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가장 '핫한' 시간대다. 그래서 각 방송사는 출퇴근 시간에 방송하는 시사프로그램에 공을 들인다. 대다수가 오전 출근시간에 시사프로그램을 편성한 까닭에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오후 2시에는 시사를 이야기하는 주파수가 거의 없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려 했던 것일까? KBS는 최근 라디오 개편을 통해 이 시간대에 시사프로그램인 <오태훈의 시사본부>를 편성했다.

<오태훈의 시사본부>의 목표는 어려운 시사 문제를 점심시간 시사토크쇼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주는 것이다. 특히 주목도가 떨어지더라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은 함께 논의하는 등 노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태훈 KBS 아나운서는 2년 6개월의 공백을 깨고 진행을 맡았다. 방송에 대한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오 아나운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오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KBS 1라디오의 부활'이라 생각하고 즐거운 프로그램 만들 것"

- KBS 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를 진행한 지 한 달이 되어갑니다. 어떻게 보내셨어요?
"정말 정신없이 보냈네요. 기존에 있던 프로그램을 이어서 맡은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새롭게 계획하고 런칭해 태어난 프로그램이라 계획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생각보다 KBS 라디오 시사가 많이 무너져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KBS 1라디오는 2003년 정연주 사장 당시, 처음으로 뉴스 시사 채널로 개편을 단행해 한동안 좋은 시사 채널로 자리를 잡아 왔었습니다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는 KBS 1라디오가 가장 집중적인 억압을 받았어요. 이명박 대통령 주례연설 등 정권을 독점 홍보하는 장으로 바뀌어서 청취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들어왔죠.

이번 1라디오 개편은 KBS 라디오의 위상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붕괴됐던 공영방송의 기능을 다시 세워야 하는 과제 속에 출범한 것이죠. 그 와중에 <시사본부>를 맡게 됐는데, 국민의 눈높이에 맞고 국민과 함께하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 속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고민도 많았어요. 이 고민은 한동안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아직 초반이고 인지도도 많이 낮지만, 라디오는 금세 바뀌지 않아요. 차츰 노력하다 보면 공영방송으로서 과거 1라디오의 위상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 '생각보다 많이 무너졌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로 망가졌다는 뜻인가요?
"우선 사람들이 KBS라디오에 출연을 잘 안 하려고 해요. 저희 프로그램에 모시고자 하는 분들이 있어서 연락드리면 'KBS에 내가 나가도 돼요?', '가서 마음대로 이야기해도 문제 되지 않을까요?'라고 걱정하거나 아직도 KBS가 과거와 같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꽤 계셨어요. 과거 방송 제약이나 '블랙리스트' 파문 등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이 아직도 많다는 거죠. 제작진들도 고민이 많았는데요. 이제 바뀐 상황이 많이 알려지면 달라질 것이라 믿어요."

- <오태훈의 시사본부>는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최근 아침 출근길 시사프로그램이 많아졌어요. 한데, 정오에 시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아요. 이유가 있죠. 점심시간은 몰입도나 집중도가 떨어지는 시간이기도 하고, 점심시간과 겹쳐서 연사를 섭외하거나 출연하기 좋은 시간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KBS 라디오는 정오 시사를 오랫동안 꾸준히 지켜왔던 역사가 있습니다. 과거 <라디오 정보센터, OOO입니다> 등을 기억하실 거예요. 이번에 그 시간대를 복원한 것이고, 그 위상을 되찾고자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오태훈의 시사본부>는 정오 시사프로그램의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 프로그램의 부활은 'KBS 1라디오의 부활'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재밌고 즐거운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어요."

- KBS 1라디오의 부활이라고 하셨는데 제목을 왜 <오태훈의 시사본부>로 한 거죠?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KBS 라디오가 시사를 많이 다루지 않았고 민감한 주제도 깊이 다루지 못한 상황이었고 일부에서는 시사를 거의 하지 않는 채널로 아는 사람이 꽤 있었죠. 때문에 정보센터 이미지로 가게 되면 단순히 정보를 전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시사'나 '뉴스'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고 싶었죠. 후보군이 많았고 독특한 이름도 많았습니다만, 논의 끝에 '시사본부'라는 이름이 친근감 있고 (청취자들이) 시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겠다 싶어 이렇게 정했죠."

