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의 클래스를 입증하는 경기였다. 상대가 월드컵 첫 경험을 하는 약체 파나마였다고 하지만 공격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세트 피스를 섬세하게 준비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이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는 한국 대표팀에게도 매우 소중한 지침서였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4일 오후 9시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G조 파나마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의 해트트릭 활약에 힘입어 6-1로 대승을 거두고 벨기에와 함께 16강 진출권을 확보했다.

 24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2차전 잉글랜드와 파나만의 경기.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24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2차전 잉글랜드와 파나만의 경기.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잉글랜드 세트 피스 적중률 50%, 여섯 골 중 3골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도 1-2로 패했다. 스웨덴과의 첫 경기를 0-1로 패한 것보다는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좋아졌기 때문에 낮은 확률이지만 독일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가능성 있는 모든 것들에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파나마를 상대한 잉글랜드 선수들이 벼랑끝에 몰린 한국 선수들에게 세트 피스 준비 요령을 가르쳐준 것처럼 보인다. 잉글랜드의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과 한국 공격의 실질적인 리더 손흥민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FC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3-5-2 포메이션으로 나온 잉글랜드는 이 경기 여섯 골 중 절반에 해당하는 3골을 세트 피스로 만들어냈다. 첫 골부터 코너킥 세트 피스를 완벽하게 성공시켰고, 수비수 존 스톤스가 넣은 네 번째 골은 섬세하게 준비한 프리킥 세트 피스였다. 전반전 종료 직전 해리 케인이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차 넣을 수 있었던 것도 직전 코너킥 세트 피스가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축구장의 모든 기회가 골로 이어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 1%의 작은 가능성이라도 잡아야 할 한국 대표팀 입장에서 순도 높은 잉글랜드의 세트 피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지침서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 치밀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축구장은 물론 우리 인생도 '이만하면 됐지' 하는 생각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큰 구멍을 만들어낸다. 잉글랜드는 수비 조직력이 허술한 파나마를 상대로 전반전에만 무려 다섯 골을 뽑아냈다. 승리를 위한 조건으로 모자람이 없었지만 잉글랜드의 공격은 거기서 대충 끝나지 않았다.

경기 시작 후 8분 만에 잉글랜드는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선취골을 만들어내 대승의 발판을 기분 좋게 마련했다. 키어런 트리피어의 킥이 파나마 골문 앞 11미터 마크 위로 휘어왔을 때 수비수 존 스톤스가 프리 헤더로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이 순간 파나마 선수들은 거친 몸싸움으로 맨투맨 마크를 시도했지만 동료의 스크린 플레이를 이용한 존 스톤스의 몸놀림은 분명히 사전에 약속된 것이었다. 세트 피스는 반복 훈련을 통해 더 치밀하게 계산해야 함을 잉글랜드 선수들이 멋진 선취골로 보여준 셈이다.

40분에 4-0 점수판을 만든 세트 피스 골은 파나마 골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30여 미터 지점 프리킥에 의한 것이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코너킥 세트 피스와 분명히 다른 패턴을 준비한 것이다.

프리킥을 짧게 연결하여 상대 선수들의 오프 사이드 함정 타이밍을 무너뜨린 잉글랜드는 2단계 크로스로 해리 케인의 헤더 패스를 준비했다. 이 패스를 받은 라힘 스털링이 1차 헤더 슛을 시도한 것이다. 파나마 골키퍼 페네도가 쳐냈지만 바로 옆에서 세컨 볼을 기다리고 있던 존 스톤스의 2차 헤더 슛은 빈곳을 정확히 파고들어갔다.

잉글랜드는 전반전 네 골도 모자라 추가 시간에 해리 케인의 두 번째 페널티킥 추가골까지 넣어 하프 타임 점수를 5-0으로 만들었다. 43분에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를 또 한 번 치열하게 준비한 덕분이었다. 골잡이 해리 케인을 따라붙은 파나마 수비수 애니발 고도이가 잡아 넘어뜨린 것도 모자라 목덜미를 때린 것을 그리샤(이집트) 주심이 못 볼 수가 없었다.

62분 잉글랜드 골잡이 해리 케인의 뒤꿈치에 맞은 공이 방향이 바뀌어 멋쩍은 해트트릭이 완성되면서 점수판이 6-0으로 벌어졌지만 파나마 선수들은 월드컵 도전 역사상 첫 골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파나마도 프리킥 세트 피스 만회골(78분)을 터뜨릴 수 있었다. 후반전 교체 선수 둘(히카르도 아빌라 왼발 프리킥 어시스트, 펠리페 발로이 오른발 발리 골)이 만들어낸 작품이기에 그들의 월드컵 첫 골 감격은 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코너킥, 프리킥 세트 피스는 현대 축구에서 득점 확률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며 승리를 위한 과정이다. 매우 낮은 확률이라지만 강팀 독일과의 경기를 남겨놓은 한국 선수들이 더 치밀하고 더 치열하게 준비해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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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러시아 월드컵 G조 결과(24일 오후 9시,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모스크바)

★ 잉글랜드 6-1 파나마 [존 스톤스(8분,도움-키어런 트리피어), 해리 케인(22분,PK), 제시 린가드(36분,도움-라힘 스털링), 존 스톤스(40분), 해리 케인(45+1분,PK), 해리 케인(62분,도움-루벤 로프터스-치크) / 펠리페 발로이(78분,도움-히카르도 아빌라)]

◇ 경기 주요 기록
공 점유율 : 잉글랜드 58%, 파나마 42%
유효 슛 : 잉글랜드 7개, 파나마 2개
코너킥 : 잉글랜드 3개, 파나마 2개
오프사이드 : 잉글랜드 3개, 파나마 0
프리킥 : 잉글랜드 13개, 파나마 17개
패스 성공률 : 잉글랜드 92%(547/594개), 파나마 87%(353/407개)
뛴 거리 : 잉글랜드 99km, 파나마 89km

◇ G조 현재 순위
잉글랜드 6점 2승 8득점 2실점 +6 ***** 16강 진출!
벨기에 6점 2승 8득점 2실점 +6 ***** 16강 진출!
튀니지 0점 2패 3득점 7실점 -4
파나마 0점 2패 1득점 9실점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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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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