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주목도가 높았던 종목 중 하나가 여자 아이스하키였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1월 1일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뒤 일주일여 후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 과정에서 합의된 것 중 하나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 간 손발 맞출 시간이 너무 적지 않냐는 의견이 나왔다. 또 한편으로 '한국 선수들이 출전 시간에서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일 뿐이었다. 불과 3주 만에 여자 아이스하키는 한 팀이 되어 있었다. 물론 경기 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남북이 한 팀으로 경기를 잘 치른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중계팀은 어떻게 경기를 보았을지 궁금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를 중계했던 김나진 MBC 아나운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김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최근 드라마틱한 상황에 큰 역할"

 김나진 MBC 아나운서

김나진 MBC 아나운서ⓒ 이영광


-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약 10일 정도 되었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올림픽 끝나자마자 12세 이하 유소년 축구 중계가 있어서 영덕으로 출장 다녀왔어요. 그리고 9일부터는 패럴림픽이 있거든요. 패럴림픽 개막식 중계를 제가 하게 됐어요. 패럴림픽 개막식 준비하면서 패럴림픽 관련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올림픽은 끝났지만, 패럴림픽은 이제 시작이잖아요. 패럴림픽을 잘 하려고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계속 중계가 있어서 정신없으시겠어요?
"네 바쁘긴 해요. 사실 사람들이 올림픽만 기억하고 패럴림픽이 있다는 걸 모르시는 분도 계시는데 패럴림픽도 올림픽하고 똑같은 거잖아요. 그래서 그 선수들의 멋있는 도전을 어떻게 응원할지를 고민하며 지내고 있고요. 패럴림픽 끝나면 좀 쉬려고요(웃음)."

-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주목을 받은 종목 중 하나가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한 여자 아이스하키 팀 경기였던 것 같아요. 김 아나운서는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를 중계하셨잖아요. 단일팀 경기라 더 긴장되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맞아요. 특히 첫 경기는 기자님 말씀하신 것처럼 주목이 많이 되었기 때문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올림픽에선 단일팀이 최초잖아요. 그리고 남북 단일팀을 찬성하시는 분도 많았고 반대하시는 분도 많았어요. 그분들의 의견을 다 알고 있었지만 남북 단일팀 경기에 들어간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링크에서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일뿐인 거잖아요. 그래서 그 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생각이 단순해지면서 그나마 부담이 덜해지더라고요.

최근 대북 특사도 다녀오고 4월에 정상회담까지 하기로 했잖아요. 그 경기로 모든 것이 100% 이뤄졌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이런 드라마틱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돌이켜 보면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경기잖아요. 그래서 너무 뿌듯하고 감사하고, 선수들의 힘든 과정을 잘 설명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 아이스하키에 원래 관심이 있었나요?
"아이스하키를 좋아해서 준비 많이 했었어요. 그러나 중계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게 아쉬웠는데 이번에 해설위원 그리고 허일후 캐스터와 아이스하키를 같이 중계했거든요. 같이 경기장 다니며 아이스하키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전에는 그냥 관심만 있었는데 남북 단일팀이라는 걸 통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고 그들의 스토리를 알게 되니까 너무 좋고 흥분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흥미가 이번을 계기로 많이 생기게 됐죠."

- 중계하려면 선수들 성향이나 습성을 파악해야 하는데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공부를 엄청 많이 해야 해요. 아이스하키는 규칙이 어렵잖아요. 그래서 일단 해설위원들하고 스터디를 많이 했었고 경기장을 저희는 많이 갔어요. 단일팀 평가전이었던 스웨덴전도 갔었고 훈련장도 가서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공부를 많이 하고 역시 현장에 가서 선수들 뛰는 걸 눈으로 보고 해야 많이 배우잖아요. 그래서 경기 있는 거마다 찾아갔던 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2년 전쯤 아이스하키 특집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그게 큰 도움이 됐죠. 아이스하키를 쉽게 전달하려고 공부를 그렇게 했던 거 같아요."

마지막 경기 마친 세라 머리 감독 '눈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세라 머리 총감독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단일팀의 평창동계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눈물을 흘려 얼굴이 붉어져 있다.

