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홍철이 왼발로 감아찬 코너킥이 그대로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6분, 홍철이 왼발로 감아찬 코너킥이 그대로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심재철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두 선수가 나란히 하루 뒤 기쁜 소식을 예고한 듯 기막힌 활약을 펼치며 명경기를 만들어냈다. 그들의 발끝에서 나온 감아차기 실력만으로도 월드컵 대표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김태완 감독이 이끌고 있는 상주 상무가 13일 오후 2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1' 1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경기에서 3-2 펠레 스코어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최근 여섯 경기 무패(4승 2무, 11득점 4실점)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홍철의 바나나킥, 인천 유나이티드 주저앉히다

신태용 감독이 주목한 세 선수가 바로 이 경기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들은 정말로 월등한 능력을 자랑하며 월드컵 대표 최종 엔트리(23명)를 고르기 위한 28명 선수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상주 상무의 왼쪽 풀백으로 나와서 뛰어난 왼발 감아차기 실력을 발휘한 홍철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홍철은 경기 시작 후 6분만에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바나나킥 실력을 맘껏 자랑하며 귀중한 선취골을 넣었다.

오른쪽 코너킥을 세워 놓고 홍철이 왼발로 감아찼는데 그 공은 아찔한 포물선을 그리며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안에 떨어졌다. 인천의 오른쪽 풀백 곽해성이 점프했지만 공 높이에 미치지 못했고 뒤에서 기다린 골키퍼 이진형은 예상하지 못한 바나나킥 궤적을 따라가지 못해 골 라인 안에 넘어지고 말았다. 상주 상무 센터백 김남춘을 밀어내지 못한 동료 수비수들의 불찰도 실점 이유였다.

홍철의 감아차기 실력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23분에도 같은 위치에서 왼발로 감아올린 코너킥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가 걷어내자 그 공을 받아서 다시 한 번 감아차기 위력을 뽐냈다. 홍철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진형이 몸을 날리며 주먹으로 쳐냈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김남춘에게 걸려 상주 상무의 추가골이 된 것이다.

홍철과 함께 왼쪽 측면 수비수 혹은 미드필더 자원으로 대표팀에 뽑힌 김민우도 경기 초반부터 날카로운 왼발 얼리 크로스 실력을 뽐내더니 37분에 김태환이 밀어준 역습 패스를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정확하게 밀어넣어 기분 좋게 3-0 점수판을 만들어냈다. 펠레 스코어로 끝난 경기 결과를 감안하면 김민우의 이 골이 결승골이 된 셈이다.

깜짝 발탁 '문선민'의 뛰어난 공간 침투와 양발 킥 실력

 58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까다로운 각도에서 왼발 크로스로 이윤표의 헤더 만회골을 돕는 순간

58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까다로운 각도에서 왼발 크로스로 이윤표의 헤더 만회골을 돕는 순간ⓒ 심재철


지난 3월 10일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를 3-2로 이기며 K리그1 시즌 초반 분위기를 크게 흔들었던 인천 유나이티드는 그 뒤로 11경기를 치르며 단 한 번도 활짝 웃지 못하고 미끄러지기를 반복했다. 최근 11경기 무승(4무 7패, 13득점 21실점)의 수렁에 빠지는 바람에 이기형 감독까지 물러난 상태다.

박성철 코치에게 임시 감독을 맡긴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은 상주 상무와의 이 경기 전반전처럼 부조화 그 자체였다. 그나마 후반전에 심기일전하여 두 골을 따라붙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처지였다.

그 중에서 신태용 감독에 의해 깜짝 발탁된 공격형 미드필더 문선민이 가장 돋보였다. 인천 유나이티드에 오기 전 스웨덴 리그를 오랫동안 경험한 문선민이 러시아 월드컵 본선 첫 경기 한국의 상대 팀인 스웨덴 축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의 이번 시즌 공격 포인트(13경기 6득점 3도움, 경기당 공격 포인트 0.7개)가 발탁 이유를 더 분명하게 알려준다.

