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두산-LG전이 열린 잠실구장. 경기 전부터 많은 관중들이 잠실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5일 두산-LG전이 열린 잠실구장. 경기 전부터 많은 관중들이 잠실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유준상


프로야구 선수들의 팬서비스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사가 쏟아지기 전에도 많은 야구 팬들이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단지 목소리가 조금 더 커졌을 뿐이다.

지난 4월 30일 KBS의 보도 이후 팬서비스와 관련한 기사가 수없이 쏟아졌고 현장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난 5일 '어린이날 잠실 더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시즌 4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직접 찾아갔다. 인터넷 예매는 일찌감치 마감됐고, 현장에서도 표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을 만큼 많은 야구 팬들이 몰렸다.

구름관중 속에서 열린 두 팀의 경기는 두산의 3-0 승리로 마무리됐다. 결과를 떠나서 팬들의 관심이 쏠린 부분은 선수들의 팬 서비스였다. 기사화되기 전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선수들이 사인과 사진 요청에 응했다. 팬들도 달라진 선수들의 태도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적극적으로 사인, 사진 요청에 임한 선수들... 확실히 달라진 모습

경기 후 선수들을 기다리는 야구팬들 5일 두산-LG전이 마무리된 이후 잠실구장 중앙출입문에서 팬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유는 딱 한 가지, 선수들을 기다리기 위해서이다.

▲ 경기 후 선수들을 기다리는 야구팬들 5일 두산-LG전이 마무리된 이후 잠실구장 중앙출입문에서 팬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유는 딱 한 가지, 선수들을 기다리기 위해서이다. ⓒ 유준상


경기에서 승리한 두산 선수들도, 영봉패를 당한 LG 선수들도 팬들의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선수들 입장에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경기 전후로 수십 명이 훨씬 넘는 팬들의 요청에도 끝까지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

경기 전에는 두산의 젊은 두 우완 투수 이영하와 곽빈이 눈에 띄었다. 커피를 구입하기 위해 잠시 나왔던 이영하는 대기하는 동안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경기시작 한 시간 전 중앙출입문 근처에 등장한 곽빈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끝난 이후, 곳곳에서 팬들이 선수들을 기다렸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은 취재진과 관계자, 양 팀 선수들이 오고 가는 중앙출입문이었다. 선수들이 퇴근을 준비하는 사이에 이날 중계석에 앉았던 허구연, 정민철 해설위원이 나타났다. 한눈에 알아본 팬들은 두 해설위원에게 다가가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선수들 못지않은 인기를 실감했다. 정민철 해설위원은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그 때, LG 선수들이 한 두 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LG의 미래'라 불리는 김대현이 나왔고, 그 이후로 박용택, 채은성, 양석환 등이 퇴근길에 올랐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면서 차량에 탑승한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는 패배한 경기 이후에도 팬서비스에 임했다.

비슷한 시각, 두산 선수단 출입구에서도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문 뒤에서 나온 선수는 박치국, 함덕주, 오재일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팬들이 이들에게 다가갔고 세 선수도 끝까지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었다. 경기에서는 두산이 승리했지만, 팬서비스만큼은 두 팀 모두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하게 만들었다.

변화 속에서 남은 아쉬움, 선수와 팬이 모두 생각해야 할 부분은?

 선수들과 팬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기 위해 라인을 만들었지만, 선수들이 나오자 이 라인이 무너지면서 팬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바람직한 팬서비스를 위해서 팬들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선수들과 팬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기 위해 라인을 만들었지만, 선수들이 나오자 이 라인이 무너지면서 팬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바람직한 팬서비스를 위해서 팬들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 유준상


뚜렷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 선수라면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 대한 팬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 중 하나다. 선수들이 소극적으로 임하다보니 팬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팬서비스 논란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선수들에게 있다. 여론을 의식해 '반짝'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태도를 유지하는 것 또한 선수들의 몫이다. 향후 팬서비스 논란으로 또 다시 비판 받지 않으려면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 팀 내 주장을 비롯해 베테랑 선수들이 나서야 할 시기이다. 그러다보면 젊은 선수들도 팬서비스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선수들이 달라진 만큼 팬들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두산, LG가 아닌 팀이 방문하면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둘러싸는 상황이 연출된다. 사인 요청에 응하고 싶어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가 오가는 길에서 팬 서비스를 해주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홈팀 선수들이 나오는 출입구도 안전하지 않다. 이날 잠실 야구장에서 두산 선수들이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이 우르르 선수들에게 몰렸다. 동시에 팬들과 선수들의 동선을 겹치지 않도록 만든 라인이 무너지면서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몇몇 팬들은 출입구를 막아선 채 기다리기도 했다. 선수들이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면 팬들도 나름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

어느 한 쪽의 노력이 아닌 선수와 팬이 서로 배려할 때 올바른 팬서비스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30년 넘게 사랑과 관심을 받은 KBO리그에서 팬서비스 논란은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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