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홈> 포스터.

영화 <홈>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열네 살 준호는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서는 그리 예쁨을 받진 못하는 것 같다. 준호에게는 어린 동생 성호가 있다. 귀엽고 똘망똘망한 동생을 돌볼 때면 이런저런 시름을 잃는다. 아빠는 없는 듯하고 엄마 선미는 보험일에 치여 집안을 잘 돌보지 못한다.

그런 엄마마저도 준호와 성호의 눈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이 없다. 그녀와 함께 사고를 당한 이는 그녀가 바람핀 유부남 강원재의 부인이다. 원재는 보살펴줄 이 없는 성호를 딸 지영이 있는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성호는 엄마와 강원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준호의 아버지는 따로 있다.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준호다. 선미는 상태가 좋지 않고, 원재는 준호를 보살필 법적 의무는 없다. 심적 의무는 더욱 없어보인다. 하지만, 성호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당분간만 함께 살고자 한다. 점점 가족의 형태를 띠어가는 그들이지만, 선미만 세상을 떠나고 강원재의 부인은 살아날 기미를 보인다. 원재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준호의 앞날은 어떨까.

독립영화 제작사 아토ATO의 야심작

 영화 <홈>의 한 장면.

영화 <홈>의 한 장면. ⓒ 리틀빅픽처스


영화 <홈>은 지난 2016년 <우리들>과 2017년 <용순>에 이은 관계&성장 3부작의 마지막이다. 독립영화 제작사 '광화문시네마'와는 다른 시선의 독립영화를 내놓고 있는 '아토ATO'의 세 번째 야심작이기도 하다. 아토ATO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기획 전공 출신 프로듀서들이 모여 만든 제작사라고 한다.

김종우 감독은 이 영화 이전의 두 단편을 통해 끔찍한 상황에 처한 이들의 이야기를 내보였다. <홈> 또한 끔찍한 상황에 처한 소외된 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들>이 '권력'을 <용순>이 '심리'를 또 하나의 주요 테마에 상정한 것처럼 <홈>은 '가족'을 또 하나의 주요 테마에 상정했다. <우리들>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반면 <용순>은 미진했는데 <홈>은 어떨까?

아이들과 어른들

 영화 <홈>의 한 장면.

영화 <홈>의 한 장면. ⓒ 리틀빅픽처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그래서 가족이나 가정을 콘텐츠화시켜 보여줄 때는 행복이 아닌 불행으로 점철된 이야기를 만드는가 보다.

영화 <홈>은 열네 살 준호가 주인공이다. 엄마 선미의 무관심에 가까운 행태에도 동생 성호를 잘 보살펴온 준호다. 그런 그에게 우유부단하지만 착한 면이 있는 원재, 그리고 동생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그렇게 만든 어른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막장이다. 선미는 결혼해 준호를 낳았고 바람을 펴 원재와의 사이에서 성호를 낳았고 원재는 부인과의 사이에서 지영을 낳았다. 준호의 아빠는 떠났고 선미 혼자 준호와 성호를 키우는 와중에 원재의 부인이 찾아와 함께 어디론가 가는 도중 동반 교통사고가 나 의식불명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원재와 준호와 성호와 지영은 한 가족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의 제목이 'house' 가 아닌 'home'이라는 점에 어떤 방점이 찍히는 것일까? 단순한 객체로서의 '집'이 아닌 가족이 사는 주체로서의 '집' 말이다. 막장과 천진난만함 사이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준호가 아닌, 이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이 둘 사이를 잇는 유일한 끈으로서의 준호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런 가족도, 이런 집도 있는 법이다.

관계와 가족

 영화 <홈>의 한 장면.

영화 <홈>의 한 장면. ⓒ 리틀빅픽처스


어른들과 아이들, 가족과 가족, 학교와 집, 준호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맴돌 뿐이다. 열네 살이라는 어른도 아닌 아이도 아닌 나이, 죽어가는 엄마 선미 하나로 이어질 뿐인 가족의 끈, 자기를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는 학교와 자기가 보살펴야 하는 동생들이 있는 집. 그 경계에서 준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별로 없다.

찰리 채플린이 말했던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이 가족의, 이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은 분명 희극처럼 보일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웃음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희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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