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모비딕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 출판 기념 티타임. 김기수. 옥성아. 곽지민 작가

책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 낸 개그맨 김기수. ⓒ SBS


'뷰티 크리에이터'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 김기수가 뷰티 책까지 냈다. 동명의 SBS 모바일 뷰티 프로그램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아래 <예살그살>)에 담긴 뷰티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화장 못 하는 '똥손'도 '금손'으로 만들어 준다는 이 프로그램은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100만 뷰 이상, 누적 재생수 1억 뷰를 돌파하며 모바일 콘텐츠 분야에서 유례없는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24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예살그살> 출판 기념 티타임에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개그맨 김기수와 옥성아 PD와 곽민지 작가가 참석했다. 그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장수 프로그램이 책으로 출판된 적은 있지만, 방송 1년밖에 안 된, 그것도 모바일 프로그램이 책으로 출간된 것은 <예살그살>이 처음이다. 김기수는 "이 책은 우리 팬들인 '꼬요(꼬마요정)'와 제작진 모두가 함께 만든 작품"이라며 감격했다.

"1회 댓글에 달린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다음 회차의 모티브가 됐어요. '아이라인 그리면 번지는데 어쩌죠?'라는 댓글을 보면 20일 동안 아이라인 안 번지는 법을 연구하죠. 이 정도면 되겠다, 싶으면 2회를 녹화하고, 2회 댓글은 또 3회의 모티브가 되죠. 이렇게 해오다 보니 어느새 1억 뷰가 됐고, 책까지 나왔네요. 이 책은 우리 모두의 합작품이에요. 제가 죽어도 무덤까지 가지고 들어가려고요. 감사하고 신기하고... 기수둥절하네요. 하하하."

그간 수많은 뷰티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예살그살>은 분명 달랐다. 이미 완벽하게 아름다운 진행자들이 알려주는 뷰티 팁 속에서, 40대 아저씨가 알려주는 뷰티 노하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뷰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던 옥성아 PD가 김기수를 섭외한 이유도 "넘쳐나는 예쁜 사람들이 메이크업하는 콘텐츠 속에서, 차별화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뷰티 프로그램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는 곽민지 작가는 "<예살그살>은 구성부터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다"고 했다. 여타 뷰티프로그램에서는 어떤 화장법이 유행인지, 어떤 화장을 사람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했다면, <예살그살>에서는 사람들이 뭘 제일 어려워하는지, 화장하다 어디서 망치는지를 포인트에 두고 구성했다고.

김기수는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우리 작가, PD들이 모두 예뻐졌다. 한 아이템을 일주일 동안 연습하는데, 제작진이 모두 자기 얼굴에다 연습한다. 그러다 보니 점점 능숙해지면서 똥손에서 금손이 됐다"며 즐거워했다.

'화장하는 남자' 김기수의 30년 노하우

 SBS 모비딕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 출판 기념 티타임. 김기수. 옥성아. 곽지민 작가

'화장하는 남자' 김기수. 그는 "취미 포기하지 말라, 결국 끈질기게 하니까 이렇게 빛을 본다"며 웃었지만, '지난 시간은 어떻게 견뎠느냐'는 질문에는 눈시울을 붉혔다. ⓒ SBS


이 책은 김기수와 제작진의 1년 치 <예살그살> 기록이기도 하지만, 화장품 덕후의 30년 치 기록이기도 하다. 애당초 <예살그살> 제작진이 김기수를 택한 것도, 그가 뷰티 유튜버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화장하는 남자'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책으로 낼 만큼 많은 뷰티 노하우를 쌓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김기수는 "취미 포기하지 말라, 결국 끈질기게 하니까 이렇게 빛을 본다"며 웃었지만, '지난 시간은 어떻게 견뎠느냐'는 질문에는 눈시울을 붉혔다.