▲ 마지막 경기 마친 세라 머리 감독 '눈물'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세라 머리 총감독이 지난 2월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단일팀의 평창동계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눈물을 흘려 얼굴이 붉어져 있다.ⓒ 이희훈


- 단일팀이 올림픽 3주 전에 결정이 나서, 과연 3주 동안 손발을 맞출 수 있을까 우려스러웠어요. 스포츠는 팀워크가 맞아야 하잖아요. 근데 3주 만에 팀워크가 잘 맞은 거 같아요.
"머리 감독이 처음에는 북측 선수들을 따로 기용하는 방안을 생각했어요. 아이스하키는 1, 2, 3, 4라인으로 구성되는데, 하위 라인에 북측 선수들끼리 묶어서 플레이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북측 선수들이 (평창에) 오니까 이 선수들 라커룸도 남측 선수들 사이로 넣어서 배치하고, 이 선수들을 어떻게든 융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선수들이 서로 생일 챙겨주는 거도 감동적이었어요. 그런 걸 통해서 선수들이 의외로 빠르게 화합했어요.

그리고 항간에는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뛰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얘기가 있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결국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동안 부상당한 이은지 선수를 빼고는 남측 선수 전원이 링크를 밟았어요. 그 점이 다행스러웠어요."

"210개 선방한 신소정 선수, 멋있으면서도 너무 안타까웠다"

퍽 막아내는 신소정 골리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스웨덴전(7·8위 순위 결정전)에서 남북단일팀 신소정(31번) 골리가 퍽을 막아내고 있다.

▲ 퍽 막아내는 신소정 골리지난 2월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스웨덴전(7·8위 순위 결정전)에서 남북단일팀 신소정(31번) 골리가 퍽을 막아내고 있다.ⓒ 이희훈


마지막 경기 앞둔 남북단일팀 20일 오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에서 스웨덴을 상대하게 된 남북단일팀이 경기에 앞서 힘을 모으고 있다.

▲ 마지막 경기 앞둔 남북단일팀지난 2월 20일 오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에서 스웨덴을 상대하게 된 남북단일팀이 경기에 앞서 힘을 모으고 있다.ⓒ 이희훈


- 해설위원과의 호흡은 어떠셨어요?
"해설위원은 두 분이었어요. 아이스하키 협회 홍보팀장을 하시는 김정민 해설위원과 2년 전까지 국가대표였고 지금은 유소년 코치하는 안근영 해설위원이죠. 안 해설 위원은 2년 전까지 국가대표를 했으니까 선수 경험과 선수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서 좋았고 김정민 해설위원 같은 경우는 아이스하키 광팬이에요. 그래서 전 세계 아이스하키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그런 삼박자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 중계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어떤 장면인가요?
"마지막 경기가 너무 안타까웠어요. 스웨덴과 7, 8위 결정전이었는데 신소정 선수가 대회에서 210개 세이브를 했어요. 210개 슛을 막아낸 거죠. 신소정 선수 유니폼 보면 검은색 퍽 자국으로 물들어 있어요. 계속 온몸으로 막았잖아요. 210개의 선방인데 그건 이번 대회 참가한 골리 중 가장 많은 세이브예요. 퍽이 날아오는 속도가 120km가 넘어서 막을 때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걸 보면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신소정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마지막 경기고 7, 8위 결정전인데도 제가 중계할 때 멘트도 했는데 배로 막아내고 옆구리로 막아내고 머리로 막아내고 손으로 막아내는 등 온 몸을 던져서 막아내는 거예요. 물론 골을 많이 허용하긴 했죠. 강팀을 상대로 온몸을 다 던져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안쓰러웠어요."

- 아이스하키 중계하며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중계하면서 '골' 소리를 해보고 싶었어요. 상대는 세계 랭킹 5위 6위로 최고의 아이스하키 팀들인데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경기에서 한수진 선수가 골을 넣었거든요. 그 장면이 잊히지 않아요. 해설위원과 너무 좋아서 소리밖에 지르지 않았던 기억이 있죠. 마지막 경기로 순위도 상관없는 경기였고 사람들 주목도가 높은 경기도 아니었는데 그 순간을 위해 기다렸기 때문에 그 기억이 크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끝나니 해설위원이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저도 눈시울이 붉어져서 그게 기억에 많이 남아 있어요."

- 강광배 해설위원과 스켈레톤 중계도 하셨잖아요. 윤성빈 선수가 경기할 때 '가자'라는 뜻으로 '가가가가가'라고 응원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너무 영광이었죠. 강광배 해설위원은 썰매 종목으로 4번 올림픽에 나가셨어요. 지금 썰매 종목에서는 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를 모두 탄 세계에서 유일한 분이에요. 예전에 썰매 종목은 '그게 뭐야' 할 정도였는데 우리 썰매의 선구자인 강광배 해설위원과 중계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어요.

