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클래식)에 서로를 넘어야 하는 두 팀이 있다. 4월 17일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H조 최종전에서 일본의 가시마 앤틀러스를 1-0으로 꺾고 '기사회생(起死回生)'해 3년 만에 ACL 16강 진출의 기쁨을 누렸던 수원 삼성과, '2018 K리그1' 2라운드에서 난타전 끝에 거함 전북 현대를 펠레 스코어인 3-2로 침몰시키며 첫 승을 신고했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런 두 팀이 8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쳤는데 수원 삼성이 아이러니하게도 인천 유나이티드를 3-2로 꺾었다. 수원은 여전히 원정 강자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5승 2무 1패 승점 17점으로 리그 2위 고삐를 더욱 세게 쥐게 됐다.

수원 삼성은 그동안 인천 유나이티드를 만나면 유독 치열한 혈투를 펼치는 질긴 악연을 가지고 있다. 그 역사는 '2015 K리그1' 2라운드부터 시작됐다. 그 질긴 악연의 출발점에서 수원 삼성은 경기 종료 추가시간 염기훈(35)의 극적인 결승골로 2-1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2016 K리그1' 6라운드 경기에서는 다잡았던 경기를 후반전 인저리타임에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25)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했다.

수원 삼성에게 '2016 K리그1'에서의 인천 유나이티드는 한편으로 지긋지긋한 상대였다. 6라운드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수원 삼성은 다시금 13라운드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당시에도 후반 추가시간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와 산토스(33)가 두 골을 주고받은 보기드문 난타전 끝에 또다시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쯤되면 우스갯소리로 수원 삼성은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대비하여 '고사라도 지내야 할' 처지였다.

이만큼 수원 삼성에게 인천 유나이티드는 쉬운 상대인것 같지만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닌 치열한 혈투를 펼쳐야만 하는 라이벌 관계로 굳어졌다. 이런 라이벌 형성 구도에서 32라운드에서 또다시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한 수원 삼성은, 무엇에 홀린듯 2-0 리드 상황에 멈춰선 채 후반 41분 인천 유나이티드 김용환(25)과 후반 추가시간 진성욱(25, 현 제주 유나이티드)에게 만회골을 내주며 믿기지 않는 2-2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진정 인천 유나이티드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에까지 이르른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7 K리그1' 4라운드에서 만난 두 팀은 라이벌 답게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경기끝에, 수원 삼성은 후반 40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27)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는 것을 지켜보며 원하지 않았던 3-3 무승부 경기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수원 삼성은 31라운드에서도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했지만 후반 45분 인천 유나이티드 하창래(24, 현 포항 스틸러스)의 득점으로 경기를 1-1로 마치고 말았다. 수원 삼성은 인천 유나이티드보다 선수 스쿼드는 물론 팀 전력 등 모든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마음의 짐 덜어낸 수원, 6경기 무승에 빠진 인천

그럼에도 수원 삼성은 인천 유나이티드를 만나면 헛물을 들이키는 경기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그 연장 선상에서 '2018 K리그1' 8라운드에서의 맞대결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한편으로 경기 결과에 시선이 모아졌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018 K리그1' 7라운드에 까지 단 한 차례밖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경기력 만큼은 나쁘지 않아 내심 수원 삼성전에 2승 욕심을 가졌다. 반면 수원 삼성은 전남 드래곤즈에 개막전 일격(1-2)을 당한 후 4승 2무로 패배를 모르며 지난 2015년 대회 이후 3년 만에 ACL 쳄피언스리그 16강까지 진출 필승 분위기는 높았다.

한편 수원 삼성은 이와 같은 필승 분위기와는 달리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앞두고 ACL 가시마 앤틀러스전에서 주장 김은선(30)이 또다시 부상을 당하는 불운이 발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상 병동이라고 할만큼 유독 2018 시즌에 수비와 미드필드 자원의 부상으로 3-4-3 전술로 변화를 꾀한 수원 삼성에게는 중원에서 많은 활동량으로 공수 조율 역할을 하고 있는 김은선의 부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나 다름 없는 전력 누수였다.

이에 서정원(48) 감독은 ACL에 따른 선수 로테이션으로 변화를 꾀해 패스웍이 좋은 미드필더 김종우(25) 대신 베테랑 조원희(35)를 기용하고 김건희(23)을 앞세운 스리톱의 득점을 노리는 전략으로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했다. 하지만 5골로 득점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무고사(27)를 최전방에 세우고 활발한 역습과 측면 공격을 펼치며 6, 7라운드 2연패를 홈에서 벗어나려는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에 스리백 아킬레스건인 측면 수비가 흔들리며 수비 전체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경기 주도권을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내주었다. 급기야 수원 삼성은 전반 15분 아길라르(27)에게 지능적인 프리킥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수원 삼성은 수차례 인천 유나이티드의 위협적인 공격에 실점 위기를 맞으며 질긴 악연에 고전했지만 출전 기회를 얻은 신예 전세진(19)이 방향을 바꾸는 헤더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수원 삼성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전반전과는 달리 활발한 측면 공격을 시도하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지만 오히려 후반 10분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역전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2017 K리그1' 4라운드에서 수원 삼성에게는 잊을 수 없는 동점골을 뽑아냈던 문선민이었다.

문선민의 일격에 질긴 악연이 또다시 되살아난 수원 삼성은 물러설 수 없는 공격으로 후반 21분 임상협(30)이 감각적인 발리 슈팅으로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이 만큼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는 서로 만나면 어울리지 않게 물러서지 않는 공방전을 펼치는 축구에 올인한다. 따라서 그 공방전이 헛심 공방전이 아닌 상호 골을 주고 받는 치열한 공방전이어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힘들고 코칭스태프는 벤치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긴장감 속에 초조함에 휩싸인다. 반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은 축구에 대한 재미를 만끽하는 호사를 누린다.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2018 K리그1' 첫 번째 만남에서도 두 팀은 그 예외가 아니었다.

수원 삼성의 염기훈과 데얀(37)은 서정원 감독의 전략상 후반전에서야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였지만 이들이 없는 8라운드 약 60여분 동안에도 경기는 '모 아닌면 도'식의 공격축구 일변도여서 경기는 그야말로 뜨겁고 박진감이 넘쳤다. 경기 결과는 양 팀이 5골을 주고 받는 가운데 결국 수원 삼성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의 백미는 경기종료 추가시간 박형진(25)이 페널티에어리어 외곽에서 만들어낸 왼발 대포알 극장골이었다. 그야말로 수원 삼성 vs. 인천 유나이티드 최고의 백미였다. 이로써 수원 삼성은 2015년부터 계속 이어져온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지긋지긋한 악연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고 마음의 짐까지 덜었지만, 그 질긴 악연의 희생양이 된 인천 유나이티드는 6경기 무승의 수렁에 빠지며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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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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