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기사 수정 : 26일 오후 2시 24분]

'미안해'와 '고마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용서를 청하는 말 '미안해'. 그리고 상대방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말 '고마워'. 이 말들을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이어간다.

먼저 이 말들을 건넬 때 우리는 스스로 '착하고 예의 바르다'며 대견해 하기도 하고, 때로는 타인으로부터도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말 '미안해', '고마워'가 독이 될 때가 있다. 무엇이든 지나쳐서 좋을 것은 없겠지만, 특히 연인관계에서 지나친 '미안해'와 '고마워'는 때로는 관계의 파국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2017년 4월에 발매된 소품집 '이야기 Op2' 중 'Lonely'(작사 종현, 작곡 종현, 위프리키, 황현)는 지나친 '미안해'와 '고마워'로 인해 힘든 연인들에 대한 노래다.

 지난 2017년 4월 발매된 종현의 앨범 '이야기 Op2' 표지

지난 2017년 4월 발매된 종현의 앨범 '이야기 Op2' 표지 ⓒ SM 엔터테인먼트


함께 있어도 외로운 이유

'미안해 내 탓이야, 고마워 덕분이야. 툭하면 내뱉던 네 그 말버릇' 

먼저 남자가 이렇게 노래를 시작한다. 남자의 연인은 '미안해'와 '고마워'라는 말을 꽤 자주 들려줬었나 보다.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잘한 점을 인정해주는 좋은 여자 친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남자는 이런 연인에게 고마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너도 힘든 걸 난 다 아는데 아마 넌 내가 바본 줄 아나 봐'라며 서운함을 느낀다. 더 나아가 'Baby I'm so Lonely, so Lonely'라고 외로움을 반복해서 호소한다. 나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며 늘 자신을 배려해주는 연인을 보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건 왜일까.

여자가 부르는 부분을 잘 들어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여자는 이렇게 노래한다. '우는 얼굴로 나 힘들다 하면 정말 나아질까. 그럼 누가 힘들까 아프다 징징대면'이라고. 여자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투정을 부리는 대신, 혼자 참아내려 한다. 아마도 남자와의 관계 안에서 생긴 어려움에 대해서도 여자는 '내 잘못'이라며, '미안해' '고마워'라고 말하며 늘 상대를 배려해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미안해'와 '고마워'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일 뿐이다. 때문에 친밀한 사이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자주 내뱉는 '미안해'와 '고마워'는 공허하게 들리고 상대방에게 부담이 된다.

노래 속 남자는 이런 여자를 지켜보면서 '지친 널 볼 때면 내가 너에게 혹시 짐이 될까 많이 버거울까'하고 두려워한다. 어딘가 힘들어 보이는 연인이 계속 '미안해, 고마워'라고만 하니, 혹시 내 잘못은 아닌지 나를 믿지 못하는 건지 자책까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여자 역시 진실하게 마음을 표현하고 온전하게 사랑할 수 없기에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여자도 'Baby I'm so lonely, so lonely. 나도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라고 슬프게 노래한다.

힘든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사람들의 패턴

 연인

연인 ⓒ pixabay


'그래도 너에게 티 내기 싫어. 나는 혼자 참는 게 더 익숙해. 날 이해해줘'라고 호소하는 여자에게 힘든 속내를 털어놓는 것은 그 감정보다도 힘든 일인 것 같다. 왜 어떤 사람은 이토록 자신의 어려움을 타인과 나누는 것이 힘들까?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고 자라는 법을 내면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린아이가 울고 보채며 힘든 감정을 하소연할 때 주양육자가 무시하거나 '울면서 징징거리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는 경우, 아이는 '힘든 일은 말하면 안 되는구나. 혼자서 참고 이겨내야만 사랑받을 수 있구나'라는 신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서 힘든 일은 내색하지 않고 혼자 버텨내며 자라난다.

