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록 + 헤비메탈 마니아들이라면 반가울 만한 신작들이 연이어 공개되었다.

1980년대 이른바 '한국 헤비메탈 1세대'의 주역들인 김종서(시나위), 부활이 중심이 된 프로젝트 록그룹 포에버(FOURever)가 디지털 싱글을 발매했다. 이어 역시 비슷한 시기 등장해 AC/DC 풍의 정통 메탈 사운드를 들려줬던 블랙신드롬이 무려 17년 만의 정규 음반이자 데뷔 30주년 기념음반을 발표했다.

각기 음악적 성향은 달랐지만 척박했던 1980년대 한국 헤비메탈 음악계를 개척했던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재등장은 올드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부활+김종서+김경호+박완규의 환상 조합, '포에버'

 부활, 김종서, 김경호, 박완규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포에버의 첫 싱글 Promise 표지

부활, 김종서, 김경호, 박완규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포에버의 첫 싱글 Promise 표지ⓒ 부활엔터테인먼트


1986년 첫 음반을 발표한 관록의 그룹 부활은 역시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시나위, 백두산 등과 더불어 한국 헤비메탈 음악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후 록 발라드 중심의 대중적인 사운드로 변모한 탓에 지금은 헤비메탈의 요소를 찾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30여년간 기타리스트 김태원을 중심으로 모범적인 활동을 펼쳐온 바 있다.

지난 22일 디지털 싱글 < Promise >를 발표한 프로젝트 그룹 포에버는 김종서, 김경호, 박완규 등 1980~1990년대의 대표적인 록 보컬리스트 3인과 함께 부활의 주요 멤버 김태원(기타), 채제민(드럼), 서재혁(베이스)이 힘을 모은 팀이다.

잘 알려진대로 김종서는 부활의 전신이던 1984년 언더그라운드 록 밴드 디 엔드(The End)의 보컬리스트였고 이후 시나위, 카리스마 등의 그룹과 화려했던 솔로 가수 시절을 거치며 특유의 가창력 및 작곡 솜씨를 뽐내왔던 음악인이다.

이들의 후배들인 솔로 가수 김경호, 역시 부활 출신이면서 특유의 하이톤 보컬을 자랑했던 박완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록커들이었다.

평소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며 꾸준히 공연 무대를 통해 음악적 교류를 해왔지만 이렇게 하나의 노래를 함께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이한 사항은 평소 작사/작곡/편곡 등 자신의 음악 작업에선 일체의 타협이 없던 김태원이 이번 신작에선 가사에만 참여했을 뿐 작곡(김종서), 편곡(건반 연주자 조광호)을 다른 동료들에게 맡기며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Promise'의 작곡을 담당한 김종서 역시 이른바 '킬링 파트'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고음역대의 후렴구 가창을 후배 김경호와 박완규에게 기꺼이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한다.

요즘 음악계 흐름에는 다소 벗어난, 옛스러운 느낌이 감도는 곡이지만 1990년대 풍의 웅장한 발라드를 사랑했던 분들, 그리고 노래방에서 솜씨를 자랑하고 싶은 음악팬들에겐 말 그대로 '취향저격'의 노래로 평가할 만하다.

딱 한 곡만 담긴 디지털 싱글이라는 부족함은 있지만 꾸준한 신곡 공개를 약속하고 있어서 향후 공개할 내용물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한편 부활 역시 지난달 선공개한 싱글 <꽃>을 시작으로 현재 정규 17집 작업을 병행 중이어서 한동안 신작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팬들이라면 올해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법 하다.

데뷔 30주년+17년 만의 신작 < Episode > 발표한 '블랙 신드롬'

 헤비메탈 밴드 블랙 신드롬이 17년만에 내놓은 정규 10집 Episode 표지

헤비메탈 밴드 블랙 신드롬이 17년만에 내놓은 정규 10집 Episode 표지ⓒ 트리퍼사운드


1980년대 종로 탑골 공원 옆에 자리잡았던 파고다 예술관은 이른바 한국 헤비메탈의 시작을 알린 중요한 장소였다. 앞서 소개한 부활을 비롯해서 이른바 1세대 메탈 밴드 상당수가 정식 데뷔 이전 이곳에서의 공연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88년 또 다른 밴드 크라티아와의 조인트 음반 < Friday Afternoon >을 시작으로 정식 데뷔한 블랙 신드롬 역시 파고다 예술관을 거치면서 그 무렵 국내 메탈 밴드들과는 차별되는 음악을 들려줬던 팀이다. 해외에선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지녔던 호주 출신 그룹 AC/DC의 영향을 받으며 마치 쇠를 긁는 듯한 소리를 들려준 박영철의 보컬 + 투박하지만 공격적인 김재만의 기타 연주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비록 이승철(부활), 임재범과 김종서(이상 시나위) 같은 '꽃미남' 보컬리스트들을 보유했던 밴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지녔다는 약점은 있었다. 그런데도 블랙 신드롬은 당시로선 보기 드물게 라이브 음반 발표, 일본 시장 진출 등 선후배 밴드들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던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차별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잦은 멤버 교체가 이어진 데다 1990년대 헤비메탈의 쇠락+얼터너티브 록의 득세와 맞물려 이들 역시 점차 마니아들의 관심에서 블랙 신드롬은 점차 멀어지고 말았다.

 17년만에 새 음반 발표한 블랙 신드롬. 사진 왼쪽부터 최영길(베이스), 히데키 모리우치(드럼), 김재만(기타), 박영철(보컬)

17년만에 새 음반 발표한 블랙 신드롬. 사진 왼쪽부터 최영길(베이스), 히데키 모리우치(드럼), 김재만(기타), 박영철(보컬)ⓒ 트리퍼사운드


2000년대 들어 원년 보컬리스트 박영철의 재합류와 함께 팀을 재편하고 꾸준히 각종 공연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갔지만 이들의 신작 발표는 요원하기만 했다.

지난 23일 발매된 정규 10집 < Episode >는 지난 2001년에 나온 9집 < The Gate > 이후 무려 17년 만에 나오는 새 음반이다. 

김병삼(제로G), 박근홍(게이트 플라워즈, ABTB), 만쥬(만쥬한봉지), 킹스턴 루디스카, 유병열(전 윤도현 밴드) 등 음악계 동료 및 후배들의 대거 참여로 30주년 기념작 답게 풍성한 내용물을 채웠다.

기존 헤비메탈의 틀에만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형식을 담으며 다양성을 추구한 건 이번 새 음반 구성의 가장 큰 특징이다. 머릿곡 'Bible Black'처럼 기존 블랙 신드롬 음악의 특징이던 정통 메탈 사운드의 명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하드 록 전설' 에어로스미스의 영향을 받은 브라스 록 'Rock Out', 1970년대 브리티쉬 글램 록의 대향연 'I Was Rock' 등이 그렇다.

이밖에 몇 해 전 안타깝게 고인이 된 전 드러머 이동엽의 생전 데모 녹음이 담긴 'Compulsion', 'Man On Fire'에선 스래시 파워 메탈의 기운을 담으며 파괴력 있는 연주를 통해 마치 "우리 아직 늙지 않았어!"라고 음악팬들에게 당당히 외치고 있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