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패럴림픽 응원해 주세요!"

"평창동계패럴림픽 응원해 주세요!" ⓒ 대한장애인체육회


"이곳에서 버티지 못하면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서보라미는 무용가를 꿈꾸며 고3으로서 입시를 준비하고 있던 2004년, 계단에서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를 겪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1년간 방황했지만 그의 곁에서 늘 응원하는 어머니의 사랑에 힘입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7년, 스키캠프에 참여했다가 장애인스키협회 권유로 국내 최초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가 되었다.

"장비는 있는데 우리나라에 좌식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는 사람이 없다고 추천해주셔서 타게 되었습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눈 위를 달리는 마라톤이라고 불린다. 입식, 좌식, 시각 장애 시합으로 분류가 된다. 평창동계패럴림픽 좌식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서보라미는 여자 장거리 12㎞(11일), 여자 중거리 5㎞(17일)에 나서고 단체전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그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중요한 점을 정신력을 꼽았다.

"다른 종목과 비교해서 칼로리 소모가 큰 운동이에요."

추운 지역에서 주로 훈련해 늘 눈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체력적인 어려움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환경적인 부분에서 힘든 부분이 많은데 그것을 잘 이겨내고 적응할 수 있는 정신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탄 뒤, 사격하는 종목인 바이애슬론도 겸하고 있다. 해외훈련에 전념 중이라 아직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를 실감하지 못했다는 그의 동계패럴림픽 참가는 밴쿠버, 소치에 이어 세 번째 동계패럴림픽 참가다.

"세 번째 도전이고 우리나라에서 경기를 하는 만큼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고 싶습니다."

지난 2월 18일, 해외에서 훈련 중인 그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나누었다.

패럴림픽 3번째 출전

 훈련 중인 서보라미

훈련 중인 서보라미 ⓒ 대한장애인체육회


2007년 그가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시작할 땐, 그에 대한 정보가 미미했고 몸에 맞는 장비도 부족했다. 자문하고 훈련하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환경도 갖추어 있지 않았다.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개척자로서의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 종류의 장비를 타보며 필요한 부분을 계속 연구하며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선수가 없다 보니 타볼 수 있는 장비도 없었어요. 자문할 사람도 없어 외국선수들의 동영상을 보거나 시합을 갔을 때 몰래 사진을 찍어와 연구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겨울에 중점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특성으로 훈련 기간도 길어야 1년에 50일이었다.

"어느 해는 1년 중, 훈련이 하루도 없던 시절도 있었어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출전한 밴쿠버와 소치동계패럴림픽에서는 예선 탈락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두 번의 패럴림픽 참가 경험을 살리고 2017년 열린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3관왕 달성의 기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금은 평창동계패럴림픽으로 인해 스태프, 장비, 훈련 등 환경이 매우 좋아지고 선수도 많아져 성적도 같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크로스컨트리를 하면서 가장 기뻤을 때가 언제냐고 묻자, 그는 제13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여자 좌식 종목이 정식으로 채택된 것을 이야기 했다.

"춥고 힘든 종목이라 여자선수들이 없어 매번 시범종목이었는데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되어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서 좋았습니다."

가수 박기영의 음악을 좋아하고 훈련할 때, 신나는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그는 눈밭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이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패럴림픽 대표로서의 일상은 단조롭다고 했지만 여느 선수들처럼 새벽 운동부터 시작해 야간 보강운동으로 훈련을 마무리 짓는다.

인생 키워드 도전, 긍정 그리고 어머니

그의 인생 키워드는 도전, 긍정이다.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무엇이든 도전하여 경험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다치고 제일 후회한 것이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많은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치고 나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국 그러한 생각들은 저를 더 힘들게 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저를 즐겁게 살아가는 삶으로 이끌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었던 존재는 어머니다.

"어머니는 늘 제가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고 믿어주시고 지켜봐 주셨습니다. 제가 아팠을 때 너무 고생하셨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에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도전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좋은 기운을 전하는 것도 포함된다. 2017년 겨울에는 조세현 사진작가와 대한사회복지회가 진행한 '천사들의 편지 15th-하나된 열정' 입양 인식 개선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모델 아기들과의 사진촬영인 줄 알고 갔는데 실제 입양될 아기를 안고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더욱더 조심스러웠고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사정이 있겠지만, 그렇게 입양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에 좀 화도 났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은 부모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이번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도 좋은 기운을 전하고자 한다.

"비록 제가 다쳐서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눈밭에서는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땀 흘리며 경쟁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들도 못하는 것이 없구나! 장애인들도 할 수 있구나!' 기존, 장애인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감동을 주는 선수가 될 것

 "눈밭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이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매력이에요."

"눈밭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이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매력이에요." ⓒ 대한장애인체육회


평창동계패럴림픽 개최를 계기로 여러 체육회에서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저변 확대를 위해 장애인 스키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로서 패럴림픽 출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말했다.

"무엇이 되었든, 도전하고 경험하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평창동계패럴림픽에 대한 응원과 관심도 부탁했다.

"패럴림픽을 직관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인생에 큰 추억거리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조금 더 힘내어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응원!' 많이 해 주세요!"

10년 후엔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일하고 있을 것 같다는 서보라미, 그의 이름처럼 자신과 모두를 위해 보람 있게 사는 미래를 기대한다.

"지인이 제게 '너는 남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돼'라고 하셨는데,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그러한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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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3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서보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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