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수혁 선수가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수혁 선수가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고소공포증은 아직도 있어요. 그런데 헬멧만 쓰면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보드 탈 때만큼은 안 무서워요."

국내 패럴림픽 스노보드 유망주인 박수혁 선수는 원래 고소공포증이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스노보드를 타기는 결코 쉽지 않다. 높고 경사진 슬로프에서 점프를 포함해 빠른 속도로 슬로프를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박수혁 선수는 해냈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팔이 없었던 박수혁 선수는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스노보드 뱅크드 슬라롬(BSL) SB-UL(상지장애)등급 경기를 무사히 완주했다. 1분 3초 80. 22명의 선수 중 22위로 '꼴찌'였지만, 그는 성적에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패럴림픽 스노보드 전 종목이 마무리되는 날이자, 박수혁 선수의 패럴림픽 전 일정이 끝난 16일. 그의 이야기를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 믹스드 존에서 잠시나마 들어보았다.  

패럴림픽을 무사히 마무리하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수혁, 박항승 선수(오른쪽 위 첫번째, 두번째)가 출전해 경기를 마치고 코칭스태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수혁, 박항승 선수(오른쪽 위 첫번째, 두번째)가 출전해 경기를 마치고 코칭스태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패럴림픽을 다치지 않고 마무리했다는 게 일단 좋아요."

2000년생 박수혁 선수는 홀가분해 보였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그에게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보다 오늘의 고민이 더 커보였다. "학교로 돌아가야죠"라면서 "운동하면서 공부를 거의 안 했는데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대학교 진학을 준비해야 하는데, 공부가 부족한 상황에 체육특기생으로 선발될 가능성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막연히 "잘 모르겠네요"라는 말만 반복하는 그에게는 그 나잇대 학생들이 으레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스노보드 팀의 앞날도, 앞으로 있을 지원도 확신할 수 없다. 패럴림픽을 통해 모아진 관심이 이벤트성으로 끝날까봐 두렵기도 하다. "일단 지금은 평창이기 때문에, 평창에 집중을 했다"라면서,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베이징은 이제 스노보드 팀이 어찌될지 모르니까... 만약에 베이징까지 가게 된다면 또 열심히 해 봐야죠"라는 대답으로 갈무리했다.

스노보드 팀의 앞날이 불투명하기는 하다. "스켈레톤, 봅슬레이 선수들처럼 메달을 따도 지원이 안 되는데, 메달을 못 딴 우리 팀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라며 불안해했다. 그래도 스노보드는 계속 하고 싶단다. "될 수 있으면 계속 보드 타고 싶죠, 당연히"라는 말에 "왜?"라고 물었다.

"재밌잖아요. 재밌으니까 하죠."

의미있는 성적, 내일이 기대된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수혁 선수가 출전해 경기를 마치고 다른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수혁 선수가 출전해 경기를 마치고 다른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수혁 선수가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수혁 선수가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인터뷰 중에도 박 선수는 전광판과 슬로프를 번갈아보며 다른 선수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호성적을 보이는 선수가 있으면 "와, 미쳤다", "진짜 빨라!" 등의 감탄사를 하며 박수를 쳤다. 본인 성적만 놓고 봤을 땐 아쉬울 것 같다. 뱅크드 슬라롬은 22명 중 22위, 스노보드 크로스(SBX)에서는 22명 중 21위. 하지만 박 선수는 "제 모든 걸 보여줬으니까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경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거나(DNF), 실격(DSF)당하지 않고 어쨌든 자기 기록을 가졌으니까.

"아직은 성적보다는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어요. 실격되지 않고 완주했으니까. 하지만 베이징부터는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을 걸 알아요. 베이징부터는 진짜 성적으로 보여드려야죠. 이번에 외국 선수들이 너무 잘하다보니까 실력 차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다른 선수들 보드 타는 자세도 보고... 랭킹 1등이나 상위권 선수들은 각 선수들마다 타는 라인이 있대요. 그 라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수혁 선수는 국제대회 출전 경력이 그리 길지 않다. 2017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스노보드 서던헤미스피어컵과 월드컵이 첫 국제대회 출전이었다. 당시 두 대회의 뱅크드 슬라롬 부문에서 모두 11위를 기록했다. 그는 확실히 가능성 있는 스노보드 꿈나무이다. 슬로프를 타면 항상 넘어지고, 고소공포증 때문에 점프도 제대로 못 타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무사히 슬로프를 완주하며 해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 IPC(국제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이번 대회의 10대 라이징 스타 2명 중 1명으로 괜히 그를 뽑은 것이 아니다.

헬멧만 쓰면 높이가 무섭지 않아지는 박수혁. 패럴림픽 스노보드 팀이 앞으로도 지원을 받고, 그도 무사히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여 계속 보드를 탈 수 있을까. 아무도 알 수 없다. 일단 지금 박수혁 선수가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라면 먹고 싶어요. 훈련하고 경기하느라 라면을 하나도 못 먹었거든요. 지금이라면 4개도 끓여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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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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