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꾸준히 발전한 염윤아는 30세가 넘은 나이에 FA대박을 이뤘다.

매 시즌 꾸준히 발전한 염윤아는 30세가 넘은 나이에 FA대박을 이뤘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여자프로농구(WKBL)는 이적 시장이 한창이다. 지난 시즌의 경우 양지희의 은퇴로 포워드 및 빅맨진이 약해진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 위비에서 김정은을 영입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초반에는 다소 위험한 영입이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김정은은 명불허전의 기량으로 챔프전 MVP에 선정되는 대활약을 펼치며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와 본인의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FA시장에서는 원소속 구단 우선 협상기간에서 재계약에 합의하지 못한 4명의 선수가 시장에 나와 가드 박태은을 제외한 3명의 선수가 이적에 성공했다. KDB생명 위너스에서 10년 넘게 활약했던 국가대표 출신 포인트가드 이경은은 차기 시즌부터 신한은행 에스버드 유니폼을 입고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고아라는 KEB하나은행과 연봉 1억9000만 원, 계약기간 3년에 계약했다.

한때 붙박이 국가대표였던 이경은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았던 이번 FA시장 최대어는 바로 이 선수였다. 지난 시즌 2점 야투상을 수상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KB스타즈와 연봉 2억5500만 원, 계약기간 3년에 도장을 찍은 염윤아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염윤아를 영입한 KB의 차기 시즌 전력이 얼마나 상승할 지는 쉽게 단언할 수 없다. KB가 다음 시즌 겪게 될 변수들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WKBL을 대표하는 대기만성형 선수, 고액 연봉 선수 등극

염윤아는 WKBL의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2007년 프로 진출 후 1년 만에 팀을 이탈해 실업팀에서 뛰기도 했던 염윤아는 2009년 신세계 쿨캣(현 하나은행)에 재입단한 후에도 5년 동안 평균 출전시간이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주전 선수가 파울 트러블에 걸렸을 때나 일찌감치 승부가 기울었을 때 코트를 밟는 이른바 '가비지 멤버'였던 셈이다.

하지만 염윤아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기량을 발전시켰고 동갑내기 김정은이 부상으로 이탈한 2015-2016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2017 시즌부터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은 염윤아는 4.3득점 3.9리바운드 2.8어시스트 1.3스틸로 공수에서 하나은행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작년 4월 결혼을 하면서 더욱 안정을 찾은 염윤아는 2017-2018 시즌 8.1득점 4.1리바운드(국내선수 9위) 3.8어시스트(전체 6위) 1.2스틸(15위)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특히 54%의 2점슛 성공률로 국내 선수들 중 1위를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타이틀 홀더가 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어시스트가 많고 2점슛 성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 간다는 뜻이다.

염윤아는 같은 시기에 FA자격을 얻었다가 하나은행에 잔류한 강이슬처럼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코트에서 영리하고 이타적인 플레이에 능하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5-2016 시즌 59.5%에 불과하던 자유투 성공률이 지난 시즌 75.4%까지 올랐을 정도로 슛 약점도 많이 보완했다. 팀 사정에 따라 포인트가드부터 파워포워드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도 염윤아가 가진 큰 장점이다.

이런 염윤아의 가치는 이번 FA시장에서 그 진가를 드러냈다. 지난 시즌 1억15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염윤아는 우선협상기간에 하나은행으로부터 2억 원을 제시 받았지만 과감하게 시장에 나왔다. 그리고 2억5500만 원을 제시한 KB와 계약을 맺으며 새로운 농구 인생을 활짝 열었다. 이제 염윤아는 어엿한 WKBL의 고액 연봉 선수가 됐다.

사실상 염윤아와 김보미의 맞트레이드, 박지수 변수도 고려해야

 염윤아를 능가하는 외곽슛을 갖춘 김보미는 코트 위에서의 투지도 리그 정상급이다.

염윤아를 능가하는 외곽슛을 갖춘 김보미는 코트 위에서의 투지도 리그 정상급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사실 염윤아처럼 성실하고 쓰임새가 많은 선수는 어느 팀이든 탐낼 만한 자원이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KB는 주전 포인트가드 심성영이 출전시간(31분) 대비 어시스트(2.6개)가 적은 편이라 강아정이나 박지수를 위주로 공격을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지난 시즌 어시스트3.8개를 기록했던 염윤아의 가세는 공격 조립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KB는 염윤아를 영입하면서 잃은 것도 만만치 않다. 하나은행에서 염윤아에 대한 보상선수로 KB의 주전슈터 김보미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김보미는 지난 시즌 KB의 주전 포워드로 활약하며 35%의 3점슛 성공률로 경기당 평균 6.9득점을 기록했다. 슛 타이밍이 빠르고 슛을 던져야 할 때 망설임이거나 주저하지 않아 KB에서는 매우 가치가 높은 선수였다. 김보미는 외곽슛뿐만 아니라 수비나 리바운드에 참여할 때의 투쟁심도 리그 최고 수준이다.

FA 선수를 영입하면서 보상선수 출혈은 어쩔 수 없다지만 경기당 평균 28분이나 소화했던 주전 선수를 보호선수 5명에서 제외한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만약 김보미가 하나은행 유니폼을 입고 하나은행에 부족했던 경험과 투지를 채워 준다면 김보미의 이적은 KB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염윤아 영입과는 상관이 없지만 '보물센터' 박지수의 WNBA도전도 KB의 전력에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 드래프트 신청을 하지 않고도 전체17순위로 미네소타 링스에 지명됐다가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로 트레이드된 박지수는 구단의 허락을 얻어 라스베이거스의 트레이닝캠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12명 엔트리에 포함된다면 정선민에 이어 역대 2번째 WNBA 선수가 될 수 있다.

물론 5월부터 9월까지 시즌이 치러지는 WNBA와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열리는 WKBL은 일정이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여자농구의 보물 박지수가 1년 내내 양 리그를 뛰는 강행군을 이어가는 것은 체력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이왕이면 수준이 더 높은 리그에 집중하는 것이 선수 개인에게도 좋은 일이다. 우리은행의 통합 7연패를 막을 1순위 후보로 꼽히는 KB가 그릴 다음 시즌의 청사진이 썩 밝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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