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부산영화제에서 서병수 시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야외무대 행사에 나선 방은진 감독

2017년 부산영화제에서 서병수 시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야외무대 행사에 나선 방은진 감독 ⓒ 부산영화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는 국내 주요영화제가 개최되는 도시들의 선거 결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화제와 영상위원회가 있는 도시들은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지원금이나 정책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과거 문화나 영화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시장이나 도지사 등이 영화제나 영상위원회에 관심을 쏟았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마찰이 불가피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서 보듯이 영화계를 적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끊임없는 간섭과 관여로 영화제를 흔들어 놓는 경우도 있었고, 독립적인 영상위원회를 없애고 다른 기관과 통폐합 시킨 사례도 있었다. 영화계가 민감하게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지역은 부산이다. 지난 2014년 이후 한동안 부산영화제는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박근혜 정권의 부산영화제 탄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박근혜 정권 취임 첫 해엔 정권이 불편하게 생각한 <다이빙벨> 상영을 막았고, 2015년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이듬해 정기총회에선 그를 내쫓기도 했다.

대다수 영화인들은 서병수 시장의 행보에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민병훈 감독은 2017년 영화제 때 서 시장을 비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1인 시위 등으로 서병수 시장을 규탄하는 이들도 있었다. 같은 해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박배일 감독은 폐막식에서 수상소감을 통해 서병수 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의 상대인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반응 또한 살펴볼 만하다. 오거돈 후보 선대위 안에 만들어진 부산영화특별위원회에는 적지 않은 영화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는 "부산영화제가 정상화되고 거듭나는 가장 빠르고 옳은 길을 찾아내겠다"며 "영화인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부산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부산시민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영화제 한 관계자는 "부산시 공무원들도 시장이 바뀌어야 뭔가 변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이라며, "선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최근 SNS에 "우리는 변화를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의 가슴과 눈은 변화를 갈망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 <레토>에 나오는 주인공인 빅토르 최의 노래 내용인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에둘러 표현한 모습이다.

이밖에 부산지역에서 추진 중인 독립예술영화관 설립이나 지난 4월 이전한 한국영화아카데미 구조개편 등도 부산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산시장 선거 결과에 한국 영화계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기, 여야후보 모두 '간섭 없다' 기조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후보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후보 ⓒ 오마이뉴스


서울에서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 공약을 내놓은 사람은 시네마테크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나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등도 영화산업에 대해서만큼은 간섭하지 않고 지원을 한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문수 후보는 경기도지사 재임시절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작품들이 담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시작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 다양성영화의 상영 등을 지원하는 G-시네마도 시작하는 등 문화적 인식에서 만큼은 전향적이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영화산업에 관심을 나타냈고, 의원 시절 대기업 독과점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을 했다.

경기도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지사는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집행위원장 임명 권한을 갖고 있다. 최근 성폭력 의혹으로 조재현 위원장이 물러난 이후 집행위원장 자리가 공석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인들은 영화계가 추천하는 인사를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도지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독립영화 관람에 적극 나서기도 했고 상영 지원을 하기도 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도 도지사 재임시절 줄곧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이어왔다.

'전용관 확보' 기대하는 전주영화제... 부천·제천도 선거에 주목

 5월에 개최된 전주국제영화제와 7월에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5월에 개최된 전주국제영화제와 7월에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 전주영화제,부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전주시는 김승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재선 여부가 전용관 추진의 기로가 될 전망이다. 김승수 후보는 국비와 전라북도, 전주시의 예산으로 전주영화제 전용관 건립을 약속한 상태다.

반면, 이현웅 민주평화당 전주시장 후보는 지난 4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절망의 끝에 선 파산 도시'라는 카드뉴스 형식의 글에서 "1900년대 초 일본 대표 탄광 도시의 명성을 매력적인 콘텐츠로 부활시켜 관광도시로 급성장한 유바리 시. 그런데 지금 유바리는 파산도시입니다"라며 "관광과 문화사업에만 치중한 나머지 빚이 늘고 재정은 악화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탄탄한 경제 없이 세워진 문화는 설익은 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를 바로 세워야 전주의 찬란한 문화는 다시 빛날 수 있습니다"라고 적은 바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리는 부천시도 과거 어느 정당 후보가 시장을 맡느냐에 따라 부침이 있었기에 누가 시장이 될지에 관심이 높다. 2004년 시장이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해임한 일명 '부천영화제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05년부터 영화제가 파행으로 치달았고 기존의 위상이 회복되는 데 1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제천국제영화음악제는 2010년 최명현 시장의 당선 후 예산 축소와 폐지 등이 언급돼 한때 위축되기도 했다. 4년 뒤 이근규 시장이 당선되면서 여유를 되찾기도 했으나, 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에 비영화인을 임명하고 운영위원 역시도 비전문가들을 많이 선임했다는 이유로 일각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제천시장 자리를 놓고는 현재 이상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남준영 자유한국당 후보가 경합하고 있다. 이상천 후보의 경우 제천영화제가 시작할 때 담당 공무원이었다. 남준영 자유한국당 후보의 영화제에 대한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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