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뉴웨이브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1947~2007)의 마지막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

대만 뉴웨이브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1947~2007)의 마지막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 ⓒ (주)리틀빅픽처스


대만 뉴웨이브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1947~2007) 감독이 만든 모든 영화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그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영화에는 늘 죽음이 있었다. 죽음은 언제나 불현듯이 찾아오지만 에드워드 양의 영화에서의 죽음은 더더욱 그랬다. 어떤 낌새도 주지 않다가 불쑥 찾아온 죽음의 기운.

<비정성시>, <자객 섭은낭>을 연출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젊은 날을 볼 수 있는 <타이페이 스토리>(1985), 소년 장첸의 앳된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의 죽음이 그 어떤 영화 속의 죽음보다 뚜렷이 기억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찾아와 결말로 자리 잡은 비극 탓인 것 같다.

지난 28일, 18년 만에 국내에서 재개봉으로 관객과 만난 <하나 그리고 둘>(2000)에도 어김없이 죽음이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하나 그리고 둘>의 죽음은 <타이페이 스토리>,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만큼 끔찍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하나 그리고 둘> 속 죽음이 보여준 강도가 앞서 두 영화에 비해서 덜하지는 않다. <하나 그리고 둘>에서도 <타이페이 스토리>,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처럼 우발적인 살인사건이 등장하며, 몇몇 인물들은 파국을 맞는다. 차이가 있다면 우발적인 살인사건으로 발생한 비극이 주인공에게 다소 비켜나 있다는 점이다.

꼬마 사진가가 찍은 사람들의 뒷모습

 대만 뉴웨이브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1947~2007)의 마지막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

대만 뉴웨이브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1947~2007)의 마지막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 ⓒ (주)리틀빅픽처스


양양(조나단 창)의 외삼촌 아디(진희성)의 결혼식으로 시작하는 <하나 그리고 둘>은 양양 외할머니의 장례식으로 마무리된다. 일 년 중 가장 길하다는 날에 아디의 결혼식을 올린 양양의 가족들은 이날 훗날 그들 각자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과 사건과 조우하게 된다. 양양의 아버지 NJ(오념진)는 30년 만에 첫사랑과 마주치고, 아디의 옛 애인은 결혼식 피로연장에 찾아와 난동을 피운다. 몸이 좋지 않은 외할머니를 모시고 집에 잠시 들른 양양의 누나 팅팅(켈리 리)은 옆집에 새로 이사 온 리리와 그녀의 남자친구 패티와의 데이트 장면을 목격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디의 결혼식을 마친 양양의 가족들은 양양의 외할머니가 쓰러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삶은 언제나 불확실하고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다가올 재앙을 막아보고자 점괘를 보기도 하고, 신에게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안감을 쉬이 떨쳐내지 못하는 것은, 점괘와 종교 또한 확실한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양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늘 불안에 떨고 있으며, 행여나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을까 봐 조바심을 내고 주변인들을 닦달한다.

그렇게 불운을 피하기 위해 이것저것 다 해보았지만,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늘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다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디의 결혼식부터 양양의 외할머니의 임종까지 많은 일을 겪게 된 양양의 가족들은 그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아주 큰 폭풍은 슬그머니 지나가 버린다. 173분의 긴 러닝타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 같은데, 영화가 끝나고 보니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진다. 이는 이 영화를 본 관객들뿐만 아니라, 영화 속 주인공들도 자신의 지나간 삶을 두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했던 일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별일 아닌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만 뉴웨이브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1947~2007)의 마지막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

대만 뉴웨이브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1947~2007)의 마지막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 ⓒ (주)리틀빅픽처스


가족들이 이런저런 일로 괴로워하는 사이, 유일하게 폭풍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켜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양양은 카메라를 든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은 남들이 보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양양은 아버지 NJ의 조언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이것저것 찍기 시작한다.

사진 찍는 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누르기만 바쁜 초보 사진가의 작품은 당연히 어설프고 초점이 빗나가 있다. 그러나 이 꼬마 사진가가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서 찍었을 사람들의 뒤통수 사진을 보는 순간 숙연함이 감돈다. '나'는 나의 뒷모습을 볼 수 없지만, '나' 아닌 누군가는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반대로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또 다른 무언가를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이 <하나 그리고 둘>인 것은 이런 연유에서겠다.

에드워드 양 감독이 영화팬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 <하나 그리고 둘>

 대만 뉴웨이브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1947~2007)의 마지막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

대만 뉴웨이브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1947~2007)의 마지막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 ⓒ (주)리틀빅픽처스


화제를 돌려 <하나 그리고 둘>이 세상에 공개된 지 18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영화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은 이 영화가 가진 영화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에 있다.

양양의 누나 팅팅의 비극적인 첫사랑으로 등장하는 패티는 자신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도중, "영화는 현실과 닮아 있어,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지"라는 말을 남긴다. 영화야말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인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매체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등장인물들이 보지 못하는 그들 각자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터라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뒷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양양의 가족들에게 벌어진 수많은 일들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때로는 마치 자기 일처럼 가슴 아파하며 마음 졸이며 바라보던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길흉화복으로 점철된 우리의 인생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

허우 샤오시엔, 차이밍량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의 주요 기수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이 영화팬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 <하나 그리고 둘>은 평생 잊지 못할 '인생 영화'다.

 대만 뉴웨이브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1947~2007)의 마지막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 포스터

대만 뉴웨이브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양(1947~2007)의 마지막 영화 <하나 그리고 둘>(2000) 포스터 ⓒ (주)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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