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루 만에 낮 기온이 쑥 오르면서 봄을 맞은 것 같은 지난 주말(3일) 오후였습니다. 하루 전만 해도 차디찬 겨울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더니 하루 만에 따스하다는 느낌을 넘어 덥다고 느껴지니 계절의 변화가 놀랍기만 합니다. 단 하루 만에 겨울에서 봄의 문턱으로 성큼 다가선 하루였습니다.

육지에서는 이날 비로소 봄이 다가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인천 경기권 앞 바다 속에는 봄은 벌써 와 있었습니다. 이날 인천 소래포구에서 바다의 봄소식을 전하는 물고기 삼총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조업을 마친 안강망 어선에서 고기를 하역하고 있습니다. 이 배가 많이 잡은 생선은 황석어 였습니다.
 조업을 마친 안강망 어선에서 고기를 하역하고 있습니다. 이 배가 많이 잡은 생선은 황석어 였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소래포구 어시장 좌판.... 망둥어-간재미-웅어

인천 소래포구 소속 어선들은 안강망 방식으로 조업을 합니다. 소래포구에서 1~2시간 거리에 있는 선갑도, 승봉도 등지의 해역에 고기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자루처럼 생긴 그물을 쳐놓고 잡는 방식입니다.

고기들이 지나 다니는 길목에 지주를 박고 여기에 끝이 좁아지는 자루처럼 생긴 그물을 쳐놓습니다. 여기에 물살을 따라 가는 고기가 들어오게 한 후 잡습니다. 때문에 안강망 그물에는 철따라 갖가지 물고기가 다양하게 잡히게 마련입니다.

이날 소래포구에서 만날 수 있었던 생선 가운데 제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인천 경기 앞바다의 봄소식을 전하는 3총사였습니다.

명태만한 '망둥어', 임금님께 진상되던 은빛 고운 자태의 '웅어', 사람 얼굴 닮은 '간재미'가 바로 그놈들입니다. 

소래포구에서 가장 흔하고 싸게 팔리는 생선은 바로 망둥어 였습니다.
 소래포구에서 가장 흔하고 싸게 팔리는 생선은 바로 망둥어 였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3월 초 산란 앞둔 1년생... 명태만한 '망둥어'

망둥어는 가을철 인천 경기권 낚시꾼들에게 손맛을 진하게 안겨주는 물고기입니다. 망둥어는 1년생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봄에 알에서 깨어난 후 자라고 1년 후 초봄 무렵 생을 마감합니다.

초봄에는 생을 마감하기 전 산란을 위해 몸집을 한껏 키우기 때문에 맛은 물론 살도 제법 쪄있기 마련입니다. 초봄은 망둥어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이날 만난 망둥어는 산란을 앞두고 완전한 성어로 자라 있었습니다. 물 없는 좌판에서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망둥어는 거의 명태만합니다.

이날 좌판에서 가장 흔한 생선이었던 망둥어는 잘 말려 놓으면 귀한 취급을 받습니다. 배를 갈라 정갈하게 다듬은 후 잘 말리면 맥주 안주로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잘 마른 망둥어는 냉동고에 넣어두고 안주가 필요할 때 꺼내 북어처럼 두들겨 부드럽게 한 후 불에 노릇노릇 구워서 먹으면 그 어떤 고급 술 안주에 뒤지지 않습니다.

또 이 때문에 소래수산시장 건어물 가게에서 잘 팔리는 생선이 바로 잘 말린 망둥어입니다. 이 맘때 망둥어는 흔하고 가격도 싸기 때문에 가성비가 높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망둥어가 (거짓말 조금 보태) 명태만하게 커지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구나 하는 신호로 여긴답니다. 망둥어를 인천 경기앞 바다속 첫 번째 봄의 전령사로 꼽는 이유입니다.

웅어는 한 바구니에 만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웅어는 한 바구니에 만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한강에서 잡힌 '웅어', 고종황제를 기쁘게 하다

조선 말에는 경기 고양에 사옹원 소속인 '위어소'라는 관청이 설치되어 나랏님께 웅어를 잡아 진상하는 일을 맡아봤다고 합니다.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웅어는 고종 황제의 수라상에 올랐던 귀한 생선입니다.

