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타노스 군단에 맞선 닥터 스트레인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 브루스 배너(헐크)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가 연일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개봉 전부터 90%를 넘는 예매율을 기록하더니, 첫날에만 1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3일째인 27일에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이 기세라면 빠른 시일 안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긍정적인 부분에 이어 다른 논란으로도 뜨겁다. 바로 '오역' 논란이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번역을 맡은 박지훈 번역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지훈 번역가 퇴출'을 요청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는가 하면, 제작사인 마블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번역가를 교체해달라'는 내용의 댓글이 여러 게시글에 작성되고 있다.

오역 논란에 관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홍보관계자는 "해석의 차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성난 팬들의 반발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홍보관계자 "해석의 차이", 그러나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오역' 논란이 나온 부분은 크게 두 인물의 대사다. 극 중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가 "It's a end game"이라고 말하자 한글자막에는 "가망이 없다"라고 나온다. 이에 관해 일부 팬들은 '마지막 단계'라고 번역해야 2019년에 개봉하는 <어벤져스4(가제)>로 이어지는 흐름상 맞아 떨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의 대사 "oh, motherf*cker"의 경우도 지적됐는데, 영화에서는 "오, 어머니"로 번역됐다. 배우가 대사 뒷부분을 명확하게 발음하지 않고 흐려서 "mother f..."이라고 나오긴 했지만, 명백히 욕설로 쓰이는 단어를 뜻이 다르게 오역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헤임달(이드리스 엘바)의 대사도 잘못 번역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영화의 홍보를 맡은 호호호비치 측은 "해석의 차이라 그 부분은 해답이 없을 것 같다. 답은 <어벤져스4>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명에 관해 작가 허지웅 등이 재반박하는 등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지웅이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글. "등장 인물이 죽기 직전 "씨ㅂ..."라고 말했는데 영어 자막으로 "seed"가 나왔을 때, 우리는 그걸 해석의 차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허지웅이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글. "등장 인물이 죽기 직전 "씨ㅂ..."라고 말했는데 영어 자막으로 "seed"가 나왔을 때, 우리는 그걸 해석의 차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허지웅 인스타그램 갈무리


"미국에 개봉한 한국영화에서 등장 인물이 죽기 직전 "씨ㅂ..."라고 말했는데 영어 자막으로 "seed"가 나왔을 때, 우리는 그걸 해석의 차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허지웅은 위와 같이 쓴 글과 함께 '씨앗'의 사진을 덧붙이기도 했다. 요지는 대화의 맥락을 생각해서 번역해야 옳은 것이고, 생략된 단어를 그대로 직역해서 옮긴 경우 '해석의 차이'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무엘 L. 잭슨의 대사 오역 논란에 대한 홍보사 측 해명을 비판한 셈이다.

번역가 박지훈의 과거 번역도 다시 도마에

번역가 박지훈의 과거 번역에 관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지훈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외에도 마블 영화 중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어벤져스> 등을 번역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3월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경우 "On your left"라는 대사를 박지훈은 "왼쪽"이라고 해석했다. 팬들은 달리기를 하며 추월하는 장면에 맞게 번역하면 "(왼쪽으로) 지나갑니다"가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성 배우끼리 주고받는 대화에서 "I was gonna ask...(내가 물으려던 말은)"를 "그거 할래?"로 번역해 극 중 인물 설정이나 맥락과는 다르게 등장인물을 성소수자인 것처럼 만들었다는 부분도 지적됐다.

이어 같은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에게 "yeah, I bet you look terrible in them now"라고 말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대사를 "그 몸매로 입어봐야 민폐지"라고 번역한 부분도 비판받았다. 무뚝뚝한 캡틴 아메리카가 "그래, 참 잘도 안 어울리겠다"라고 반어법을 써 농담하는 대화인데, 직역하는 바람에 여성의 몸매를 평가하는 '여성혐오'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게 이유다.

잘못된 번역으로 캐릭터의 성격이나 설정을 망쳤다는 지적은 다른 영화의 사례에서도 나온다. 지난 2012년 10월 개봉한 영화 < 007 : 스카이폴>에서는 "She is pretty if you like that sort of thing"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당시 자막은 "예쁘네요, 된장녀 같지만"이라고 번역했다. 관객들은 SNS를 통해 "그녀가 마음에 들 거야, 네가 그런 취향이라면"이라고 번역하는 게 적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된장녀'라는 표현은 여성혐오의 의미를 담았기 때문에 진중한 성격의 극 중 캐릭터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이처럼 오역 논란이 여러 작품에 걸쳐 계속되자 결국 팬들이 항의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많은 팬들의 눈쌀을 찌푸려지게 하고 문화생활에 해를 입히고 있습니다"라며 박지훈 번역가의 작품 참여에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제작자인 마블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게시물마다 '마블의 차기작은 다른 번역가에게 맡겨달라'는 댓글이 연이어 작성되고 있다. SNS에는 "박지훈 번역가라고 하지 말고 박지훈 오역가라고 하자"는 글도 등장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이므로 도중에 자막을 교체하거나 새롭게 번역을 맡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번역가 박지훈의 번역에 대한 팬들의 반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지훈 번역가 퇴출' 청원 게시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지훈 번역가 퇴출' 청원 게시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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