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며느리> 포스터

포스터 ⓒ 에스와이코마드


고부간의 갈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생활 다큐 <B급 며느리>의 뒤늦은 흥행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고부간의 긴장이 상대적으로 많이 표출될 수밖에 없는 설 연휴에 접어들면서 관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17일 개봉한 <B급 며느리>는 개봉 초기 하루 300명 정도의 관객이 들며 흥행 가능성이 크게 보이지 않았다. 개봉 2주차에 접어들며 하루 관객은 200명 정도에 불과했다. 자연스럽게 상영조건이 크게 줄었다. 50개 정도의 스크린에서 70회 정도 상영되던 것도 20개 미만 스크린에서 20여회 정도로 감소하면서 힘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입소문 영향인 듯, 개봉 열흘을 넘긴 시점에서 관객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10일 독립영화 흥행기준인 1만 관객을 넘기며 의미 있는 흥행을 기록하더니 연일 개봉 초보다 많은 관객이 찾아 흥행 역주행을 시작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 4주차 주말에는 하루 1천명 가까운 관객이 극장을 찾아 일일 관객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우 초반 흥행세가 약하면 스크린과 상영 횟수가 줄어드는 것에 비할 때 이례적인 경우다. 덕분에 스크린과 상영 횟수도 더 늘어나며 흥행에 탄력을 받고 있다.

설 연휴에 접어들면서 개봉 한 달을 앞둔 지난 15일, 관객도 초반과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며 장기 상영에 돌입했다.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의 경우 상영관이 적고 하루 1~2회 정도의 상영에 불과해 작정하고 극장을 찾는 경우가 아니면 흥행이 상당히 어렵다.

그럼에도 관객이 느는 것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노골적인 갈등이 드러나는 작품의 특징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갈등이, 역으로 관객의 관심을 끌어내 호평을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입소문의 힘을 타고 있는 것이다.

고통스러움을 다큐로 팔아보자는 역발상

 <B급 며느리>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에스와이코마드


<B급 며느리>는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죽을 맛이었던 감독이 그 고통스런 이야기를 팔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영화다. 심각한 고부 갈등을 불쌍한 시선으로 보는 관객들은 감독의 역발상 전환에 웃음을 터뜨린다.

젊은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살벌한 표정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은 고부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음 졸이는 풍경이다. 충돌의 현장에 대놓고 카메라를 들이대 긴장감도 만만치 않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등터지는 감독에게 동병상련의 심정을 갖는다. 감독은 "저와 비슷한 일을 겪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는데, 영화를 통해 감독은 관객을 위로하고, 관객은 감독을 위로하고 싶게 만든다.

완충지대를 사이에 두고 아이를 매개로 간접적인 교류를 이어가긴 하나, 사이가 틀어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상당히 심각하다. 고부갈등이 보편적이고 이로 인한 이혼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근원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다.

표면적으로는 두 여자의 기싸움으로 보이지만 구세대 시어머니와 신세대 며느리의 대결 과정에서 가부장제라는 숨겨진 문제의 근원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부갈등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원인을 되짚어 보게 한다 .

<B급 며느리>는 강렬한 기운 덕에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다큐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작 반열에 오르며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전주영화제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을 시종일관 가벼운 관찰 톤의 카메라로 따라가면서 낡은 인습의 그림자를 자학적인 풍자로 담는다"고 평가했다.

관객들의 호평도 비슷하다. "극사실주의, 독립영화판 사랑과 전쟁!", "가볍고 심각하고, 재미있고 엄숙하며 자연스럽지만 많은 의미를 담았다", "대한민국의 보편적 갈등으로 결코 보편적이지 않은 다큐멘터리" 등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고부간의 갈등을 겪고 있다면 꼭 한번 보는 게 좋을 것"이라는 권유가 나오는 것도, 영화가 갈등의 이면에서 서로의 고민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이에 대한 공감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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