으나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극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고, 그 해 11월에 열린 '프리미어12'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2016년과 2017년 2년간 김재호가 맡았던 주장직이 3년 만에 다시 그에게 넘어왔다. 더 이상 두산에 덕아웃 리더가 없다는 이야기는 없다. 올 시즌 두산의 독주 체제에 있어서도 '주장' 오재원의 존재감은 크게 느껴진다.

멈추지 않는 두산의 질주, 그 중심엔 오재원의 활약이 있다

오재원은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6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팀의 후반기 첫 승을 이끌었다. 8회말 무사 1, 2루에서 오현택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포로 홈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날 오재원의 활약상은 6회말부터 시작됐다. 6회말 무사 1, 2루에서 희생번트에 성공해 루 상에 있는 주자들이 진루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후속 타자 이우성의 1타점 적시타로 경기 개시 이후 처음으로 두산이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번트를 성공하지 못했다면 점수가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8회말에 정점을 찍었다. 6회말과 마찬가지로 무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은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으나 파울이 됐고, 2구째는 볼이 들어왔다. 주자를 보내는 시나리오를 생각하던 그는 3구째에 번트가 아닌 강공을 택했고, 이 타구는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홈런이 됐다. 비거리는 무려 130m로, 올시즌 99번째 안타이자 9번째 홈런이었다.

4월까지 주춤했던 오재원의 방망이는 5월부터 불을 뿜었다. 5월 타율 0.352 2홈런 15타점으로 타격감을 조율했고, 6월에는 타율 0.366 5홈런 22타점으로 완전히 물오른 모습이었다. 7월에도 10경기 동안 타율 0.353 1홈런 5타점을 기록, 여름이 되도 그의 타격감은 여전히 뜨겁다.

내친김에 커리어하이 시즌까지 바라본다. 올시즌 전까지 타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14년(0.318)이었고, 최다 홈런 시즌은 2015년(11개)이었다. 이대로라면 타율, 홈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타격 기록에서 커리어하이를 찍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해의 부진을 완전히 씻어냈다.

경기 외적으로도 주장다운 오재원, 두산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라운드 밖에서도 '주장의 품격'은 계속된다.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선수들의 출근을 기다리는 팬들의 사인 요청을 외면하지 않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오재원이다. 이를 보는 후배 선수들도 대부분 오재원을 따라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응한다. 잠실구장이든 원정 출근길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지난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응원 팔찌인 '희망나비 팔찌'를 20여 개 구입하고 팔찌를 자신의 SNS 등을 통해 널리 홍보하기도 했다. 프리미어12에서 직접 배팅볼 투수로 나서거나 불펜 포수들에게 삼겹살 파티를 열어준 것, 지난 3월 5일 '국세청장 표창장 수상' 등 팬서비스 이외에도 그와 관련한 미담은 끊이질 않는다.

경기 중에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자청하다보니 타 팀 팬들로부터 종종 미움을 받곤 했으나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오히려 타 팀 팬들도 두산에서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단순히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만이 아닌, '프로 선수'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있다.

두산팬들은 이제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오재원은 그 걱정마저 불식시켰다. 내야 자원이 많은 두산이라고 하더라도 내야진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다. 오재원의 활약 여부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올시즌을 통해 그대로 보여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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