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3대천황'이 '백종원의 푸드트럭'으로 개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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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푸드트럭이다. '요식업계 창업의 신'이라 불리는 백종원이 도전자들에게 창업과 장사의 비결을 알려주는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푸드트럭>으로 돌아왔다. 푸드트럭은 기존 자영업에 비해 소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어 청년들에 인기 있는 창업 아이템이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척박한 푸드트럭 존을 위해 백종원이 달려갑니다"라고 말하며 포문을 열었다.

프로그램은 총 4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상황실에서 푸드트럭 존을 관찰한 후 전문가 백종원이 도전자의 문제를 진단한다. 백종원의 조언에 맞춰 일정 시간 동안 도전자들은 각자의 메뉴를 개발한다. 한 달 후 백종원의 요리연구실에서 도전자가 개발해온 메뉴를 백종원이 한 번 더 솔루션하는 1대 1 지도가 진행된다. 이후 다시 푸드트럭으로 돌아가 솔루션 받은 메뉴를 실전 판매하는 방식이다. 

'개인'만 말하는 솔루션 프로그램?

솔루션 프로그램은 도전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 장사를 처음 해보거나 서투른 사람에게 전문가가 알려주는 비결은 실질적인 보탬이 된다. 프로그램 취지도 장사가 잘 되지 않는 푸드트럭 도전자를 골라 회생을 돕는데 초점을 둔다.

하지만 솔루션 프로그램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방송의 의도가 달라질 수 있다. 편집에 의해 도전자는 '장사에 서툰 사람'으로도 혹은 '나태한 인간'으로도 그려질 수 있다. 아쉽게도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후자에 맞춰진 시각을 보여준다.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만 돌리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개인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비정상적으로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21.2%를 차지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자영업자 지원사업 평가'(2015년)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OECD 국가 중 4위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는 한국 고용시장이 가진 취약점 때문이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이나 은퇴한 '베이비 부머' 세대가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자영업자가 빈곤하다. 9월 22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창업한 자영업의 평균 생존율은 20.1%다. 신규 창업한 업체 5개 중 1개만이 생존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안전망이 구축되거나 고용시장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다.

이미 상당수의 푸드트럭도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로 2년차를 맞은 푸드트럭의 실정은 참혹하다. 지난 4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영업을 신고한 131대 푸드트럭 가운데 2년 후 생존한 업체는 37%로 48대에 불과했다. 부족한 영업장소, 낮은 매출, 불리한 상권 등이 높은 폐업률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애초에 푸드트럭이 우후죽순 생겨난 건 정부 정책 때문이었다. 2014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청년 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푸드트럭을 합법화했다. 하지만 현재 각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푸드트럭 지원 정책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자체의 지원이 오로지 '장소제공'에만 그쳤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푸드트럭 존을 홍보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부족했다.

이러한 모습은 <백종원의 푸드트럭> 1회 '강남역 푸드트럭 존' 편 방송에서도 보인다. 하루 유동인구 약 100만 명에 달하는 강남역 근처지만 푸드트럭 존은 상권을 형성하지 못했다. 떡볶이, 핫도그, 와플 등 각기 다른 메뉴로 영업 중인 6대의 푸드트럭 도전자들의 하루 평균 매출은 2만 원 내외였다. 영업한지 7개월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푸드트럭 존이 존재하는 줄조차 몰랐다.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 강남편'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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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매출 부진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한다. 1회에서 백종원이 "장사는 음식을 파는 게 아닌 나의 자존심을 파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개인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시각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백종원은 도전자의 성격, 말수, 표정, 복장 등 사소한 부분까지도 영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 장사는 음식 맛으로만 좌우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장사가 안 되는 이유가 도전자들의 문제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백종원의 지적처럼 식재료에 이해도가 부족한 도전자도 있었다. 푸드트럭에서 팔기에는 복잡한 메뉴 종류와 가시성이 떨어지는 메뉴판 구성 또한 합리적인 지적이 맞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문제는 개인의 '개선'만 강조한다는 점이다.

"음식을 팔려면 성격도 바꿔라"

"음식을 팔려면 성격도 바꿔라." <백종원의 푸드트럭> '수원 푸드트레일러 존' 편에서 백종원은 도전자들에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음식의 맛은 기본'이라는 걸 전제하고 '서비스'가 경쟁력이라고 외친다.

강남, 수원, 부산 편에 출연한 대부분의 도전자에 그는 '서비스'를 장사꾼의 기본적 자질로 내세운다. 친절과 미소는 필수조건이다. 손님과의 대화는 너무 적어서도, 많아서도 안 된다. 음식의 품질뿐만 아니라 손님의 유형까지 세세하게 파악하며 장사해야 한다. 백종원은 "손님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서비스"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한다.

수원 편에 나온 '대만 감자' 도전자는 백종원의 조언을 듣고 푸드트럭에 거울을 비치한다. 손님을 맞이하기 전 수없이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한다. 막상 손님을 만나면 굳어진 안면 근육에 입술 주위가 부르르 떨린다. '연습'만이 살 길이라며 백종원은 그를 토닥인다. 서비스를 강요하는 한국 문화는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치밀하게 시청자들을 파고든다. 

음식 장사는 서비스업이 아니다. 장사는 물질적인 재화를 사고파는 일이다. 장사와 별개로 비물질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따로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상인은 돈에 합당한 물건을 수요자에게 팔면 그만이다.