이렇게 성장한 사람은 늘 어려움을 혼자서만 감내해왔기 때문에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힘들 때 위로받는 경험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힘든 내색을 하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잘못된 믿음은 교정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고 성인이 된 후 새롭게 맺은 연인 사이에서도 계속 작동한다. 이럴 경우 연인이 걱정스럽다는 듯 묻는 질문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더 애쓰게 된다.

그리고 '미안해, 고마워'를 반복하며 모든 것을 관계를 조심스럽게 유지하려 한다. 아마도 노래 속의 여자는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났을 것이다. 때문에 '아냐 너는 날 이해 못 해 걱정 어린 네 눈빛을 볼 때면'이라고, '그래도 너에게 티 내기 싫어'라고 노래한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상대방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이 노래에서 남자가 여자의 이런 모습에 지쳐 '아마 너와 난 착각 속에 서로를 가둬둔 지 몰라' '우린 함께 있지만 같이 걷질 않잖아'라며 관계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건 이 때문이다.

둘 사이에 진심을 나누지 못하는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면 '힘든 내색을 하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은 '힘든 모습을 들켜서 이렇게 됐나 보다'고 결론을 내린다. 결국, 잘못된 신념은 더욱 확고해지고, 이와 같은 패턴은 다시 한 번 강화된다.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먼저, '힘든 감정이나 어려움을 표현하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신념을 가진 쪽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 만나는 나의 연인은 어린 시절 힘든 감정을 받아주지 않던 부모와는 다른 사람임을 스스로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 사람은 엄마 아빠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사람임을, 그리고 나 역시 어린아이가 아님을 스스로에게 자주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힘든 사연을 모두 털어놓기 힘들다면 "나는 힘든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어렵고 그것이 너를 더 힘들게 할까 봐 걱정된다"며 지금의 마음만 상대방에게 설명해주면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내가 짐이 되는 건 아닌지'하는 자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고, 이런 표현을 해주는 연인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파트너가 노력해야 할 차례다. 힘든 일들을 나누지 못하고 혼자 감내하려고 하는 연인을 둔 사람이라면, 연인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었음을 기억하자. 때문에 약하고 힘든 모습이든, 강한 모습이든 존재 그 자체로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자신이 필요하고 고마운 존재임을 알게 될 때 '존재 자체가 가치 있다'고 느낀다. 이를 위해 이렇게 옆에서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혹시 힘든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을 내비치면 그것만이라도 이야기해줘서 고맙다고 전해보자. 그리고 더 이상 그 이유나 사연을 묻지 말고 그냥 기다려주자. 말을 잘 꺼내지 못하는 그 상태 그대로를 존중해주는 것이다.

서서히 나의 존재 자체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사람들은 '힘든 감정을 내색해도 될 것 같다'는 안전감을 느낀다. 이제 속내를 잘 표현하지 못하던 연인은 조금 더 용기를 내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게 될 것이다. 이때 힘껏 안아주고, 그 마음마저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자. 그러면 연인은 '힘들고 약한 속내를 드러내도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어릴 적 형성된 잘못된 신념은 이런 받아들여짐을 반복해서 경험하면서 수정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사람은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게 되고, 다른 한 사람은 누군가를 성장시키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를 더욱 가치 있게 느끼게 될 것이다. 결국 관계는 서로의 성장을 돕는 선순환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Lonely'의 남자는 노래를 마무리하면서 '그래도 너에게 숨기기 싫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자는 '나는 혼자 참는 게 더 익숙해. 날 이해해줘'라고 반복할 뿐이다. 노래 속 커플은 여전히 남자는 궁금하고 답답한 마음을 숨기기 싫고, 여자는 아직도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외로워하고 있는 'Lonely'의 커플. 그런데 이 커플이 서로 반대로 노래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여자가 '너에게 숨기기 싫어'라고 용기를 내어 속마음을 노래하고, 남자는 '지친 너를 기다려 줄 수 있어'라고 노래를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아마도 이 커플은 보다 친밀해지고 진실한 마음을 나누며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래 첫 소절 남자가 말버릇이라고 했던 '미안해'와 '고마워'는 더 이상 공허한 말이 아닌, 서로를 성장시키는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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