고양에 관청까지 설치하고 진상품으로 거둬들인 이유는 다름 아닌 그 뛰어난 맛 때문일 겁니다. 또 웅어가 상하기 쉬운 청어목 멸치과 생선임에도 진상품에 오른 것은 지리적 요인때문입니다. 쉽게 상하는 대표적 생선임에도 한양 도성과 가까운 한강 하구인 고양에서 잡혔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능곡역과 행주산성 인근에는 웅어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가게들이 몇 군데 됩니다. 인근 김포 쪽 포구에서 잡아온 웅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웅어는 초봄 무렵 산란을 위해서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기수역 갈대밭으로 올라오는데 이 같은 산란지역이 바로 한강 하류입니다. 그래서 저는 웅어를 인천 경기 앞 바다 속 봄의 전령사라고 일컫습니다.

웅어는 구워서 먹어도 되고 회로도 먹을 수 있습니다. 제 입맛에는 두쪽으로 포를 뜬 후 살만 어슷 썰어서 각종 야채에 회덮밥으로 먹는 게 가장 맛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그냥 어슷 썰어서 깻잎이나 미나리에 싼 후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습니다. 백김치에 싸먹어도 맛이 있습니다.

이날 만난 웅어는 10여 마리 남짓 담긴 한 바구니에 1만원입니다. 이 정도 양을 손질하면 성인 4명은 충분히 먹을 수 있습니다.

봄 미나리와 함께 즐기는 웅어회는 이 맘때가 아니면 결코 먹을 수 없는 인천 경기권 계절의 진미입니다. 웅어를 인천 경기 앞 바다속 두 번째 봄의 전령사로 꼽는 이유입니다.

간재미는 임시 수조에 넣어두고 팔고 있었습니다.
 간재미는 임시 수조에 넣어두고 팔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울어도 화내도 웃는 듯한 '간재미'

바다 생선 중 앞 모습이 사람 얼굴과 거의 비슷한 생선이 있습니다. 제가 인천 경기 앞바다 속 봄의 세 번째 전령사로 꼽는 간재미입니다. 간재미는 가오리목으로 홍어 사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간재미는 인천 경기 앞 바다에서 겨울 한 철만 빼놓고 잡히는 생선입니다. 수온 때문에 먹이 활동을 위해서 봄 여름 가을에는 내만권에 머물다 겨울에는 수온 때문에 먼 바다로 나가고, 초봄 산란철을 맞아 다시 내만권으로 들어오는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초봄 소래 어시장 좌판에 간재미가 있다면 추운 겨울은 지나고 봄이 시작되었구나 생각한답니다.

간재미는 회로도 찜으로도 무침으로도 맛있는 생선입니다. 껍질을 벗겨서 썰면 오독오독한 게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 횟감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간재미는 횟감보다는 찜이 더 맛있는 생선이 아닌가 합니다.

간재미를 찜통에 찐 후 청양고추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끼얹어서 먹으면 그 보들보들한 속살로 그 어느 고급 식재료보다 뛰어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찜보다 더 맛있는 것은 간재미 초무침입니다. 간재미 한 마리의 껍질을 벗기고 어슷 썰어낸 후 각종 야채에 버무려 초무침으로 만들면 막걸리 몇 통은 쉽게 비워집니다.

간재미의 모습이 저절로 웃음을 짓게 합니다. 이 사진은 몇년전 시흥 오이도에서 취재할때 찍어놓은 사진입니다.
 간재미의 모습이 저절로 웃음을 짓게 합니다. 이 사진은 몇년전 시흥 오이도에서 취재할때 찍어놓은 사진입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간재미라는 생선이 특히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외모 때문입니다.

각박한 도심 속 삶에서 항상 웃는 듯한 간재미의 표정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아무리 슬퍼도 항상 웃고 있어야 하는 감정노동자를 닮았다는 점에서 간재미는 바다의 감정노동자(?)가 아닐까요?

간재미 맛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겨울은 물러가고 소리 소문 없이 봄이  그 따스한 얼굴을 소래포구에 내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간재미를 인천 경기앞 바다속 세 번째 봄의 전령사로 꼽는 그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간재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