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뉴 잭 스윙의 대표주자였던 바비 브라운의 1988년 솔로 데뷔 음반 < Don't Be Cruel >.

뉴 잭 스윙의 대표주자였던 바비 브라운의 1988년 솔로 데뷔 음반 < Don't Be Cruel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문제) 테디 라일리, 지미 잼 & 테리 루이스, 바비 브라운, 키스 스웨트, 그리고 듀스(이현도). 이들의 공통점은?
정답) 뉴 잭 스윙 (New jack Swing) 장르 음악을 구사했던 음악인.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흑인 R&B 중심으로 웬만한 댄스 음악 치고 뉴 잭 스윙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않은 곡이 없었을 만큼 뉴 잭 스윙은 그 시절을 지배했던 장르였다.

지난 20여 년 사이 다양한 형식의 음악들이 뜨고 지기를 반복하면서 어느새 잊힌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던 뉴 잭 스윙이 최근 새로운 부활을 꿈꾸고 있다.

뉴 잭 스윙, 그리고 대표 음악인들

R&B와 힙합, 여기에 경쾌한 펑크(Funk), 팝 등을 다채롭게 섞은 장르가 뉴 잭 스윙이다. 기본적으로 수려한 멜로디와 화성, 드럼 머신 롤랜드 TR-808에 기반한 적절한 비트와 길거리 문화가 섞이면서 각종 패션(청바지, 속옷 등)에도 영향을 끼치는 등 점차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관련 기사] 롤랜드 TR-808 드럼 머신... '복고 미래 지향'의 소리, 808을 아십니까?

우선 지미 잼 + 테리 루이스 (Jimmy Jam + Terry Lewis) 콤비는 뉴 잭 스윙의 '1세대' 음악인으로 가장 먼저 언급할 만하다. 1980년대 초반 프린스가 발굴한 R&B 밴드 타임(The Time)의 멤버로 활약했던 이들은 프린스로 부터 갑작스런 해고를 당한 후 본격적인 작곡 및 프로듀싱 활동에 돌입한다. 엄청난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던 재닛 잭슨(Janet Jackson)의 정규 3집 < Control >(1986), 4집 < Rhythm Nation 1814 >(1989)은 잼 + 루이스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역시 동년배의 2인조 베이비페이스(Babyface) + L.A 라이드(L.A Reid)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주로 느린 템포의 R&B 발라드에 특화된 이들이지만 바비 브라운의 'Don't Be Cruel'과 'Humpin' Around', 휘트니 휴스턴의 'I'm Your Baby Tonight', 베이비페이스 본인이 직접 부른 'It's No Crime' 등 뉴 잭 스윙의 경쾌한 음악에서도 탁월한 재주를 선보인다.

'뉴 잭 스윙의 대부' 테디 라일리는 2000년대 후반 소녀시대, 박재범, 엑소 등 한국 가요 작업에도 자주 참여하면서 친숙한 음악인이다. 마이클 잭슨의 명반 < Dangerous >를 필두로 캐린 화이트(Karyn White), 하이파이브(Hi-Five), 라일리가 멤버로 활약한 가이(Guy)와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 등을 성공시키면서 당시 20대의 나이에 일찌감치 특급 프로듀서로 대접 받았다. 


1990년대 눈부셨던 듀스의 활약

 명곡 '여름안에서'가 수록된 1994년 듀스의 리믹스 음반 < Rhythm Light Beat Black >

명곡 '여름안에서'가 수록된 1994년 듀스의 리믹스 음반 < Rhythm Light Beat Black >ⓒ 케이앤씨뮤직


현진영의 데뷔곡 '슬픈 마네킹'(1990)'을 시작으로 탁이준이(이탁+구준엽), 듀스, 언타이틀 등 당시로선 세련된 댄스 음악을 구사하던 팀을 중심으로 뉴 잭 스윙은 1990년대 유로 하우스 음악과 함께 국내 댄스 음악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했다. 

록그룹 부활의 보컬리스트 출신이던 이승철 조차 미국 교포 출신 작곡가 김홍순과 손잡고 댄스곡 '방황'을 선보일 정도로 당시 유행에 민감한 이들이라면 으레 이 장르에 발을 담그는 게 흔한 일이었다. 특히 이현도의 프로듀싱 솜씨가 빛났던 듀스는 '한국형 뉴 잭 스윙의 완성'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또한 탁월한 패션 감각이 돋보였던 고 김성재 역시 각종 유행을 이끄는 '트렌드 세터'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테크노, 힙합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던 댄스 음악에서 뉴 잭 스윙은 어느덧 '구닥다리' 신세로 전락하면서 그냥 예전 인기 음악의 하나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2010년대 들어 기린, UV 등 복고 지향의 몇몇 음악인들이 1990년대 형식을 빌려온 신작들을 공개하긴 했지만 국내 음악계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 몇몇 작곡가, 프로듀싱팀을 중심으로 뉴 잭 스윙이 조금씩 부활의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샤이니부터 EXID까지... 새롭게 재해석되는 뉴 잭 스윙

 지난 2016년 발매된 샤이니의 정규 5집  < 1 of 1 >

지난 2016년 발매된 샤이니의 정규 5집 < 1 of 1 >ⓒ SM엔터테인먼트


지난 2016년 발매된 샤이니의 정규 5집 < 1 of 1 >은 철저히 '복고'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었다. 1990년대 뉴 잭 스윙의 21세기식 재해석으로 꾸며졌다. 최근엔 보기 드문 카세트테이프로도 음반을 제작해 아날로그 감성을 되살렸고 베네통을 연상케하는 원색 질감의 무대 의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머릿곡은 아니지만 음반 수록곡을 통해서도 새로운 뉴 잭 스윙 풍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공개된 여자친구의 미니 4집 < The Awakening >의 마지막을 장식한 '핑(Crush)', 올해초 발매된 2PM 장우영의 솔로 음반 <헤어질 때>에 담긴 'Going Going',  걸그룹 우주소녀의 < Dream Your Dream > 속 '설레는 밤' 등 제법 많은 숫자의 작품들이 1990년대의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다.

지난 2일 공개된 EXID의 싱글 '내일해' 역시 그 시절 음악을 2018년에 맞게끔 재현한 작품이다.  펑퍼짐한 청바지, 겉으로 드러낸 속옷, 원색의 상의와 각종 액세서리 등 패션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일 공개된 EXID의 싱글 <내일해>

지난 2일 공개된 EXID의 싱글 < 내일해 >ⓒ 바나나컬처


대신 사운드 측면에선 90년대 뉴 잭 스윙과는 약간의 차이를 드러낸다.  과거엔 잘 활용되지 않던 라틴 풍의 브라스, 테이프 빨리 감는 듯한 효과음 등을 샘플링으로 활용하면서 최근의 제작 화법을 접목시킨다.

이렇듯 뉴 잭 스윙이 요즘 작곡팀들에게 선택된 데는 나름의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먼저 복고를 지향하는 레트로 유행이 새로운 변주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프로듀싱팀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했던 뉴 잭 스윙이 뒤늦게 기회를 얻게된 것이다.

30대 후반 연령대의 작곡가들이 듣고 자랐던 과거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녹여내면서 반대로 요즘 음악계 주 소비층이자 이런 음악에 친숙하지 않은 1020 세대에겐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물론 기성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또 하나의 목적도 여기엔 숨어 있다.

뉴 잭 스윙이 2018년 대중음악계의 대세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 재현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결합시켜 신선한 창작의 흐름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진행되는 여러가지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