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은고 감독이  CGV 베트남 지사를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2016년 열었다.

베로니카 은고 감독이 CGV 베트남 지사를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2016년 열었다. ⓒ news.zing


2016년 베트남의 유명배우이자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의 티코 역으로 출연하며 국내 및 해외에도 어느 정도 알려진 베로니카 은고(Ngo Thanh Van)는 베트남 언론 앞에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자신이 연출을 맡은 영화 <탐 캄>(Tam Cam: Chuyen Chua Ke)이 베트남 CGV에서 상영하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직후 현지 언론은 CGV의 베트남 내 사업에 비판적인 보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1년 7월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이후 현지에서 40% 대의 극장 점유율로 업계 1위가 된 CGV의 불공정 행위들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베트남 영화상영배급협회(FDEAV) 등 현지 일부 영화 단체는 베트남 관계 당국에 시정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사정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제71회 칸영화제 기간 중 복수의 베트남 영화인을 접촉했다. 아울러 CGV의 구체적 입장도 들을 수 있었다.

CGV 향한 3가지 비판

현재까지 베트남 언론에서 보도한 CGV 베트남 지사에 대한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가 CGV가 제작하거나 배급을 맡은 영화와 베트남 로컬 제작사 간 수익배분율 문제, 두 번째가 3D, IMAX 등 CGV가 특화시킨 특별관에 대한 수수료 차이 문제, 세 번째가 영화 티켓 할인율 문제였다.

베트남 매체 <카페비즈>는 지난 4월 2일자 기사를 통해 "CGV의 극장점유율이 2017년 현재 40%대로 급격히 증가했다. 가까운 장래에 CGV가 베트남 영화 유통시장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라면서 "CGV가 제작한 베트남 영화는 55대45의 수익분배율로 55%를 CGV가 가져가는 반면, 베트남 현지 영화는 45대55를 적용해 45만 베트남 제작사가 가져가도록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매체는 "CGV 극장은 그만큼 큰 이익을 얻는 반면, 제작자는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는 셈"이라며 "현지에서 상영되는 한국 영화들은 베트남 영화보다 더 좋은 시간대에 더 많은 상영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점유율 1위인 CGV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에 유리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또 다른 매체인 <더 리더> 역시 "CGV의 2017년 극장 수입은 2015년에 비해 3배 정도 증가했다"며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가격 압박을 하는 등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지난 2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CGV에서 '2017 상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이 열렸다. CGV 서정 대표는 국회에서 발의된 영비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CGV는 2020년까지 전 세계 1만 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해외매출 70%를 목표로 하는 청사진을 최근 제시했다. ⓒ CJ CGV


영화상영배급협회(FDEAV) 측은 서면을 통해 위와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CGV가 다른 영화관에 배급하는 베트남 영화들에 대해선 높은 수익 분배(55%)를 요구하고, CGV에 배급되는 베트남 영화들에 대해선 낮은 이익 분배(45%)를 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CGV는 영화관 사업과 영화 배급 사업 모두에서 이익을 얻는 반면 베트남 기업의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 협회는 "다른 극장 사업자들과 경쟁에서도 CGV는 자사 극장 가격을 절반 이하로 할인해주는 식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중소규모의 베트남 극장들도 불가피하게 가격 경쟁에 참여하게 돼 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당디 감독 "CGV 독과점 우려는 인정, 더 우려스러운 것은..."

<오마이뉴스>는 이 내용을 중심으로 베트남 영화인들을 접촉해봤다. 서면 인터뷰에 응한 판당디 감독은 베트남영화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베트남 최초로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명망 높은 영화감독이다. 2010년엔 <비, 두려워하지마>라는 작품을 통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의 각본상과 배급지원상을 받기도 했다.

판당디 감독 또한 자국 내 영화배급협회가 진정서를 낸 것과 CGV 측의 수익 분배 방식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CGV가 베트남 시장에서 너무 빠르게 성장했다는 건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모든 영화에 고정된 분배 비율을 적용하는 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전했다.

"예를 들어 소규모 제작사나 신인 감독 작품의 경우엔 할리우드 및 주류 영화 사업자들 보다는 높은 이익 분배를 받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런 점은 CGV가 베트남 사업에서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 현재 베트남 제작사나 영화인들의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CGV가 젊은 영화제작자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점은 인정받아야 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CGV의 시장지배력에 대해서 판당디 감독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앞서 언급한 베로니카 은고 사례를 설명하면서 그는 "CGV가 제시한 수익배분율을 은고 감독이 거절하면서 결국 그의 영화가 상영되지 못한 것인데 그로 인해 베트남 내 많은 사람들이 극장 분쟁을 알게 됐다"며 "이런 분쟁으로 오히려 그의 영화는 더 주목을 받았고, 해외영화제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이것은 CGV가 베트남 극장의 40%을 소유해도 해당 영화의 운명을 절대적으로 좌우할 수 없다는 걸 방증한다"고 답했다.

동시에 판당디 감독은 자국의 관계 당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상황을 정부나 영화협회 등이 알고는 있지만 WTO 협약 등으로 쉽게 간섭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제조건을 달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확실한 사실은 베트남 영화를 지원하고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정책이 충분히 효과적이진 않다는 것이다. 품질이 낮은 영화나 체제 선전용 영화 제작에 많은 돈이 낭비되고 있고, 젊은 인재를 양성하고 스태프들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은 소홀히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 이 문제가 CGV와 같은 해외 기업의 위협보다 베트남 영화 산업에 있어서 더 큰 걱정거리라고 생각한다."

 베트남CGV 전경.

베트남CGV 전경. ⓒ CGV



CGV 측 "사실과 다른 주장..."

이에 대해 CGV 측은 30일 <오마이뉴스>에 "CGV가 배급하는 영화는 높고, 다른 제작사가 배급하는 영화는 낮게 수익을 분배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부율은 제작사와 배급사가 협의해서 정하는 것이라 무조건 한 쪽이 높고 다른 한 쪽이 낮은 게 아닌 영화 제작비나 감독, 배우의 수준, 콘텐츠의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한다"고 반박했다.

영화상영배급협회 등 현지 영화 단체에 대해서도 CGV는 "일부 사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일방적인 주장을 현지 언론을 통해 기사화 하는 것"이라며 "2016년 9월 경 이미 베트남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거래가 아니라고 결론내린 바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코리아헤럴드>의 취재에 답한 내용과 같은 취지였다. 

한편 베트남영화상영배급협회는 이 같은 CGV 입장에 "CGV의 일관된 입장을 알고 있다"며 "이 문제는 종결된 게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드린다"고 덧붙였다.

2018년 현재 CGV는 국내 151개 극장, 1118개 스크린을 포함해 세계 7개국에 472개 극장, 3455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규모로만 따지면 미국 등에 이어 세계 5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CGV 베트남 독과점 극장 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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