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즌, 10개 구단 평균자책점-소화 이닝.

2017 시즌, 10개 구단 평균자책점-소화 이닝. ⓒ 스탯티즈


야구는 투수놀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선발놀음'이다. 선발진이 강한 팀이 장기 레이스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고 단기전에서도 짜임새 있는 마운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상에 올랐던 팀들은 모두 강력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물론 선발진의 활약이 무조건 포스트시즌 진출을 보장하진 않는다. KBO리그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선발 평균자책점과 소화 이닝 모두 1위를 차지한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6위 LG 트윈스였다.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KBO 36년 역사 중에서 지난해 LG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탄탄한 선발진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로 평가 받는다.

2018 KBO 시범경기가 어느덧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1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현재 10개 구단의 선발진을 살펴보고, 어떤 점이 변수일지 팀별로 상황을 차근차근 짚어보려고 한다.

KIA - 든든한 4명의 선발, 5선발 놓고 '무한경쟁' 예고

 양현종이 지난해만큼 던질 수 있을까.

양현종이 지난해만큼 던질 수 있을까. ⓒ KBO


KIA 타이거즈는 그다지 얘기할 게 많지 않은 팀이다. 외국인 투수 헥터와 팻딘, 양현종과 임기영이 책임지는 KIA의 선발진은 리그 정상급이다. 나머지 한 자리, 5선발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명의 투수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시즌 선발로 몇 차례 모습을 나타낸 정용운, 이민우를 주축으로 상무에서 돌아온 문경찬, 경찰청에서 제대한 박정수까지 후보군이다. 최근 연습경기에서 매 경기 1이닝 이상 소화한 유승철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후보만 5명인 만큼 5선발로 투입되지 못하는 투수들은 불펜 또는 때에 따라선 6선발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양현종과 헥터가 지난해처럼 20승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기존의 4선발이 제 몫만 해준다면 KIA는 큰 걱정 없이 시즌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KIA가 우승 후보인 이유는 역시 선발진 때문이다.

두산 - 새로운 얼굴, 그리고 변수는 유희관

 유희관의 활약 여부, 두산 마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유희관의 활약 여부, 두산 마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는 KIA에 비해 투-타 모두 변화가 많은 팀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니퍼트-보우덴과 작별한 두산은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로 새롭게 원투펀치를 꾸렸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는 외국인 투수를 원했던 두산으로선 과감하게 두 명 모두 교체를 단행했다.

두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좌완 선발의 활약 여부도 관심사다. 특히 유희관의 활약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2013년부터 5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기는 했으나 구속이 느린 만큼 원하는 대로 제구가 통하지 않는 날에는 대량 실점을 내주는 경기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유희관이 예년만큼만 해주더라도 선발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할 경우 선발진의 무게감이 다소 약해질 수 있다.

지난해 함덕주 자리였던 5선발의 주인공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용찬이 5선발 후보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용찬이 선발로 투입될 경우 함덕주는 불펜에서 힘을 보탤 전망이다. 김태형 감독이 일시적으로 6선발 기용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혀 불펜 자원인 이영하 선발 투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 대대적인 변화가 성공적일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롯데 - 듀브론트만 잘해준다면 '걱정 無'

롯데도 KIA만큼이나 선발진이 강력하다. 지난해 박세웅, 김원중 등 젊은 선발 투수들의 활약으로 팀이 정규시즌을 3위로 끝낼 수 있었다. 여기에 레일리, 송승준까지 선발진을 지키면서 팀을 이끌었다.

올시즌 롯데 선발진은 레일리-듀브론트-박세웅-송승준-김원중이 유력하다. 윤성빈을 비롯한 젊은 투수들도 선발진 진입을 노리고 있으나 김원중이 성장하면서 올 시즌도 5선발은 김원중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 외국인 투수 듀브론트가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린드블럼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듀브론트를 제외하면 지난해와 바뀐 점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 선발진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는 듀브론트다.

NC - 장현식·구창모 활약 여부 중요, 5선발은?

왕웨이중-로건 베렛 외국인 원투펀치를 새롭게 꾸린 NC는 지난해 장현식과 구창모라는 선발 자원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NC 선발진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이닝을 소화, 유일하게 700이닝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활약한 해커 정도를 제외하면 꾸준한 이닝이터가 없었다.

당연히 왕웨이중과 로건 베렛은 활약해야 하고, 장현식과 구창모가 좀 더 많은 이닝을 끌어주는 것이 중요한 시즌이다. 장현식은 지난해 31경기 134.1이닝, 구창모는 31경기 115이닝를 소화하며 많은 이닝을 던지진 않았다. 여기에 확실한 5선발이 없는 상황이라 토종 선발들의 활약이 NC의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결정한다.

