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가 다득점 경기를 펼치던 개최국 러시아를 잠재우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이 이끄는 우루과이 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의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3전 전승 골득실 +5 실점0'이라는 완전무결한 성적을 만들어낸 우루과이는 A조 1위로 가볍게 16강에 올랐다.

이로써 우루과이는 오는 7월 1일 오전 3시 1승 2무의 성적을 기록하고도 스페인에게 다득점에서 밀려 B조 2위를 차지한 포르투갈과 16강에서 격돌할 예정이다. 특히 우루과이의 스트라이커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에게 러시아전은 '월드컵에서 카바니가 골을 넣으면 우루과이가 패한다'는 해묵은 징크스를 날려 버렸기에 더욱 뜻 깊은 경기였다.

이탈리아 세리에A와 프랑스 리그앙 득점왕을 휩쓴 세계적인 골잡이

지난 2000년 우루과이의 축구클럽 다누비오 FC의 유소년 클럽에서 축구를 배웠던 카바니는 2006년 성인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10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7년1월에는 U-20 남미 챔피언십에 출전해 9경기 7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남미 최고의 스트라이커 유망주로 떠올랐다. 유럽의 여러 빅클럽으로부터 구애를 받던 카바니는 2007년 1월 세리에A의 US팔레르모로 이적했다.

팔레르모에서 3년 동안 활약한 카바니는 2010-2011 시즌 SSC나폴리로 임대되면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열었다. 2011년 나폴리로 완전 이적한 카바니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에세키엘 라베시(허베이 화샤),슬로바키아 출신의 마렉 함식과 함께 나폴리 공격의 삼각편대를 형성하며 맹활약했다. 특히 2012-2013 시즌에는 23골로 세리에A 득점왕을 차지했다. 당시 카바니의 나이는 고작 만26세였다..

세리에A의 최정상급 스트라이커로 도약한 카바니의 몸값은 다시 치솟았고 카바니는 이탈리아 무대를 떠나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당시 파리 생제르맹의 원톱 스트라이커는 195cm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갤럭시)였고 186cm의 카바니는 어쩔 수 없이 윙 포워드로 포지션을 옮겨야 했다. 낯선 포지션에서 카바니의 재능이 온전히 발휘될 수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

미국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 지난 7월 29일 미국 일리노이스 시카고 솔저 필드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경기에서, 파리 생제르맹 FC의 공격수 에딘슨 카바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수 달레이 블린트와 공싸움을 벌이고 있다.

▲ 미국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 지난 2015년 7월 29일 미국 일리노이스 시카고 솔저 필드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경기에서, 파리 생제르맹 FC의 공격수 에딘슨 카바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수 달레이 블린트와 공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EPA


설상가상으로 카바니는 즐라탄의 부상으로 원톱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2014-2015 시즌 18골을 기록하고도 부진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워낙 비싼 돈을 주고 영입하며 큰 기대를 걸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바니는 2016-2017 시즌 35골, 2017-2018 시즌 28골로 두 시즌 연속 리그앙 득점왕을 차지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특히 앙헬 디마리아, 네이마르 같은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카바니의 득점력은 더욱 물이 올랐다.

카바니는 두 시즌 연속 프랑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스트라이커였음에도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대우 받진 못했다. 파리 생제르맹은 언제나 많은 투자로 화려한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프랑스리그 자체가 유럽의 빅리그로 인정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카바니가 동갑내기 루이스 수아레스(FC바르셀로나)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유럽대항전이나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이 필요했다.

러시아전 쐐기골로 8년 묵은 월드컵 저주 풀어낸 카바니

카바니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출전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디에고 포를란, 수아레스와 함께 우루과이 공격의 삼각편대로 활약하며 6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5골로 대회 골든볼을 수상한 포를란, 대회 3골과 함께 가나전 '구국의 선방'으로 우루과이를 4강으로 이끌었던 수아레스에 비해 카바니의 활약은 초라했다. 독일과의 3-4위전에서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을 기록했지만 그 경기에서 우루과이는 독일에게 2-3으로 패했다.

월드컵과 카바니의 악연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이어졌다. 카바니는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전반 24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후반전에서 거짓말처럼 내리 3골을 허용하며 1-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수아레스가 '핵이빨 사건'으로 징계를 받아 출전하지 못했던 콜롬비아와의 16강전에서는 0-2로 패하며 멀티골을 기록한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스타 탄생'을 쓸쓸히 지켜봐야 했다.

따라서 카바니는 전성기의 기량으로 나설 수 있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지도 모르는 이번 대회를 맞는 각오가 남달랐다. 타바레스 감독도 카바니의 기량을 인정해 꾸준히 수아레스와 함께 투톱으로 기용하고 있다. 하지만 카바니는 이집트전과 사우디전에서 골을 신고하지 못했다. 반면에 수아레스는 사우디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하며 '수아레스 골=우루과이 승리'라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계속 이어갔다.

우루과이는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수아레스의 선제골과 데니스 체리셰프(비야레알)의 자책골로 여유 있게 앞서 나갔다. 반면에 카바니는 후반 종료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경기는 2-0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카바니는 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디에고 고딘(AT마드리드)의 헤더가 이르고 아킨페프 골키퍼(CSKA모스크바)의 선방에 막힌 것을 왼발로 가볍게 밀어 넣어 이번 대회 첫 골을 기록했다.

단지 승부를 결정짓는 흔한 골이었지만 카바니는 마치 결승골이라도 넣은 것처럼 감격했고 동료들도 카바니를 격하게 안아주며 골 뒤풀이를 함께 했다. 비록 극적인 골은 아니었지만 '카바니가 골을 넣으면 우루과이는 패한다'는 지긋지긋한 저주가 드디어 풀렸기에 카바니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골이었다. 이제 이탈리아와 프랑스리그의 득점왕을 차지했던 걸출한 스트라이커 카바니의 봉인(?)이 풀린 우루과이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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