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 선수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10000미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승훈 선수는 12분55초 54를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 선수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10000미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승훈 선수는 12분55초 54를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 이희훈


'빙속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에게 끝까지 포기란 없었다. 2010년부터 10년 가까이 홀로 장거리 분야를 책임져온 이승훈은 세 번째 올림픽에서 집념의 레이스를 펼치며 또 하나의 족적을 남겼다.

이승훈은 15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 경기에서 12분55초54를 기록했다. 이는 올 시즌 최고 기록인 13분09초26, 자신의 최고기록인 12분57초27을 모두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책임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 선수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10000미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승훈 선수는 12분55초 54를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 선수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10000미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승훈 선수는 12분55초 54를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 이희훈


이승훈에게 장거리 종목은 개인의 영광을 가져다 줬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불러왔다. 동계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2010년 밴쿠버에서 이승훈은 5000m 은메달, 10000m 금메달을 차지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빙속 장거리 올림픽 정상에 섰다. 그러나 이후 부상과 장비 문제 등으로 부침을 겪으면서 기록이 점차 느려졌고, 소치에서는 5000m 12위, 10000m 4위에 자리했다.

소치 이후 이승훈은 매스 스타트에 주력하기 시작했고, 월드컵과 세계랭킹 등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면서 사실상 그의 주 종목은 매스 스타트가 됐다. 쇼트트랙과 동일하게 여러 명의 선수가 동시에 한 트랙을 돌아가면서 추월하는 레이스가 나오기 때문에, 쇼트트랙 출신인 이승훈에게는 최적의 종목이었다.

그러나 평창을 앞두고 그는 다시 장거리 종목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준비해 왔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워낙 강세이고 성적 또한 상위권은 아니었기에 아예 손을 놓을 수도 있었지만 이승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출전한 평창올림픽에서 그는 5000m와 10000m에서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5000m는 6분14초15, 10000m는 12분55초54로 전성기로 꼽혔던 밴쿠버올림픽 이상의 기록을 냈다. 평창올림픽 톱10 진입을 목표로 했지만 이 정도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 선수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10000미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승훈 선수는 12분55초 54를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 선수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10000미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승훈 선수는 12분55초 54를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 이희훈


이승훈이 종전에 세운 자신의 개인 기록은 2011년, 그가 23세 때 세운 것이다. 이 기록은 세계에서 빙질이 가장 좋고 고지대의 이점으로 세계 신기록이 비일비재하게 수립되는 곳에서 나온 기록이다. 이 기록을 무려 7년이 지난 30세의 나이에 강릉에서 바꿔 놓은 것. 강릉은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지대가 굉장히 낮다. 물론 빙질이 좋기 때문에 올림픽 기록과 세계 신기록이 자주 나오지만, 선수의 나이를 고려해 본다면 경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 선수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10000미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승훈 선수는 12분55초 54를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승훈 선수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10000미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승훈 선수는 12분55초 54를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 이희훈


10000m는 경기 후 선수들이 며칠간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감기 몸살에 걸린 것과 같다고 할 정도로 극한의 고통을 가져다준다. 앞으로 이승훈은 21일 팀 추월, 24일 매스스타트 등 자신의 주 종목이 남아있다. 경기 간 간격이 있기 때문에 회복시간은 충분하지만 주력종목을 앞두고 분명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승훈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개인 최고기록을 써내며 경기를 마쳤다.

체력적 부담, 장거리의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 모든 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나선 이승훈은 기대에 부응했다. 이미 이승훈은 한국 빙속계에 많은 족적을 남겼지만 아직도 그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쫄깃했던 10000m 레이스
이승훈은 15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 경기에서 12분55초54를 기록해 4위에 올랐다. 이는 2011년에 세운 자신의 최고기록 12분57초27 보다 빠른 것으로, 7년 만에 이승훈은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이승훈은 2014 소치에서는 4위에 자리했다. 이번 평창에서 그는 팀추월과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지만, 장거리에서도 밴쿠버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앞서 11일에 열렸던 5000m 경기에서도 이승훈은 6분14초15로 5위로 선전해 기량을 과시했다. 10000m에서도 이승훈은 메달권은 아니지만 다크호스로 꼽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10000m 경기에서 이승훈은 상대방을 이용하여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면서 중반까지 줄곧 31초 초반대의 랩 타임을 꾸준히 유지해 나갔다. 그리고 10바퀴를 남긴 6000m 지점부터 본격적으로 30초대로 속도를 올리며 막판 스퍼트를 시작했다. 30초 초반대까지 속도를 높인 그는 마지막 바퀴에서 29초대 랩 타임까지 기록해 자신의 개인 기록을 갈아치웠다.

차분했던 레이스

3조 아웃코스에서 모리스 가이스라이터(독일)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이승훈은 35초32로 천천히 첫 번째 바퀴를 통과했다, 이어 800m부터 2000m 지점까지 모두 31초대 랩 타임을 보이며 차분하게 자신의 레이스를 이어갔다. 가이스라이터가 코치의 지시를 받아 30초 후반대로 랩 타임을 떨어뜨렸지만 이승훈은 동요하지 않고 계속해서 31초 초반의 일정 속도를 유지해 나갔다.

4000m 지점에서 31초5대로 랩타임이 다소 떨어졌지만 곧바로 다시 원래의 기록을 유지해 나갔다. 이승훈의 랩 타임은 전체 레이스의 절반인 5000m를 지나서도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10바퀴를 남긴 시점에 이승훈은 본인의 특기인 막판 스퍼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6000m를 통과하며 랩 타임을 30초대로 떨어뜨렸고, 이어 8바퀴를 남기고는 30초38로 더욱 앞당겼다.

마의 구간인 8000m를 달리기 시작한 이승훈은 계속해서 30초 초반대로 유지해 나가며 가이스라이터를 멀찌감치 제쳐 나갔다. 그리고 8800m를 앞두고는 30초26을 기록하며 이전까지 선두였던 조던 벨초스(캐나다)의 기록을 앞섰다. 마지막 한 바퀴까지 더욱 가속을 붙여나간 이승훈은 마지막 곡선구간을 빠르게 통과했고 12분55초5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마지막 바퀴 랩타임은 무려 29초74였다.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실력을 보였지만,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와 노장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금메달은 무려 12분39초77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테드얀 블루먼(캐나다)이 차지했고, 은메달은 네덜란드의 요릿 베르흐스마(12분41초99로)가, 동메달은 이탈리아의 니콜라 투몰레로(12분54초32)가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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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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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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