0-3으로 인천 유나이티드가 끌려가고 있던 51분, 문선민의 공간 침투 능력이 반짝반짝 빛났다. 센터백 이윤표가 발리킥으로 길게 차 올린 공이 어중간한 지점에 떨어지면서 상주 상무 수비수들이 서로 얼굴만 쳐다볼 때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놀라운 속도로 낙하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낸 것이다.

상주 상무 골키퍼 유상훈과 오른쪽 풀백 김태환이 서로 쳐다보기만 하는 사이에 문선민이 달려들어 공을 가로챈 것이다. 그리고는 인천 유나이티드 새 골잡이 무고사의 밀어넣기가 빈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무고사의 침착한 마무리도 돋보였지만 문선민의 빠른 공간 침투 능력이 비교적 이른 시간에 만회골을 만들어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쉽게 포기하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문선민이 입증한 셈이다.

문선민의 활약은 7분 뒤에도 이어졌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문선민 앞에 상주 상무의 미드필더 신세계와 심동운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과감한 왼발 감아차기 크로스를 골문 반대편으로 날린 것이다. 이 크로스를 믿고 움직인 동료 수비수 이윤표가 상주 상무 공격수로 변신한 이광선과의 몸싸움을 이겨내며 몸 날린 헤더 슛을 성공시켰다. 문선민의 크로스와 이윤표의 다이빙 헤더 모두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기술이었던 것이다.

문선민은 기본적으로 오른발을 쓰지만 왼발 킥, 크로스 실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명장면이었다. 왼발 실력 이상으로 오른발 감아차기 실력도 수준급이라는 사실을 문선민이 62분에 확인시켜 주었다.

 62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뛰어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슛을 낮게 깔아 시도하는 순간

62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뛰어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슛을 낮게 깔아 시도하는 순간ⓒ 심재철


비록 동점골이 되지는 못했지만 상주 상무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후반전 교체 선수 임은수의 멋진 발리 패스를 받은 문선민은 역습에 특화된 선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놀라운 드리블 솜씨와 오른발 감아차기 슛 실력을 뽐냈다. 그의 바로 앞에 상주 상무의 수비를 책임지는 임채민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문선민의 빠른 방향 전환 드리블은 막지 못했다.

문선민 바로 뒤에는 발 빠르기로 소문난 베테랑 풀백 김태환이 따라붙었지만 협력 수비를 펼칠 틈도 없이 문선민의 경쾌한 드리블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지난 시즌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문선민의 활용 가치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줬다.

신태용 감독에게 문선민 활용법을 명확하게 알려준, 2도움 그 이상의 활약이었다. 한국과 월드컵 본선 첫 경기(6월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만나는 스웨덴 수비수들의 성향을 고려하더라도 문선민의 가치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스웨덴은 물론 멕시코와 독일이라는 강팀들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입장에서 역습 전술 준비는 16강으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손흥민과 함께 빠른 역습 드리블을 펼칠 수 있는 문선민을 뽑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상대 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손흥민에게만 의존하는 역습 전술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선민의 스피드와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 양발 킥 능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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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K리그1 결과(13일 오후 2시, 상주시민운동장)

★ 상주 상무 3-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홍철(6분), 김남춘(23분), 김민우(37분,도움-김태환) / 무고사(51분,도움-문선민), 이윤표(58분,도움-문선민)]

◇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31점 10승 1무 2패 23득점 8실점 +15
2 수원 블루윙즈 24점 7승 3무 3패 19득점 13실점 +6
3 제주 유나이티드 23점 7승 2무 4패 19득점 13실점 +6
4 경남 FC 22점 6승 4무 3패 20득점 16실점 +4
5 상주 상무 21점 6승 3무 4패 17득점 12실점 +5
6 울산 현대 19점 5승 4무 4패 13득점 12실점 +1
7 포항 스틸러스 18점 5승 3무 5패 16득점 14실점 +2
8 강원 FC 17점 5승 2무 6패 21득점 24실점 -3
9 FC 서울 15점 3승 6무 4패 12득점 11실점 +1
10 전남 드래곤즈 11점 2승 5무 6패 13득점 24실점 -11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7점 1승 4무 8패 17득점 25실점 -8
12 대구 FC 6점 1승 3무 9패 7득점 25실점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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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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