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수학은 이걸로 끝났다' 뮤직비디오 제작 영상의 한 장면.  두 사람이 진행하는 < 주간아이돌 > 녹화 스튜디오에서 단 1시간만에 티저 영상 및 뮤직비디오 본편 촬영을 끝마쳤다.

'중2 수학은 이걸로 끝났다' 뮤직비디오 제작 영상의 한 장면. 두 사람이 진행하는 < 주간아이돌 > 녹화 스튜디오에서 단 1시간만에 티저 영상 및 뮤직비디오 본편 촬영을 끝마쳤다.ⓒ 디아이뮤직


지난해 발표된 형돈이와 대준이의 싱글 '한 번도 안 틀리고 누구도 부르기 어려운 노래'는 음원 성적과 상관없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 "문제작"(?) 중 하나였다.

발음 정확히 하기 게임의 대명사인 "간장공장 공장장"과 "경찰청 쇠창살"을 능가하는 "왕밤빵"과 "홍합" 등의 온갖 단어가 난무하는 이 곡은 수많은 커버 영상을 탄생시킬 만큼 듣는 이로 하여금 도전 의식(?)을 갖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지녔다.

1년이 지난 2018년 3월. 또 한번의 비슷한 시도가 진행되었다. 이번엔 "수학 공식"이다.

각종 수학 공식 난무하는 가사... 주입식 교육 비판 의도?

 지난 4일 공개된 형돈이와 대준이의 새 싱글 < 중2 수학은 이걸로 끝났다 > 표지

지난 4일 공개된 형돈이와 대준이의 새 싱글 < 중2 수학은 이걸로 끝났다 > 표지ⓒ 디아이뮤직


지난 4일 오후 소리소문없이 공개된 형돈이와 대준이의 신곡이자 신개념 학습노래(?)인 '중2 수학은 이걸로 끝났다'는 대한민국 가요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복잡한 수학 공식을 나열한 곡이다. 

심지어 이 곡의 뮤직비디오 속에는 총 9개의 수학 문제까지 등장한다.

중2 수학은 이걸로 끝나 / a²+b²=(a+b)²-2ab=(a-b)²+2ab=  /
아직 안 끝났어요  /  ½{(a+b)²+ (a-b)²}  /
이게 한 세트야  /  (a-b)²=(a+b)²-4ab /  절대로 잊지마
이건 시험에 나오니깐  절대 잊지마 /  x²+1/x²=(x+1/x)²-2=(x-1/x)²+2
궁금해하지 말고 의문도 갖지말고


'한 번도 안 틀리고~'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기 때문에 가사를 제외한 전형적인 트랩 비트 + 오토튠 보컬 등 곡의 음악적 구성에선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그런 탓에 전작 만큼의 신선함이 줄어든 아쉬움은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말장난 잔치에 가까웠던 '한번도 안 틀리고 ~'와 달리, '중2 수학은 이걸로 끝났다'는 듣는 내내 뭔가 숨은 메시지가 가사 속에 담겨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우리가 물어봤어 현역 수학선쌤"라는 내용이 등장할 만큼 확실한 감수 과정을 거친 내용들은 형돈이와 대준이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무조건 외워! 시험에 나오니까"라는 가사는 주입식 교육의 문제, 폐혜를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특히 "궁금해하지 말고 의문도 갖지 말고"라는 문장은 이러한 해석에 힘을 더해준다.


숨은 이야기 재주꾼 정형돈

 형돈이와 대준이가 발표하는 대부분 곡의 가사는 정형돈이 담당한다.

형돈이와 대준이가 발표하는 대부분 곡의 가사는 정형돈이 담당한다.ⓒ 다이아뮤직


형돈이와 대준이의 활동에서 작곡-편곡-악기 연주-프로듀싱 등 음악적인 면에선 "대준이" 데프콘의 역할이 절대적인 반면, 가사는 데프콘 솔로작과 달리 대부분 "형돈이" 정형돈의 몫이다.

'올림픽대로',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처럼 단순히 웃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처럼 활용되던 가사는 2016년 9월 컴백 싱글 '결정'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피쳐링 치트키" 아이유를 객원 보컬로 참여시킨 이 곡은 "갱스터 랩"을 표방하던 기존 형돈이와 대준이의 음악과 달리, 말랑말랑한 멜로디를 지닌 팝-R&B로 꾸민 데다 정형돈의 1년여 활동 공백기에 느꼈던 수많은 상념과 고민(특히 무한도전 하차와 관련된)을 진지한 내용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무슨 결정이든 내가 내린 결정 /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설정 말로만 들었었어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 / 곧 미안하다는 말 / 더 이상은 달릴 수 없는 말
조금은 쉬고 싶은 내 맘이 그랬어 / 피한 게 아냐 그냥 내맘이 그랬어  ('결정' 중에서)




이 곡에 이어 불과 한달만인 2016년 10월, 힙합 대신 노골적인 EDM 사운드를 담은 '예스빠라비"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던 형돈이와 대준이의 음악은 2017년 4월, 또 다른 R&B 발라드 '장미대선'으로 또 한번의 변신을 시도한다.

독특한 목소리의 소유자인 이진아를 참여시킨 이 곡은 연인에 대한 기다림 + 당시 "국민의 선택" 5월 조기 대선을 복합적으로 아우르는 절묘한 구성의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떨어지는 벚꽃 잎에 그려보고 / 피어나는 장미꽃에 그대를 새겨보고 /
첫사랑 같은 사람이 되어줘요 /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는 끝 사랑도요 /
서두르지 않을게요 / 천천히 내가 그대를 믿을 수 있도록 기다려요 /
그대 앞에 내가 설 날을 그리고 / 내 앞에 서 있을 선택된 그대를  ('장미대선' 중에서)


최근 신현준 주연 48부작 웹 영화 시나리오를 혼자 쓰고 개그맨 박성광이 연출하는 독립 단편 영화 역시 정형돈이 집필할 만큼 숨은 능력을 발휘중인 그의 필력은 형돈이와 대준이의 곡들을 통해서 일찌감치 대중들에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뻔뻔하게 "우리 라이브 못해요"를 외치는 명콤비

 자칭 갱스터 랩(?)을 표방한 힙합 듀엣 형돈이와 대준이

자칭 갱스터 랩(?)을 표방한 힙합 듀엣 형돈이와 대준이ⓒ 디아이뮤직


지난 2012년 데뷔 음반 <껭스타 랩 볼륨1>으로 시작된 형돈이와 대준이도 벌써 6년여의 활동 기간을 지닐만큼 중견 음악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진지함 혹은 무게감 전혀 없는 음악이라는 이유로 일부 계층으로 부터 비판도 받았지만 두 사람은 특별히 그런 시선에는 개의치 않는 눈치다.

신곡 소개자료를 통해 "깐깐한 블럭체인 기술을 도입해 라이브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뻔뻔하게 주장(?)하는 형돈이와 대준의 음악은 그런 점에서 인공지능(AI)이 곡을 만드는 시대에도 충분히 살아남을 것처럼 보인다.

"우리 라이브 불가능해요"라고 대놓고 말해도 전혀 밉지 않은 유일무이한 음악인들이 과연 언제까지 활동을 이어갈지는 몰라도 유쾌한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지금의 모습만큼은 변함없이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그런데 이 곡 가사 다 외우면 정말 수학천재 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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