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새벽(이하 한국 시간) 부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의 16강전이 모두 종료됐다. 이제 월드컵은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뒤, 8강전 4경기를 치른다. 조별리그 시기에는 쉴 틈도 없이 달려왔지만, 토너먼트는 다음 라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이틀 씩의 휴식 일정이 끼어있다.

월드컵에 참가했던 32개국 대표팀들도 조별리그가 끝난 뒤 절반이 고국으로 돌아갔고, 16강전이 끝난 지금도 탈락한 8팀이 짐을 싸서 돌아가고 있다. 이제 남은 8팀 중 8강전에서 승리하는 팀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7경기(조별리그 포함)를 모두 치를 수 있지만, 패하는 4팀은 1주일 먼저 짐을 싸서 돌아가야 한다.

8강까지 생존한 팀은 대진표 순서대로 우루과이(A조 1위), 프랑스(C조 1위), 브라질(E조 1위), 벨기에(G조 1위), 러시아(A조 2위), 크로아티아(D조 1위), 스웨덴(F조 1위) 그리고 잉글랜드(G조 2위)이다. 조별리그 1위로 16강에 진출했던 팀 중 6팀이 살아남았으며, 2위로 진출했던 팀은 2팀만 살아남았다.

8강 중 유럽 6팀, 남미 2팀... 북중미, 아시아는 16강 약진

8강까지 살아남은 팀들을 대륙 별로 나눠보면 유럽 대륙에서 6팀이, 남아메리카(이하 남미) 대륙에서 2팀이 살아남았다. 남미에서는 초창기에 2번 우승한 경험이 있는 우루과이(1930, 1950 우승), 월드컵 개근 및 최다 우승 팀인 브라질(5회 우승)이 8강까지 살아남았다.

역시 월드컵 2회 우승 경력이 있는 아르헨티나(1978, 1986 우승)는 16강전 첫 일정부터 프랑스를 만나는 바람에 일찌감치 짐을 쌌다. 월드컵에서 8강이 최고 기록이었던 콜롬비아(H조 1위)는 4일 새벽 잉글랜드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으나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지난 6월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유럽에서는 우승 경험이 있는 전통적인 강호들과 최근 FIFA 랭킹 상위권에 올라온 신흥 강호들이 일부 눈에 띈다. 우승 경험이 있는 팀들 중에서는 프랑스(1998 우승)와 잉글랜드(1966 우승)만 8강까지 살아남았다. 4회 우승의 이탈리아는 스웨덴에게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본선에 나오지도 못했고, 역시 4회 우승의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와 대한민국에게 패하며 광탈했다.

아직 우승 경험이 없는 벨기에(월드컵 최고 성적 4위)와 러시아(최고 성적 소련 시절 4위), 크로아티아(최고 성적 3위) 그리고 스웨덴(1958 준우승) 4팀은 월드컵 첫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월드컵에서는 4강 이내 최상위권 성적과는 큰 인연이 없었던 팀들이지만 둥근 축구공이 어디로 굴러갈 지 모르는 만큼 이들에게도 가능성은 있다.

북중미 카리브해(아래 북중미) 팀들 중에서는 멕시코가 유일하게 16강까지 올라왔다. 사실 멕시코는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스웨덴에게 0-3으로 대패하며 가능성의 희박해졌으나 대한민국이 독일을 F조 최하위로 끌어내린 덕분에 16강 진출을 "당했던" 입장이었다. 멕시코는 16강전에서 하필이면 최다 우승 팀 브라질을 만나는 바람에 7회 연속 16강까지만 진출하는 징크스를 이어가게 됐다.

아시아에서 출전한 5팀은 모두 승점을 챙겼고, 호주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모두 1승 이상을 거두며 약진했다. 사우디아라비아(A조 3위)와 대한민국(F조 3위)은 3차전 승리를 통해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뒀고, 이란은 B조에서 승점 4점을 올리며 분전했으나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지만 일본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만은 못하다. 콜롬비아를 상대로 1승을 챙겼지만, 경기 시작 3분 만에 콜롬비아 선수의 퇴장과 함께 패널티킥을 얻어내며 사실상 핸디캡 매치를 승리했다. 폴란드와의 경기에서는 지나친 시간 끌기 플레이로 야유까지 받았다.

16강전에서 벨기에를 상대로 먼저 2골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일본은 막판 집중력이 떨어지며 종료 직전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16강에 올라가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일본은 11명이 뛴 팀을 상대로는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셈이다.

일본의 시간 끌기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본 팀은 옐로우 카드 2장 차이로 페어 플레이 점수가 밀렸던 세네갈이었다. 세네갈이 승점 4점을 거두고도 16강에 올라가지 못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은 이번 대회 16강에 한 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이집트, 모로코, 나이지리아, 튀니지 포함 5팀 출전).