"사람들이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 찾는 이유? 엄격하고 치우치지 않으니까"

 <오태훈의 시사본부>를 진행 중인 오태훈 KBS 아나운서

<오태훈의 시사본부>를 진행 중인 오태훈 KBS 아나운서ⓒ 오태훈 제공


- 시사프로 진행 제의가 왔을 때 어떠셨어요?
"처음에는 많이 주저했었어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하기도 했어요. 왜 그랬냐면 제가 아나운서지만 방송을 떠나 있던 시간이 꽤 길었고, 복귀하자마자 나름대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덜컥 맡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고민도 했었습니다. 제가 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에서 부위원장 직책을 맡다 보니 아나운서로서의 역할을 2년 6개월 정도 하지 못했습니다. 2008년부터 언론 정상화와 KBS 방송 독립을 위해 계속 싸우다 보니 회사 눈 밖에 나기도 했었죠. 어려움 속에서 다행스럽게 KBS를 바꿀 수 있었고, 공영방송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 복귀하고 바로 시사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망가진 채널을 되살리기 위해 훌륭한 외부 인사들이 오시겠다고 하신 상황에서 내부 인력도 역할을 해야겠다 싶었고요. 계속 주저하고 '나 외에 다른 친구들이 하겠지' 하고 고사하는 것보다 밖에서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 못지않게 안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하지 않겠냐'는 권유가 많았습니다. 제 직종이 아나운서이니 방송을 통해서라도 KBS를 바꾸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함께 하게 되었어요."

- 오랜만에 마이크 잡았을 때 느낌은 어땠어요?
"오랜만에 방송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무척 떨렸어요. 입사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라디오는 계속 진행해왔었지만, 한동안 함께할 수 없었거든요. <시사본부> 진행 첫날 무척 긴장하긴 했지만, 불안하다는 느낌을 청취자에게 전해서는 안 된다 싶어 내심 차분한 듯 진행한 느낌이네요. 방송할 때마다 절제되지만 단호하고, 단호하지만 충분히 생각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매번 살펴보고 침착하게 진행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 미디어 환경이 많이 달라졌는데.
"많이 바뀌고 달라졌죠. KBS가 국민들께 외면받았던 지난 시간 동안에, 특히 라디오 매체는 팟캐스트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 새로운 곳에서 시사를 많이 다루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쪽을 통해서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내용과 정보를 국민들께서 얻기도 했었죠. 그리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상당수의 진행자가 지상파와 주요 매체를 통해 등장하기 시작했죠. 시대적인 흐름이고 청취자께서도 이 흐름에 많은 박수를 보내주고 계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KBS의 내부 인력이 팟캐스트나 유튜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처럼 방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중파는 찾아 듣거나 보는 채널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정도 이상의 제약과 중립이 요구됩니다. 언어 사용에 대해서도 더 엄격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다룰 수 있는 아이템도 조금은 더 신경 써야 하니까요. 그렇기에 더욱 어려운 환경이죠.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그러한 이유 때문에 공중파의 시사프로그램을 원하는 사람들이 계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정제되고 일반적이고 치우치지 않는 방송을 바라는 분들도 꽤 많이 계시니까요. 특히 공영방송은 그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방송은 초 단위로 다투잖아요. 코너가 상당히 많던데, 시간이 촉박하진 않나요?
"지금은 관심이 없더라도, 이런 문제는 꼭 알려야 하거나 고민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이템을 발굴하려 애써요. 되도록 이슈가 되기 전부터 미리 살펴보려 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항상 시간이 모자라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이제는 안 들어도 되는 내용은 없거든요. 예전에는 다루지 말아야 할 것도 많고, 되도록 알리지 않고 대충 마무리해야 할 아이템들이 KBS에는 꽤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충분히 질문하고 충분히 듣고 알릴 수 있는 상황이죠."

- 준비는 어떻게 하세요?
"24시간 하는 것 같아요. 계속 사람들 만나거나 TV 보거나 운전하며 라디오를 듣거나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다뤄보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고 섭외해요. 아직은 제가 여유 없어서 그런지 제 생활의 상당 부분을 <시사본부> 준비하는 데 쓰고 있어요.

무엇보다 저희 시사본부 제작진들이 고생이 많아요. 두 분의 PD와 두 분의 작가가 두 시간 분량의 시사프로그램을 매일 만든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죠. 또 인지도나 많은 부분에서 제 역량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제작진들이 큰 힘을 주고 계셔요. 팀워크만큼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탄탄하고 훌륭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4년 전 KBS에 '문전박대' 당한 세월호 가족, 마침내 제대로 모셨다"

 <오태훈의 시사본부>를 진행 중인 오태훈 KBS 아나운서

<오태훈의 시사본부>를 진행 중인 오태훈 KBS 아나운서ⓒ 오태훈 제공


- 아이템 회의를 통해 주제를 잡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 큰 비중을 두나요.
"오후 시간 프로그램이라 재밌고 즐거운 내용, 중요하지만 타 매체나 방송에서 많이 다루지 않은 내용들을 먼저 찾아보는 편이에요. KBS 시사제작을 담당하는 김현석 기자와 함께하는 'HOT! 뜨는 청원'이라는 코너가 있어요. 이 코너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올라온 내용 중에서 짚어봐야 할 부분을 알리는 코너입니다.

