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준비된 세트피스 공격은 약팀이 강팀을 잡는 데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승부의 균형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한국-멕시코와의 경기 전에서 튀니지가 보여주었던 세트피스 공격이 바로 벨기에를 공략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고, 포르투갈의 호날두 역시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며 패배 위기였던 조국을 무승부로 이끌었다. 스웨덴과 독일의 경기에서도 명품 키커 토니 크로스가 환상적인 세트플레이 공격으로 침몰할 뻔 했던 독일을 구해내며 영웅으로 등극하였다.

신태용호는 그간 세트피스 전술을 세심하게 다듬었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수십 가지의 세트피스 전략을 준비했고, 스웨덴, 멕시코를 상대로 맞춤형 세트피스를 준비하기 위해 비공개 훈련을 수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의 세트피스 공격은 위협적인 모습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스웨덴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세트피스 공격과 수비를 위해 김신욱을 투입하는 강수를 썼다. 김신욱은 공중전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선수이기에, 스웨덴과의 높이 싸움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김신욱은 스웨덴 선수들에 비해 신장은 컸지만 몸싸움에서 밀렸고,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월드컵] 손흥민 '들어가라!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멕시코 엑토르 모레노를 피해 슛하고 있다.

▲ [월드컵] 손흥민 '들어가라!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멕시코 엑토르 모레노를 피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멕시코전에서는 다양한 세트피스 루트를 보여주었다. 김신욱이라는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내지 않았기에 다채로운 방법으로 공격을 시도했으나, 아쉬움만 남았다. 전반 중반 코너킥 상황에서 기성용의 헤딩슛이 오초아의 선방으로 인해 아쉽게 들어가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위협적인 장면이 없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제대로 올라오는 크로스는 거의 없었고, 계속해서 손흥민과 이재성이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코너에서 기회를 만들었지만, 슈팅으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결과물을 전혀 만들지 못했다.

신태용호의 세트피스 전술은 월드컵을 준비하면서부터 꼬였다. 대표팀에서 가장 킥이 좋은 선수로 꼽을 수 있는 기성용의 경우 189cm의 신장을 가졌기에 높이 싸움에 가담해야 한다. 따라서 기성용 다음으로 킥이 좋은 선수가 세트피스에서 전담 키커를 담당했는데, 전담 키커 역할을 했던 권창훈과 염기훈이 모두 부상으로 제외되면서 정확도 있는 크로스가 몇 차례 나오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은 과거 철저한 세트피스 공격으로 상대의 골문을 두드렸다. 1998년 하석주의 멕시코전 프리킥 골을 시작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미국전에서 안정환이 이을용의 환상적인 프리킥을 헤딩 골로 연결했고, 포르투갈전에서도 박지성의 골은 이영표의 코너킥 상황에서 출발했다.

2006년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이천수가 놀라운 킥 능력으로 프리킥 골을 만들어내며 토고전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이정수의 헤딩 2골, 박주영의 프리킥 골 등 많은 골이 세트 플레이 공격을 통해 등장했다.

하지만, 실패했던 브라질 월드컵, 그리고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제대로 된 세트 플레이 공격이 거의 나오지 않아 축구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명확하지 않은 수십 가지의 수를 준비하기보다는 단 1가지의 수를 정확하게 철저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 될 수 있다. 과연 신태용호가 다음 독일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정확한 세트피스 공격으로 팬들의 골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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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러시아 월드컵 세트피스 신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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