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제주의 영감받은 성숙미 가수 이효리가 4일 오후 서울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정규 6집 앨범 < BLACK > 발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곡을 듣고 있다. 2013년 5집 이후 4년만에 선보이는 6집 < BLACK >은 제주 생활을 통해 얻은 영감들을 담아 이효리 본인이 10개의 트랙 중 9곡의 작사와 8곡의 작곡에 참여해 팝과 발라드, 힙합, 소울, 일렉트로니카를 넘나드는 곡들을 수록한 앨범이다.

가수 이효리가 지난해 7월 4일 오후 서울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정규 6집 앨범 발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곡을 듣고 있다.ⓒ 이정민


질문으로 글을 시작해보자. 합리적인 대답이 도출되리라 믿는다. 이효리가 이사를 갔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꼭 알려져야 하는 사실일까? 이효리가 '소길댁'인지 '선흘댁'인지를 파헤쳐서 알리는 게 공익적인 가치가 있을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 매체 <더팩트>는 25일 '[FACT체크] 관광객 방문 불편호소 '소길댁' 이효리, 이사했나?'라는 기사를 통해 이효리의 사생활을 들쑤셨다.

√FACT 체크1=이효리, 이제 '소길댁' 아닌 '선흘댁?
√FACT 체크2=소길리 주민들 "며칠 전에도 봤는 걸요"
√FACT 체크3=소길리 주택 등기부상 여전히 거주?


<더팩트>는 "2년 전 이효리가 소길리를 떠났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고, "제주도에 있는 다른 마을로 이사했다", "주택 매각 얘기가 나"왔다며 포문을 열었다. "몇 차례 이사설이 나돌았"으나 명확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절하게도 현지 취재를 통해 '이효리 둥지 이전설'을 밝혀냈다고 으쓱해 한다. 참 대단한 특종이다.

팩트를 체크한다는 명목 하에 기사에서는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선흘1리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 주민 J모씨'를 만나 이효리가 이곳으로 이사를 왔냐고 묻고, 다시 소길리 마을회관 앞에서 동네주민 K씨(여)를 만나 이효리가 이사를 갔냐고 묻는다. 더 나아가 등기부 등본까지 확인해 소길리 주택의 소유권까지 확인한다. 참 대단한 열의다.

그래도 만족을 못했는지 '이효리 측에 몇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고, <효리네민박>을 제작한 담당 PD에게까지 질문을 한다. "꼭 그렇게 했어야 속이 후련했냐?"라고 묻고 싶다. 심지어 <더팩트>는 기사의 서두에서 '관광객들의 무단 방문으로 불편함을 호소했던 소길댁 이효리'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걸 알면서도 그래?"라고 따지고 싶어진다.

시민의 알 권리, 연예인 사생활 캐는 건 예외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효리네 민박>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이미지.ⓒ JTBC


언론(혹은 기자)의 가장 훌륭한 방패는 '대중(大衆)'일 것이다. 대중의 관심사다. 시청자가 원한다. 독자가 궁금해 한다. 그래서 언론으로서 취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해야만 했다. 거기에 언론의 자유까지 더해지면 제어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시민의 알 권리(right of know)를 충족시켜주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주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의 자유란 권력으로부터 탄압을 받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연예인의 사생활을 캐는 데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니다. 시민의 알 권리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의 눈이 미치지 못하고, 손이 닿지 않는 국가·사회·기업 등의 비밀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언어이지, 연예인의 이사 여부를 캐고자 하는 언론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가 아니다.

당사자가 스스로 밝히지 않은 사실, 무엇보다 가장 사적인 내용을 굳이 팩트체크라는 미명하에 보도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그 대상이 연예인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25일 <더팩트>의 보도가 나간 후, <헤럴드경제>와 <이투데이>가 이를 받아썼다. 앞으로 더 많은 (유사) 언론들이 이와 같은 행태를 반복할 것이다. 사생활 침해로 고통받았던 이효리는 또 다른 사생활 침해의 피해자가 됐다.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언론들의 무분별한 연예인 파헤치기에 대해 "연예계 소식 역시 대중의 관심사라는 측면에서 알 권리에 해당함은 분명하나, 이 역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더팩트의 보도는 분명 선을 넘었다. '시민의 알 권리'가 아니라 '(인터넷의) 클릭 수'에 봉사한다는 조롱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와 <직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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