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위대한 공연은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지난 6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미국의 팝 아티스트 케이티 페리(Katy Perry)의 내한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의 소감이다.

지난 2월, 팝스타 케이티 페리가 데뷔 10년 만에 내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걱정이 앞섰다. 한국에서 다른 팝 아티스트에 비해 인지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새 앨범 <위트니스>(Witness)가 부진한 성적을 거둔 그녀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명불허전 무대... 팬들과의 소통에선 정성 느껴져

공연하는 케이티 페리 강렬한 붉은 옷이 인상적이다

▲ 공연하는 케이티 페리 강렬한 붉은 옷이 인상적이다 ⓒ PAPAS E&M


그러나 막상 티켓이 열리자마자 10여 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었고, 추가 예매까지 열렸다. 심지어 공연 당일에도 남아있는 일부 좌석을 구매하기 위하여 '케이티 캣(Katy Cat, 케이티 페리의 팬을 부르는 명칭)'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무대가 준비된 고척 스카이돔에 입장하자마자 무대에서 거대한 눈알이 관객을 반겨주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대규모 무대에서부터 케이티 페리의 위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원래 아시아 투어에서는 북미 투어의 절반 규모의 무대 장치를 사용하지만, 페리는 역대급 투어를 만들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아 한국에서 북미와 같은 규모의 대규모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오후 9시 5분, 화려한 인트로와 함께 케이티 페리는 처음으로 한국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관객들의 함성과 함께, 6부로 기획된 공연의 첫 번째 무대인 '매니페스토(Manifesto)'는 신곡인 '위트니스(Wintness)'로 그 막을 올렸다. 강렬한 붉은 옷을 입은 페리는 10명의 댄서와 함께 무대를 누비며 '룰렛(Roulette)', '다크 호스(Dark Horse)', 'Chained to the Rhythm'을 불렀다. 관객들은 환호와 함께 떼창(제창)으로 보답했다.

2부 'Retrospective'에서는 '틴에이지 드림(Teenage Dream)', '핫 앤 콜드(Hot N Cold)', '캘리포니아 걸스(California Gurls)', '아이 키스드 어 걸(I Kissed A Girl)' 등 팝 가수 데뷔 초기 명곡들을 부르며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팬서비스가 돋보였는데, 관객들에게 'Hot'과 'Cold'가 한국어로 어떻게 발음되느냐고 묻는 등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돋보였다.

그리고 페리와 떼어놓을 수 없는 밈(Meme)인 '레프트 샤크(Left Shark)'가 등장하여 페리와 결투를 벌이는 퍼포먼스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즉석으로 관중석에서 똑같은 옷을 입은 관객을 무대로 불러 자신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관객과 포옹하고, 셀카도 찍고, '라이트 샤크(Right Shark)'라는 닉네임을 붙여준 것은 덤.

역대급 공연... 또 언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을까

 '파이어워크(Firework)'를 부르는 케이티 페리

'파이어워크(Firework)'를 부르는 케이티 페리 ⓒ PAPAS E&M


이어진 무대인 3부 '섹슈얼 디스커버리(Sexual Discovery)'에서 케이티 페리는 '데자부(Deja Vu)', '쓰나미(Tsunami)', 'E.T.', '본 아페티(Bon Apetit)'를 불렀다. 거대한 외계인 모형이 무대에 등장하고, 페리가 직접 장미 모양의 무대 장치에서 봉춤을 선보이는 등 이색적이고 섹시한 무대로 관심을 끌었다.

4부 '인트로스펙티브(Introspective)'에서 페리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와이드 어웨이크(Wide Awake)', '인투 미 유 시(Into Me You See)', '파워(Power)'를 부르며 무대를 한국 팬들에게 헌정했다.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곡들이 관객들의 켠 핸드폰 플래시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5부 '이머전스(Emergence)'에서 '파트 오브 미(Part of Me)', '스위시 스위시(Swish Swish)', '로어(Roar)' 등 정렬적이고 신나는 곡들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특히 5부의 마지막 곡인 '로어'는 이미 달아올라져 있는 무대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케이티 페리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곡인 '로어'를 페리와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 부르며 무대는 끝을 맺었고,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관중석 곳곳에서 환호와 앙코르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고, 갑작스럽게 침묵이 깨지며 마지막 무대, 6부 '앙코르(Encore)'가 시작되었다. 6부는 케이티 페리를 상징하는 곡과도 같은 '파이어워크(Firework)' 단 한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짝이는 밝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페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서울을 절대 잊지 않을게요"라는 말과 함께 2시간 만에 관객들은 케이티 페리와 작별해야 했다. 10년을 기다려 온 케이티 캣들에게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케이티 페리가 많은 사람의 인기를 넘어 존경을 받는 비결을 이번 내한 공연에서 볼 수 있었다. 무대 장치에서부터 공연, 그리고 팬서비스까지, 페리가 모든 공연과 만남에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작년 무성의한 내한 공연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여성 가수들과 비교가 되었다. 단순히 연예인 활동을 넘어, 자선 활동이나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등, 자신의 영향력과 위치를 통하여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면서 케이티 페리는 단순히 디바를 넘어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공연을 마치고, 7일 간단한 일정을 소화한 케이티 페리는 투어의 다음 행선지인 싱가포르로 향한다. 투어는 8월 말까지 진행된다. '위트니스' 앨범과 투어가 상당히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곧바로 새로운 앨범에 작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찌 됐든, 케이티 페리는 한국에서 '역대급' 공연을 보이며 찬사를 받았다. 정말 이보다 더 위대한 공연을 당분간 볼 수 없을 것 같다. 케이티 페리가 다시 내한 공연을 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케이티 페리 KATY PERRY 위트니스 WITNESS 고척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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