사실상 결승전 같은 8강 대진표

이제 8강전 대진표 작성이 완료됐다. 8강전 1경기와 2경기 승자가 4강전 1경기에서 맞붙고, 8강전 3경기와 4경기 승자가 4강전 2경기에서 붙게 된다. 그런데 대진표를 보면 4경기 모두 흥미로운 대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1경기부터 우루과이와 프랑스가 격돌한다. 초창기 시대에 2번 우승했던 우루과이는 이후 우승권에서는 살짝 멀어졌지만,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 4강까지 진출하는 등 우승 후보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 승률 100%를 기록하며 4전 전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98년에 우승했던 프랑스도 20년 만에 우승 탈환을 노린다. 프랑스도 우승(1998)과 준우승(2006) 한 차례 씩을 제외하고는 결승 문턱에서 멈췄던 적이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8강전 첫 경기부터 명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2경기에서는 FIFA 랭킹 2위 브라질과 3위 벨기에가 만난다. 브라질은 월드컵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으며, 4위가 최고 성적인 벨기에는 이른바 "황금 세대"라 불리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첫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벨기에가 아직 우승 경험은 없지만, FIFA 랭킹 2위와 3위가 만났다는 점에서 화제를 끄는 경기다.

 2018년 6월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 벨기에와 튀니지의 경기. 벨기에의 에당 아자르(가운데)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8년 6월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 벨기에와 튀니지의 경기. 벨기에의 에당 아자르(가운데)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8강전의 경기들 중 가장 낮은 8일 새벽 3시에 열리는 3경기는 개최국 러시아와 D조 1위 크로아티아의 경기다. 크로아티아는 1998년 프랑스 대회에 첫 출전했을 때 3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8강까지 올라온 적이 처음이다. 하지만 최고 성적을 노리는 8강 문턱에서 만난 상대가 하필이면 개최국이라는 점이 심리적으로 불안 요소가 됐다.

개최국 러시아 역시 소련 해체 이후로 토너먼트 진출은 처음이다. 8강전까지 진출했던 대회도 3번(1958, 1962, 1970)이나 있었던 러시아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무려 52년 만에 4강 진출을 넘어 월드컵을 처음 개최한 이번 기회에 우승까지 노릴 기세다.

러시아는 16강전에서 상대 팀의 징크스를 좋게 활용하여 올라왔다. 스페인은 개최국에게 승리하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2002년에도 대한민국과 무승부(승부차기 탈락)를 기록한 사례가 있었다. 스페인은 이번에도 개최국 러시아와 무승부(승부차기 탈락)를 기록하며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8강전 4경기는 스웨덴과 잉글랜드의 대진이다. 스웨덴은 준우승을 제외하고 4강에 들었던 적이 3번(1938, 1950, 1994)이나 있었지만,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 대회에서 우승한 적을 제외하면 4강에 올라갔던 적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밖에 없었다(유로 우승 경험은 없음). 게다가 잉글랜드는 1968년부터 2011년까지 스웨덴을 이기지 못했던 징크스도 있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가장 무시무시했던 승부차기 징크스를 깨뜨렸다. 1990년 서독과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잉글랜드는 월드컵과 유로 대회에서만 러시아 월드컵 이전까지 승부차기 1승 6패 기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철저한 대비 훈련까지 했고, 결국 콜롬비아를 상대로 승부차기 약점을 극복해냈다.

우승 경험은 4팀뿐, 새로운 우승국 등장하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8강에 올라온 팀들 중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본 팀들은 브라질(5회), 우루과이(2회), 잉글랜드(1회) 그리고 프랑스(1회) 4팀이다. 스웨덴의 최고 기록은 준우승이며, 크로아티아의 최고 기록은 3위 그리고 벨기에와 러시아의 최고 기록은 4위다.

월드컵에서 토너먼트가 진행되다 보면 한 번은 등장하는 떡밥이 바로 새로운 우승국의 등장이다. 황금 세대라 불리는 벨기에는 그 명성에 걸맞는 우승 경험이 아직까지 없으며, 크로아티아는 첫 출전인 1998년 이후 20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다. 러시아도 무려 48년 만에 8강에 올랐으며, 스웨덴 역시 1994년 미국 대회(3위) 이후 24년 만에 8강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의 길은 험난하다. 벨기에는 16년 만에 월드컵에서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을 만나게 됐고(2002년 16강전 0-2 패), 스웨덴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 상대라 할 수 있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만났다. 러시아와 크로아티아는 서로 맞붙게 되면서 둘 중 하나는 첫 우승의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 한다.

이전까지 20번의 월드컵 중 개최국이 우승했던 사례는 총 6번이 있었다. 순서대로 우루과이(1930), 이탈리아(1934), 잉글랜드(1966), 독일(1974 서독), 아르헨티나(1978) 그리고 프랑스(1998)였다. 확률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 중 독일을 제외한 나머지 5팀들이 개최국 자격으로 첫 우승을 했다.

일단 첫 우승에 도전하는 4팀 중에서는 개최국 러시아가 대진운이 그나마 좋은 편이다. 크로아티아와의 8강전에서 승리하고 나면 스웨덴과 잉글랜드의 승자와 4강전을 치른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을 만나려면 결승까지 가야 하는 만큼 다른 경기를 치르는 팀들에 비해 결승까지 가는 길이 다소 가벼운 편이다.

 1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한 러시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한 러시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4강전부터 일정도 러시아에게 유리한 편이다. 4강전부터 결승전까지는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경기장 2곳만 계속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러시아는 A조 2위로 16강에 오른 덕분에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8강전을 치른 뒤 4강전과 결승전을 모두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치르는 일정이 됐다.

88년의 월드컵 역사에서 영원한 강팀도 없었고, 항상 강팀만 이기는 경기도 없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 독일을 이겼던 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팀이 승리하는 경기도 많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우승국이 탄생했고, 그들의 도전 속에 전통 강호들이 우승하는 대회도 있었다. 8강들 중 정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주인공은 어떤 팀이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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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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