SK - 김광현까지 가세, 탄탄한 5선발 완성 꿈꾼다

 '건강한' 김광현의 공은 그 어떤 타자도 쉽게 건드릴 수 없다.

'건강한' 김광현의 공은 그 어떤 타자도 쉽게 건드릴 수 없다. ⓒ SK 와이번스


SK는 지난해 김광현이 재활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음에도 나머지 투수들이 김광현의 공백을 함께 메웠다. 박종훈, 문승원이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4선발까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지난 겨울, 다이아몬드가 떠난 빈 자리를 산체스가 채웠고, 나머지 한 자리를 채울 김광현의 복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복귀 첫 시즌이기 때문에 이닝 제한을 두고 마운드에 오르지만, 그럼에도 김광현의 가세는 SK에게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점점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SK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경우 완벽한 선발진을 가동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이다.

LG - 원래 강한 선발진, 윌슨만 잘하면 선발진 걱정은 없다

LG는 선발진이 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타선이 더 변수이다. 올 시즌 LG 선발진은 소사-윌슨-차우찬, 그리고 임찬규, 김대현, 류제국 세 선수가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류중일 감독이 시즌 초반 6선발 체제를 가동하게 된다면 세 선수 모두 선발진에 투입될 수 있다.

지난해 아쉬움을 남긴 류제국과 새로운 외국인 투수 윌슨의 활약 여부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지난해만큼만 해 줘도 LG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선발 수업'을 받은 김대현이 올시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LG팬들이 보고싶은 그림 중 하나이다.

넥센 - 로저스 + 젊은 선발 활약이 관건

지난 시즌 넥센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4.78로 낮지도, 높지도 않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최원태와 브리검이 선발진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전년도 신인왕'이었던 신재영이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지 못한 채 부진한 것이 아쉬웠다.

올시즌에는 달라진 선발진을 기대한다. 잠시 동안 한화에서 임팩트 있는 투구를 펼친 외국인 투수 로저스가 합류했고, 한현희와 신재영, 김성민 등 선발진에 합류하기 위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박병호가 돌아오면서 타선이 한층 강해진 넥센은 한층 두꺼워진 선발진으로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한화 - 이닝이터 필요한 상황, 건강이 '최우선'

 배영수의 짐을 덜어줄 투수가 나타나야 하는 한화이다.

배영수의 짐을 덜어줄 투수가 나타나야 하는 한화이다. ⓒ 한화 이글스


지난해 한화 선발진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발 투수는 오간도도, 비야누에바도 아닌 '베테랑' 배영수였다. 그만큼 다른 팀들보다 선발진 사정이 더욱 좋지 못했다. 올시즌에는 '건강한' 외국인 투수 샘슨과 휠러를 영입하며 배영수의 짐을 덜어주려고 한다.

여기에 '15승 도전'을 선언한 윤규진, 화려한 복귀를 꿈꾸는 이태양 등 선발로 기용될 수 있는 투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로 선발진이 꾸려진다면 적어도 지난해와 같은 일을 되풀이하진 않을 것이다. 한화 선발진의 키워드, 무엇보다도 '건강'이다.

삼성 - 윤성환이 외롭지 않아야 하는 선발진

삼성은 외국인 원투펀치도, 토종 선발도 부진하며 시즌 내내 선발진이 부진했다. 선발 투수들이 718이닝을 소화하며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이닝을 소화했다. 외국인 투수를 모두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나름대로 이름이 있는 투수 두 명 아델만과 보니야를 영입했다.

외국인 원투펀치의 호투와 더불어 윤성환 혼자 지키는 선발진을 윤성환 이외의 토종 투수들도 함께 이끌어야 한다.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던 우규민의 분발도 필요하다. 황수범, 안성무, 최채흥 등 5선발 자원은 부족하지 않다. 삼성은 5선발보다도 1~4선발부터 활약하는 게 우선입니다.

kt - 외국인 원투펀치 OK, 토종 선발은 '글쎄'

고심 끝에 로치를 포기한 kt의 선택은 니퍼트였다. KBO리그에서 7년간 90승 넘게 기록할 정도로 리그에서 이미 '검증된' 투수이다. 잔부상, 적지 않은 나이 등 니퍼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을 감수하고도 피어밴드의 짝꿍으로 니퍼트를 영입했다. '이름'만 봤을 땐 니퍼트와 피어밴드, 원투펀치는 꽤 안정적이다.

지난해 활약했던 고영표에 뒤를 이을 나머지 두 명의 투수가 필요하다. 류희운, 금민철, 정성곤, 주권 등 많은 후보들 중에서 누군가는 선발로 활약할 수 있는 투수가 나와야 한다. 최하위 탈출을 위한 출발점은 '선발진 정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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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이 기사는 유준상 시민기자의 네이버 포스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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