그 해설위원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 썰매를 어떻게 도입했고 처음 썰매 할 때 어떠셨고 상대 선수들 어려운 시절에 아르바이트하며 썰매 한번 타려고 자비로 공수한 얘기를 다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저는 '가가가가가'도 좋았지만, 강 해설위원으로 인해 우리 썰매 역사를 알 수 있었고 저는 그걸 끄집어내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게 너무 좋았죠. 강 해설위원이 있어서 우리 썰매가 알려지고 그 과정이 있는 다음에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 따고 봅슬레이도 은메달 땄잖아요. 역사의 한 장면에 있었다는 게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

- 윤성빈 선수와 가장 먼저 인터뷰하셨잖아요.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딴 후 다음날 인터뷰 했었는데 '가장 뭘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휴대전화 꺼놓고 쉬고 싶다'고 했어요. 그 마음도 이해가 갔고. 이제 금메달을 땄으니 모든 걸 이룬 선수라고 생각할 텐데, 정작 본인은 다음 목표를 생각하는 모습에서 이 선수가 금메달을 딸만 한 선수라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반성하고 새롭게 변하려는 MBC,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 스포츠 중계 많이 하셨는데 해외에서 할 때와 국내에서 할 때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가장 큰 차이는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인 것 같아요. 저희는 어떻게 하면 우리 선수들 활약을 잘 전달하느냐이기 때문에 중계진은 사실 큰 차이를 못 느끼는 데 선수들 컨디션을 확인할 때 국내에서 하는 건 조금 더 선수들이 빛날 수 있는 요건이 조성되는 거 같아요.

캐스터로서 농담 삼아 말씀드리면 시차 적응이 필요 없어서 많이 편했어요. 2016 리우 올림픽은 12시간 차이 나니까 그거 적응하려면 너무 힘들잖아요. 선수들도 힘들지만, 중계진도 졸릴 때가 있는 데 시차 적응할 필요가 없어서 중계 환경은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 우리나라 선수들이 있는 경기와 우리나라 선수가 없는 경기를 중계할 때가 다를 것 같은데.
"우리나라 선수가 있을 땐 기본적으로 응원하죠. 이 선수가 성장한 과정과 국가대표 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하죠. 그러나 외국의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이 선수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를 준비해서 알려드리고요.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는 영웅이잖아요. 그 선수들이 어떤 스토리를 가졌는지와 재밌는 요소에 중점을 둬요."

- MBC의 평창올림픽 중계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서 아쉬웠을 것 같아요.
"네. 아쉬움이 많이 남죠. 근데 스켈레톤은 잘 나왔어요(웃음). 경쟁사 하나를 제쳤거든요. 그러나 나머지는 최하위를 많이 했지만 저는 이것도 기적인 것 같아요. 파업이 끝나고 MBC 정상화를 위한 보직 국장과 부장이 꾸려진 지 한두 달 만에 대회를 잘 치러냈잖아요. 그리고 정상화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고 한 걸음씩 천천히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의 첫 단추를 시청률은 조금 아쉽지만, 시청률이라는 기준만으로 보기 힘든 것 같아요. 첫 단추는 굉장히 훌륭하게 끼웠다고 좋게 생각하고 싶어요."

- 예전에는 김성주 아나운서라는 프리랜서를 주축으로 캐스터를 꾸렸다면 이번에는 MBC 아나운서들로만 구성했는데 어땠어요?
"언제까지 외부 인력에 의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잖아요. 회사에 인력이 있는데 그 인력을 키우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는 거 같고요. 그런 면에서 이번 올림픽 때 시청률 최하위는 MBC 브랜드 가치 하락 등 여러 요인이 있는 거 같아서 앞으로 준비를 잘 하려고요. 저와 허일후 아나운서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저희가 조금 더 좋은 중계방송을 보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나은 방송을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니까 조금 더 격려를 많이 보내주시면 좋겠어요."

- 앞으로 중계를 맡고 싶은 종목이 있나요?
"저는 월드컵에서 우리 국가대표팀 경기 중계하는 것이 꿈이에요. 지금까지 축구 중계를 계속 해왔거든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 경기를 중계해 보고 싶어요. 그게 아나운서로서 제 소박한 꿈이기도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조금 더 노력해야 하겠죠."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MBC가 예전의 무너졌던 신뢰도, 그리고 잃어버렸던 시청자들의 관심,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요. MBC 아나운서들도 그동안 잘못한 것들에 대해서 반성하고 새롭게 고쳐 나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발전하는 MBC 아나운서국, 다시 '좋은 친구' MBC로 돌아가는 모습을 응원과 격려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나 잘못하면 호 되게 혼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나진 MBC 아나운서

김나진 MBC 아나운서ⓒ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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