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연장 접전 끝에 롯데를 꺾고 시즌 30승 고지에 선착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7-6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5월 셋째주 일정을 4승1패로 마감한 두산은 이날 각각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에게 패한 공동 2위 SK와이번스,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를 4경기로 벌렸다(30승15패). 한편 롯데는 1승2패로 주말 3연전을 마감하며 8연속 위닝시리즈가 좌절됐다(22승22패).

연장 10회 무사 만루에서 공이 라이트에 들어가는 타구로 행운의 2타점 2루타를 만든 김재환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10회말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 함덕주는 후배 박치국 덕분에 머쓱한 승리 투수가 됐다. 전체적으로 두산에게 운이 많은 따른 경기였지만 이 선수 만큼은 얼마든지 자신의 활약을 기쁘게 생각해도 된다. 5월에만 벌써 4번째 3안타 경기를 펼치며 타격감을 완벽히 회복한 오재원이 그 주인공이다.

등번호 교체와 타격폼 수정은 오재원의 운명?

뼈 아픈 폭투 지난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경기. 7회초 1사 1,2루 두산 오재원 타석 때 롯데 윤길현이 던진 공을 포수 김사훈이 흘리고 있다. 이후 오재원 외야플라이로 두산은 1점 더 달아나 4대 0을 만들었다.

▲ 뼈 아픈 폭투 지난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경기. 7회초 1사 1,2루 두산 오재원 타석 때 롯데 윤길현이 던진 공을 포수 김사훈이 흘리고 있다. 이후 오재원 외야플라이로 두산은 1점 더 달아나 4대 0을 만들었다. ⓒ 연합뉴스


2007년 입단 당시 48번을 달았던 오재원은 7번, 53번, 97번, 17번, 24번까지 프로 데뷔 후 무려 6개의 등번호를 달았다. 2007년 입단 후 10년 넘게 한 팀에서만 뛰고 있는 선수가 이토록 등번호를 자주 바꾸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항간에는 유니폼을 팔기 위한 구단 마케팅팀의 전략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오재원이 등번호 만큼 자주 바꾸는 것이 있다면 바로 타격폼이다. 아직 프로에 적응하지 못한 신인급 타자라면 몰라도 오재원 정도 되는 중고참 선수라면 타격 코치들도 타격폼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 수 년간 익숙했던 타격폼을 바꿨다간 그 선수가 수 년간 만들어 온 리듬과 감각이 완전히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재원의 경우엔 자신의 타격폼을 수정하는 모험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다. 발의 위치를 넓혀 보기도 하고 좁혀 보기도 하고 배트를 세우기도 했다가 눕히기도 한다. 2013 시즌을 앞두고는 장타력 향상을 위해 10kg 이상 몸을 불리고 근육량을 늘리는 이른바 '벌크업'을 시도하기도 했다(하지만 오재원은 그 해 113경기에서 7홈런에 그치며 '벌크업'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

물론 오재원도 박용택(LG트윈스)이나 최형우(KIA 타이거즈)처럼 매 시즌 3할 타율을 보장하는 선수였다면 이런 변화는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재원은 인천 아시안게임 버프(?)를 받았던 2014년(타율 .318)을 제외하면 한 번도 3할 타율을 넘긴 적이 없는 선수다. 특히 작년 시즌엔 타율 .237 79안타로 주전 도약 후 가장 부진한 성적에 머물렀다. 팀 내에 최주환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급부상한 만큼 오재원은 더욱 큰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오재원은 지난 겨울 비시즌 동안 대니얼 머피(워싱턴 내셔널스), 저스틴 터너(LA 다저스) 같은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들을 지도했던 '재야의 타격고수' 덕 래타 코치에게 레슨을 받으러 단기 유학을 다녀왔다. 프로 12년 차의 베타랑 선수가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자비로 개인 과외를 받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kt 위즈의 황재균 역시 비시즌 기간 래타코치의 지도를 받은 바 있다).

5월 들어 타율 .361 맹타, 수비에서도 339.1이닝2실책

물론 래타 코치의 짧은 과외가 오재원에게 금방 효과가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오재원은 시범경기 6경기 동안 타율 .286 무홈런 무타점 무득점으로 예년에 비해 특별히 달라진 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부 두산 팬들은 오재원을 대주자 및 대수비로 활용하고 작년 시즌 3할을 친 최주환을 주전으로 쓰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오재원은 시즌 개막 후 7경기에서 타율 .316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다. 지난 3월30일 kt전에서는 4타수 3안타 1득점 2도루로 오랜만에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작년 시즌 오재원의 자리를 위협했던 최주환이 올해는 지명타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두산 내야의 교통정리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듯했다.

시즌 초반 그럭저럭 제 몫을 해주던 오재원은 4월 들어 타격 페이스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4월 19경기에 출전한 오재원은 타율 .254 1홈런 9타점 4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산의 팀 성적이 워낙 좋고 오재원이 수비에서 기여하는 바가 컸기에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겨울에 타격 향상을 위해 과외까지 받고 온 선수의 성적으로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사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오재원이기에 타격능력이 떨어지는 게 썩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된 타격폼에 익숙해지고 감각을 익힐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오재원은 5월에 열린 15경기에서 타율 .361 2홈런 10타점 7득점으로 완연한 타격 상승세를 타고 있다. 4월 말 .268까지 떨어졌던 시즌 타율도 .308까지 상승했다. 롯데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오재원은 10타수 5안타 3타점 1도루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오재원은 올 시즌 득점권에서 .351의 높은 타율로 유난히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사실 두산 내야에서 오재원의 진짜 가치는 수비에 있다. 오재원은 올 시즌 2루수로 339.1이닝을 소화하며 .989의 높은 수비율과 함께 단 2개의 실책만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300이닝을 넘게 소화한 2루수 중에서 실책이 2개 이하인 선수는 오재원과 강한울(삼성 라이온즈, 2개)뿐이다. 리그에서 가장 화려하고도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선수가 타격에서도 3할 타율을 친다면 감독은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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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오재원 타격폼 수정 개인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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