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한 카페에서 이후권 선수를 만났다

성남의 한 카페에서 이후권 선수를 만났다 ⓒ 광운대스포츠채널-아르마스


"공격형 미드필더가 편안하게 경기를 뛸 수 있게 만들어줘야죠."

성남FC 미드필더 이후권이 내뱉은 말에서 그의 존재 가치가 드러난다. 동료 선수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발 더 뛰며 헌신적으로 경기장을 누빈다. 그의 희생 덕분에 홀로홉스키, 김동찬 같은 선수들이 마음 편히 공격했고, 팀은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권이 가진 희생정신은 대학 시절부터 길러졌다. 경기에 나서는 동기들과 달리 후보 선수였던 자신이 미워 더 희생하고 노력했다. 희생정신은 그를 프로로 만들었고, 지금도 그 정신은 현재진행형이다.

- 고등학교 시절 독일로 축구 유학을 다녀온 계기와 직접 느낀 독일 축구가 궁금합니다.
"아버지께서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해보라고 독일 유학을 보내주셨어요. 저와 마찬가지로 축구를 하는 친동생과 함께 3부 리그에 속해 있는 키커스 오펜바흐에서 운동했습니다. 독일 선수들은 외형적으로 말라보여도 힘이 강했고 스피드도 빠르더라고요."

- 독일 유학으로 인해 광운대학교에 1년 늦게 입학했네요. 남들보다 늦은 만큼 따로 목표는 없었나요?
"처음 입학했을 땐 경기에 나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근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1학년 때 카메라를 들고 관중석에 앉아 영상 촬영을 하는 전력 외 선수였어요. 너무 서러워 남들 몰래 울기도 했어요. 내년에는 이 생활을 벗어나 경기에 뛰리라 다짐했습니다. 2학년 때부터 경기에 나섰으니 목표는 이룬 셈이죠."

- 광운대 시절 기억에 남는 경기나 대회가 있나요?
"2012 U리그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안암 녹지운동장에서 홈팀 고려대를 3-1로 이긴 것이 시작이었죠. 이후 연세대를 잡았고, 고려대와 리턴 매치에서 또다시 승리하며 권역 리그에서 우승했어요. 오승인 광운대 감독님 눈가가 촉촉해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 대학 시절 오승인 감독님께서 해주셨던 조언이 있나요?
"감독님은 축구를 고등학교 때 시작했다고 하셨어요. 축구를 늦게 시작해 뒤처진다는 것을 느끼고 남들 보다 훨씬 노력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후보 선수였던 제게 큰 울림을 줬어요. 그래서 남들이 자는 새벽에 개인 운동도 하고 했습니다."

- 광운대에서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선수가 궁금해요.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김)민혁(광주FC)이와 호흡이 잘 맞았어요. 민혁이는 볼 다루는 기술이 좋아서 제가 부족한 공격적인 부분을 많이 채워줬어요. 성격도 잘 맞아 같은 방을 쓰며 생활한 것도 재밌는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팀의 승리가 중요하다, 시즌 목표는 당연히 승격"

- 대학 3학년을 마치고 부천FC에 입단했습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느껴지던가요?
"사실 대학 시절 프로팀과 평가전을 하면 해볼 만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다르더라고요. 기술, 스피드, 경기 속도 모두 프로가 한 수 위였죠. 지금 돌아보면 대학 시절에 체력과 조직력 훈련을 많이 해서 그나마 프로와 견줄 만했던 것 같아요."

- 프로 진출 1년 만에 오른쪽 풀백으로 주전 도약했어요.
"사실 그때 제가 잘 한 건지 지금도 헷갈려요. 그 당시 부천 수비라인이 전체적으로 안정되지 못했습니다. 실점도 많았죠. 팀이 잘하는 와중에 저만 못하면 고칠 점을 빨리 찾을 수 있었을 거예요. 근데 그게 아니라서 보완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 프로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냈는데 다음 해에 바로 입대한 이유가 궁금해요.
"우연히 상무에서 뜬 공문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붙는다는 확신이 없었는데 2차, 3차 계속 합격하더라고요. 구단뿐 아니라 오승인 감독님께서도 너무 빨리 입대하는 것이 아니냐며 상무행을 만류하셨어요. 고민 끝에 입대했죠. 훈련소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옳은 결정인가에 확신이 없었는데, 지금 군 팀 정원을 줄인다는 뉴스들을 보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성남FC에서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권

성남FC에서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권 ⓒ 한국프로축구연맹


- 전역하고 6개월 만에 성남FC로 이적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역하고 부천에 복귀했을 때 경기에 나설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 와중에 대학 시절에 절 좋게 봐주신 김학범 감독님(당시 성남 감독)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챌린지에서 후보였던 선수가 클래식으로 가서 팬들의 시선이 좋진 않았어요. 하지만 김학범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 올 시즌 초반 팀이 어려웠다가 좋아졌는데,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요?
"감독님도 바뀌고 선수 구성도 많이 바뀌면서 팀이 하나로 뭉치는 데 시간이 필요했어요. 박경훈 감독님께서도 '원 팀'을 많이 강조하셨어요. 지금은 하나로 똘똘 뭉쳐 반등하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 선수 생활을 하시면서 다양한 감독님을 경험했는데, 감독님마다 특징이 궁금해요.
"광운대 오승인 감독님은 그 어떤 감독들 보다 전술적인 감독이세요. 연구도 많이 하시죠. 광운대 시절에는 정말 기계처럼 움직였습니다. 전술적으로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고, 덕분에 팀 색깔이 확실하게 살아날 수 있었죠. 박경훈 감독님은 패싱축구를 지향하시지만, 지금은 승격이 달린 중요한 시기인 만큼 간결한 플레이로 결과를 내는 축구를 주문하십니다."

- 경기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많이 담당하잖아요. 막기 정말 어려운 선수가 있다면 누굴 뽑으시겠어요?
"팀 내에 잘하는 선수가 많아서 실전보다 훈련이 더 힘듭니다. 특히 김두현 선배와 경합을 하면 정말 힘들어요. 워낙 기술이 좋아 반칙으로 끊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 닮고 싶은 선수는 없나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프랑스의 미케렐레 선수를 닮고 싶어요. 미케렐레처럼 우리 팀 수비를 도와 공을 빼앗고, 공격형 미드필더가 편안하게 경기를 뛸 수 있게 만들어줘야죠."

-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서 골에 대한 욕심은 안 생기나요?
"골에 대한 욕심은 없고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해요. 경기가 끝났는데 팀이 지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무조건 이기는 게 첫 번째입니다."

-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와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두말할 필요가 있나요. 당연히 승격이죠! 승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수가 돼야죠. 더 큰 목표가 있다면 AFC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아 보는 게 목표에요."

     이후권은 오는 15일(수)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아산과 승격 준PO를 앞두고 있다

이후권은 오는 15일(수)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아산과 승격 준PO를 앞두고 있다 ⓒ 광운대스포츠채널-아르마스


축구는 11명이 뛰는 스포츠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가 있다면 뒤에서 묵묵히 궂은일을 도맡는 '소리 없이 강한'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이후권은 그러한 수식어가 어울리는 선수다. '소리 없이 강한' 이후권은 지금도 또 앞으로도 투지를 불사르며 자신이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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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광운대스포츠채널-아르마스 블로그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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