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녀 선수의 '연봉 격차'가 커지면서 일각에선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올 시즌 'V리그' 흥행 기여도를 살펴보면, 남자배구와 여자배구에 거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여자배구가 TV 시청률과 관중수가 지난 시즌보다 크게 상승해 흥행 유지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여자배구 선수들의 연봉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남녀 모두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선)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남자부는 향후 3년간 매년 1억 원씩 인상키로 했다. 남자부 샐러리캡은 2018-2019 시즌 25억 원, 2019-2020 시즌 26억 원, 2020-2021 시즌 27억 원으로 인상된다. 반면 여자부는 현행 13억 원에서 1억 원이 증가한 14억 원으로 인상하고, 향후 2년간(2018-2019 시즌, 2019-2020시즌) 샐러리캡을 동결하기로 했다. 또한 여자 선수만 1인 연봉 최고액이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까지 추가했다.

올 시즌 남자 24억 원, 여자 13억 원의 샐러러캡은 앞으로 남자 27억 원-여자 14억 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 가면, 남녀 샐러리캡 차이는 한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 뛰어난 활약·오래 뛰면 '연봉 감소' 황당

 최고의 활약과 실력을 인정받아 재계약하는 선수라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하고 그에 걸맞는 인상이 이뤄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최고의 활약과 실력을 인정받아 재계약하는 선수라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하고 그에 걸맞는 인상이 이뤄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 박진철


외국인 선수도 남녀 차별에서 예외가 아니다. 남자 외국인 선수 연봉은 30만 달러인 반면, 여자 외국인 선수는 그 절반인 15만 달러에 불과하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KOVO 트라이아웃 규정에 따르면, 남자 외국인 선수는 연봉에 대한 세금까지 구단이 대신 내준다. 세금을 따로 떼지 않고 30만 달러를 모두 받는다는 뜻이다. 반면, 여자 외국인 선수는 본인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때문에 실제 손에 쥐는 연봉 액수는 남녀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

현행 V리그 여자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신규로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는 15만 달러(세금 포함)다. 좋은 활약을 펼쳐 다시 재계약하는 선수는 15~18만 달러(세금 포함) 안에서 소속 구단이 재량으로 결정한다.

실제로 지난 2016-2017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은 메디(IBK기업은행)와 알레나(KGC인삼공사)는 올 시즌 '18만 달러'로 기존 소속팀과 재계약했다. 메디와 알레나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까지 득점, 공격성공률 등 각종 기록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두 선수의 기량과 소속팀 기여도를 따져 보면, 외국인과 국내 선수 통틀어 단연 최고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두 선수가 그런 활약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자 외국인 선수는 연봉이 오른 만큼 세금도 오르기 때문에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액수가 직전 시즌과 거의 비슷하게 된다.

한 프로 구단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재계약한 여자 외국인 선수는 연봉이 오른 만큼 세금도 크게 늘기 때문에 18만 달러를 줘도 세금 떼고 나면 1년 차 연봉인 15만 달러보다 나을 게 없고, 오히려 실제 받는 액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고의 활약과 실력을 인정받아 재계약하는 선수라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하고 그에 걸맞는 인상이 이뤄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트라이아웃 신입생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든다면, 이는 불합리하고 공정성에도 어긋난다. 이 틈새를 일본 리그가 프로로 전환하면서 최근 V리그 외국인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다른 리그로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좁혀도 부족할 판에... 격차 키우는 '여자 프로 구단'들

심지어 2년 연속 뛰어난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가 3시즌째 다시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면, 오히려 연봉이 삭감되는 황당한 일까지 발생한다. 이 경우 원소속 구단은 기존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을 할 수 없고, 3시즌째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는 처음 트라이아웃 참가자와 똑같은 신분으로 드래프트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연봉도 처음 참가자와 똑같이 15만 달러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올 시즌까지 KOVO의 트라이아웃 규정이었다. 메디와 알레나처럼 지난 2시즌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가 오는 5월에 실시하는 2018~2019시즌 트라이아웃에 다시 참가할 경우 오히려 연봉이 삭감되는 것이다.

불합리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최근 KOVO는 2018~2019시즌 트라이아웃에서 3시즌째 참가 선수의 경우, 직전 시즌 팀에서 받은 연봉을 그대로 유지해 주기로 결정했다. 또한 2018~2019시즌 트라이아웃 신규 참가 선수부터는 2번째 시즌에 재계약을 할 경우 연봉을 20만 달러(세금 포함)로 인상하기로 했다.

KOVO 관계자는 9일 전화 통화에서 "올해 5월에 실시하는 트라이아웃에서 메디나 알레나를 지명하는 구단은 무조건 18만 달러로 계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대로 18만 달러는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트라이아웃 신규 참가자 연봉(15만 달러)과 거의 동일한 금액이다. 때문에 재계약 선수의 연봉을 더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KOVO 관계자는 "실무위원회에서도 여자 외국인 선수는 세금을 개인이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연봉 인상을 체감할 수 있으려면' 재계약 선수의 연봉을 23만 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구단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녀 차별 논란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자 구단들이 남자 구단들보다 선수 연봉 인상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여자배구 인기 상승으로 모기업 홍보 효과는 커지는데, 지갑은 열기 싫은 것이다.

물론 누적된 관행, 시장성, 모기업의 투자 의지 등에 따라 남녀 선수 연봉이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요소도 있다. 또한 차이를 한꺼번에 좁히면 구단 운영상 무리가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점진적으로라도 차이를 좁혀야 할 판에 더 키운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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