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로 분한 토마스 크레취만
쇼박스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기사를 사전 검열하고, 유명 언론인조차도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고문 받고 죽어 나가던 시절에 진실 은폐의 책임을 언론사에게만 물을 수 없다는 의견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런 탄압을 이겨내고 진실을 폭로하고자 해직되고 투옥된 언론인은 칭송받아 마땅하지만, 탄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땡전 뉴스'나 반복했던 언론의 과거가 합리화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워싱턴 포스트> 사주 캐서린. 그는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서 은폐된 진실의 폭로를 택했다. 군부 독재의 만행에 눈 감았던 언론들. <더 포스트> 캐서린의 결단을 보고도 '우리나라하고는 다르잖아'라고 말한다면 기레기 오명은 영영 벗지 못할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1면에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했는데, 우리는 닉슨 딸 결혼 기사나 건졌네.' <워싱턴 포스트> 편집장 벤의 자조 섞인 한탄처럼, 우리 언론들은 탄압이 두려워 진실을 은폐했다기보다 정권이 던져주는 사탕에 눈이 먼 측면도 없지 않다. 정권과 기업이 서로의 이익을 주고받았던 정경유착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고 고약한 것이 권언유착의 병폐다. 대통령과 언론사 사주가 술자리에서 '나는 낮의 대통령. 너는 밤의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우던 건 오래된 적폐라 하더라도, 세월호 참사 때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이승만 특집 다큐를 지시하며 노골적으로 정권에 부역행위를 한 현직 언론인도 한둘이 아니다. MBC, KBS 등 공영방송조차도 국민들에게서 멀어진 건 진실보다 대통령 의중에 포커스를 맞춰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해냈던 <워싱턴 포스트>와 비견되는 역사도 있다. 대기업 부회장을 불러서 야단 치고, 온갖 회유와 압박 속에서도 '태블릿 PC' 진실만을 줄기차게 제기한 방송이 있었다. K스포츠 재단 배후 비선실세 최순실의 폭로에 앞장 섰던 신문도 있었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낱낱이 까발리는 방송과 기사를 앞에 놓고 국민들은 경악했고 분노했고, 분노의 촛불이 광화문을 메웠다. 훗날 영화로 다시 제작해도 될 만한 내용을 2016-2017년 일부 언론과 국민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부끄러운 역사만 있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