대부분의 뉴스와 프로그램이 청원 수가 20만 넘어간 건을 주로 다루지만, 저희는 20만에는 미치지 않지만 꼭 알려야 하거나 관심받지 못하지만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뤄요. 묻혀 있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부분을 알려드리는 코너죠. 이런 코너와 이슈처럼 미리 살펴보고 짚어야 하는 아이템을 발굴해 방송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또 그런 아이템을 어려운 내용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용어로 풀어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북미 정상회담이죠. 그날은 싱가포르 현장도 연결했었고, 만남이 진행되는 순간에 생방송을 진행할 수 있어서 저도 현장을 보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회담이 좋은 방향으로 전개되어서 의미 있었죠.

또 드루킹 댓글 사건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검 인터뷰는 저희가 단독으로 했어요. 많은 매체에서 허익범 변호사 말고 다른 분이 지명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저희가 좀 발 빠르게 접촉해 인터뷰할 수 있었어요. 특검 관련 인터뷰는 수사를 지휘해야 하고 대상자를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임명 이후 몇 시간만 인터뷰가 가능하죠. 인터뷰 후, 언론을 통해 우리가 애초에 알고 있던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오해 받았던 부분에 대해 해명도 했고 궁금한 부분도 풀린 것이 있어서 의미 있는 인터뷰였죠.

세월호 가족분과의 인터뷰도 잊을 수 없어요. 'KBS 라디오 스튜디오에 4년 만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KBS 직원으로서 죄송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4년 전 영정사진을 들고 KBS 항의 방문을 오셨을 때 그야말로 문전박대를 당하셨습니다. 오늘 여의도 KBS에 오시면서 정말 만감이 교차하셨을 것 같습니다'라고 인터뷰를 시작했죠.

지난해 8월,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에 땡볕 속에서 무대도 없는 곳에서 KBS 정상화를 돕겠다며 수십 분의 세월호 4.16 합창단께서 '돌마고' 집회에 공연을 해주셨었는데요, 당시 사 측은 보안 요원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공연을 차단하려 하기도 했어요. 결국 우여곡절 끝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겨우 공연을 마쳤던 기억이 생생하죠. 이제 상황이 바뀌어 KBS는 정상화되었고 회사도 많이 달려졌잖아요. 세월호 가족들의 '꽃잎 편지 전시회'가 KBS 광장에서 열리게 되었고 바로 그날, 가족분들을 '시사본부' R 스튜디오에 모셨어요. 안정적으로 생방송에 모시는 것은 처음이었죠. 정말 힘들게 인터뷰한 기억이 있습니다."

- 중간중간 실시간 뉴스와 교통상황, 날씨를 전해주잖아요. 흐름이 끊기는 것 같은 느낌도 있는데.
"KBS라디오의 특수성일 수도 있고요. 방송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중간 코너 등으로 인해 흐름이 중단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꾸준히 고정적으로 채널을 청취하시는 입장에서는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이 시간대면 간추린 뉴스를 해주겠네, 지금 교통 상황 정리해줘야 하는데…'라고 인식하시는 청취자가 상당수 계십니다. 고정적인 편성의 중요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요. 또 그 중간 코너를 위해 준비하고 참여하시는 분들의 노고도 상당하고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제 생각에는 KBS가 10년 동안 국민을 위한 방송을 못 했어요. 이제 다시 새롭게 공영방송의 가치를 추구하려고 해요. 한데 그동안 많은 사람이 KBS를 떠났어요. '저희가 왔으니 돌아와 주세요'라는 건 아니고요. 은연 중에 길을 가다, 차를 타다가, 다른 일을 하다가 들리는 방송이 있는데 '어, 그 방송이 그래도 좀 중심을 잡고 방송하네'라거나 혹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주네, 바른 시각을 가지고 있네'라고 생각하시면 저희 방송과 채널로 오실 거라 저는 믿어요.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것 알고 있어요. 진득하게, 꾸준히 이 시간을 지키고 있으니 괜찮다 싶으면 주저 마시고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오태훈의 시사본부>

<오태훈의 시사본부>ⓒ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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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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