한국은 지나치게 서비스를 강요한다. '손님은 왕'이란 지나친 인식이 한국에선 당연시하게 통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쥐고 있는 손님이 곧 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님의 돈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왕으로 대접해야 한다는 건 '천박한 자본주의'의 일종이다. 도를 넘은 소비자의 권리는 손님과 직원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만든다.

재화를 구매하는 돈에 서비스 값이 포함된 것도 아니다. 한국과 다르게 보편화된 외국의 '팁 문화'가 이를 설명한다. 대다수의 유럽 국가와 미국엔 '팁'을 주고받는 관습이 있다. 식당을 가든, 미용실을 가든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자발적인 감사나 호의 표시로 '팁'을 낸다. 그러나 한국에선 서비스는 그냥 '덤'이자 '공짜' 개념이다.

백종원의 조언은 방송 권력을 타고 마치 '복음'처럼 전해진다. 프로그램이 유명인의 파급력을 이용해 서비스를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판다'는 관행은 바뀌어야 하는 폐단이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퇴보된 인식을 또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백종원' 덕분이 아니다!

 그랜드 오픈 당일 8배 이상 상승한 수원 푸드트레일러 존 매출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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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푸드트럭>은 '창업 성공 신화'를 부추긴다. 성공 신화는 인간 승리의 신화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나 성공을 이뤄낸 이야기로 사람들에 경외심을 안겨준다. 프로그램 속 백종원은 창업 '성공 신화'의 장본인으로서 도전자들과 시청자들의 존경심을 한 몸에 받는다.

'성공신화'를 갖고 있는 백종원이 도전자들에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그들은 희망을 갖는다. 마치 노력만 하면 그들이 제 2의 백종원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 백종원도 17억의 빚을 지고 있었다. 그는 망한 가게를 접고도 다음 날 아침이면 새로운 장사를 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우며 일했다. 피나는 노력을 발판으로 현재 그는 누구보다 잘나가는 '요식업계의 신'이 됐다.

하지만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백종원과 도전자들의 노력만으로 매출 증가를 설명할 수 없다. 무시할 수 없는 방송효과가 도전자의 푸드트럭 매출에 작용한다. 다시 말해, 출연자의 능력 향상보다는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탄 음식점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백종원의 푸드트럭> '수원 푸드 트레일러 존' 편은 이와 같은 방송 효과를 명확하게 증명한다. 2차 솔루션 이후 푸드트럭 도전자들의 첫 장사 매출은 기존 매출 평균은 7만5000원에서 약 45만 원으로 3배 뛰었다. 하지만 도전자들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채 수익이 증가한다. 어지러운 재료용기, 일관성 없는 음식의 맛, 긴 조리 시간 등 문제는 여전했다. 백종원도 재료 및 맛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매출 증대는 방송으로 인한 홍보효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유독 연예인 도전자를 내세우는 것도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서다. 연예인 푸드트럭 도전자가 출연하는 건 일반인 도전자를 솔루션 한다는 프로그램 취지부터 어긋난다. 1편에서 백종원도 "도전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장난처럼 연예인이 출연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총 3개 지역 중 2개 편에 연예인 도전자가 출연했다.

연예인은 일반인과 출발선부터 다르다. 생존이 걸린 일반인 도전자와 다르게 연예인은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은 되레 연예인을 띄워주기 바쁘다. '강남 편' 1회에선 총 80분의 방영 시간 중 '배우 이훈'의 푸드트럭 도전기를 18분 넘게 다룬다. 개인회생 신청, 31억이 넘는 빚 등 방송과는 상관없는 이훈의 사생활이 계속해서 나온다. 더구나 이훈의 푸드트럭도 개인의 투자금이 아닌 제작진의 지원으로 마련된다. 이는 연예인이란 직업을 이용한 특혜다.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 강남편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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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방송효과가 푸드트럭 상권을 형성하는 식이다 강남역 푸드트럭 존은 하루 3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방송 이후 최고 130만 원까지 상승했다. 수원 푸드 트레일러 존도 방송 후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프로그램이 정부와 지자체가 해내지 못한 푸드트럭 정책 홍보를 톡톡히 하고 있는 모양새다. 같은 푸드트럭 존에서도 방송 노출에 따라 매출에 격차가 생길까 우려스럽다. 개개인의 노력으로 장사의 성패가 달라진다는 백종원의 주장이 더욱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든 요식업의 기준은 백종원?

모든 요식업의 기준은 '백종원'이 아니다. 획일화된 음식 메뉴와 품질 등으로는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맞출 수 없다. 그러나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백종원이 조언하는 게 곧 답인 것처럼 강조한다.

프로그램은 백종원이 말하는 조언을 '장사학개론'으로 정의한다. '0.1초의 승부', '후각을 잡아라', '10가지 대책을 마련해라' 등 백종원의 말을 마치 정설처럼 보여준다. 반면 백종원의 1대 1 솔루션을 따르지 않고 도전자의 의견대로 메뉴를 진행하면 '고집 갑(甲)'이라는 자막이 붙는다. 도전자는 사업자로서 메뉴에 고유한 권한을 당연히 가질 수 있다.

앞으로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일반인 서바이벌'로 재탄생한다. 지역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의 일환으로 일반인 푸드트럭 도전자를 모집한다. 이제는 솔루션을 넘어 도전자 간의 '경쟁'까지 부추기는 격이다. <백종원의 푸드트럭> 제작진은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이 비판받은 이유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장사의 성공도, 실패도 개인의 역량으로 본다. 필연적으로 장사는 지역 상권과 경제적 상황 등의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도전자 개인에만 집중한 협소한 시각은 단기적 개선에 멈출 수 밖에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은 현실을 제대로 볼 줄 아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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