"어떻게 이겨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송사도 많았고... 굳이 이야기하자면 사람한테 데인 상처는 사람에게 치유 받았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 했을 때 응원해주는 지인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 유튜브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 다시 활동한다는 건 꿈꾸지 못했다는 그는, "방송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연예인은 선택받는 직업인데 선택받을 수 없었다. 누가 나를 불러주겠나 싶었다"고 했다. 컴퓨터 전원만 켤 줄 알던 '컴맹'이, 영상 편집 기술을 배워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이유도 '카메라'가 그립고 목말라서였다. 하지만 그 시작은 뷰티가 아닌 디제잉이었다.

"처음엔 제가 디제잉 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디제잉 하는 모습을 셀카로 찍어 SNS에도 올렸는데 그날 김기수가 중국에서 성전환 수술과 성형수술을 받고 디제잉을 했다는 보도가 난 거예요. 악플이 많이 달렸죠. 제가 살면서 받아 본 악플 중 최고였어요. 너무 억울했어요. 턱을 깎았느니, 코를 세웠느니... 그래서 메이크업 영상을 올린 거였어요. 성형한 게 아니라 화장한 거라고요. 사실 그땐 두려움이 컸어요. 우리나라에서 화장하는 남자는 좀 받아들이기 어렵잖아요. 더 많은 악플이 달릴 줄 알았는데, 좋은 반응이 많더라고요. 정말 사람 일 모르는 거더라고요." 

김기수가 팬들 '꼬요'라 부르는 이유

 SBS 모비딕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 출판 기념 티타임. 김기수. 옥성아. 곽지민 작가

SBS 모비딕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 출판 기념 티타임에 참석한 (왼쪽부터) 박재용 팀장, 옥성아 PD, 개그맨 김기수, 곽민지 작가. ⓒ SBS


'화장하는 남자' 김기수의 뷰티 튜토리얼 영상은 큰 화제를 모았고, <예살그살>로 이어졌다. <예살그살>을 진행하면서도 꾸준히 유튜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유튜브에서는 퍼포먼스나 상황별 맞춤 메이크업 같은 걸 보여드린다면, <예살그살>은 아이라인 그리는 법, 눈꼬리 빼는 법 등 디테일한 화장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옥성아 PD는 "유튜브 영상은 김기수가 직접 편집하는데, 제작진에게 CG 넣는 법이나 편집 방법을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 연예인이지만, 편집까지 하나하나 다 하는 모습이 대단하더라"며 감탄했다.

방송 활동을 통해 자리를 잡은 지금도, 시간과 공이 많이 드는 유튜버 활동을 놓지 않는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꼬요'들 때문이다. 김기수는 자신이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꼬요' 덕분이라면서 '꼬요'라는 애칭이 탄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좀 오그라들 수도 있는데... 누구나 어렸을 때, 혹은 남자친구에게 한 번쯤 '꼬마요정'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잖아요. 하지만 직장 생활하다 보면 눈에 펄만 조금 바르거나 눈꼬리만 좀 길게 빼도 '너 사회생활이 장난이냐?', '미모 뽐내려 회사 왔냐'는 소리를 듣기도 하죠. 반대로 어떤 직장은 볼터치 색깔과 입술 색깔까지 정해져 있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그렇게 갇힌 메이크업 말고, 그런 편견에 갇힌 아름다움 말고, '꼬요'라고 불리던 리즈 시절의 감성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 팬들을 '꼬요'라고 불러요." 

옥성아 PD는 "<예살그살>은 늘 예뻐야 한다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뻐지고 싶은 순간, 어떻게 해야 예뻐질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이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 늘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기초 요리책' 같은 책이 됐으면 한다고 말이다.

옥 PD는 "앞으로 <예살그살> 화장법뿐이 아닌, 운동, 음식, 리빙 등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예살그살>에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부탁했다.

김기수는 올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뷰티 브랜드를 런칭한다. 브랜드 이름은 'KISOO'로, "지난여름부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면서 "기초부터 색조까지 모두 포함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기수는 "좋아하는 일을 놓치지 않고 해오다 보니 이렇게 됐다"면서 "누군가를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타인이 나를 따라오게 만드는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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