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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자 이제 일어나 세상을 향해서. 새로운 시대의 노래를 부르자.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랑을."

2017년 10월 15일 민중당 광장 출범식에서 흘러나온 밴드 '폰부스'의 노랫말. 젊은 청년을 중심으로 민중과 함께 하는 정당이 되겠다는 민중당의 창당 취지가 잘 담겨 있습니다.

2017년 10월 26일 민중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법적 창당절차를 마치고 정식 출범했습니다.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이 합당해 '대중적 진보정당'의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통합진보당 재건이라는 낙인을 찍지 말라"며 일각에서 불거지는 '종북' 논란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민중을 중심으로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굳건히 다지고 촛불혁명을 넘어 민중과 함께 적폐청산에 나설 것이며 장차 정권도 쥐겠다는 민중당의 포부는 실현될 수 있을까요?

1990년 재야운동권에서 발족시킨 바 있는 옛 민중당의 이름을 이은 국회 원내 진보정당 민중당의 출발. 굉장히 반갑습니다. 상대적으로 복지를 중점 분야로 부각하고 있는 또 다른 원내 진보정당 정의당과도 견제와 협력을 통해 뚜렷한 역할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 개인적인 기대가 크다고 해서 그 포부가 반드시 실현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민중당의 포부를 실제 정책으로 발동케 하는 동력확보가 시급합니다.

민중당은 이제 5만 당원의 기대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수많은 민중을 대리하고 담아내는 '아주 쓸모 있는 만능도구'로 거듭나야 합니다. 통합진보당의 교훈을 밑바탕 삼아 당이 사상누각처럼 무너지지 않도록 내실을 굳건하게 다지는 필승의 전략, 아울러 민(民)의 요구를 낮은 자세에서 겸허히 새기고 끊임없이 성찰하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말로만 진보를 떠드는 속칭 '입진보'가 아니라 세상을 변혁시키는 옹골찬 물줄기로서 사회진보의 과실을 민중과 나눌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10월 16일 오후 2시 19분께 서울 시청광장이 환호로 달아올랐습니다. 주황색의 단체복을 맞춰 입고 일사분란하게 모인 1만여 명의 사람들은 질주하는 가을의 한복판에서 한창 무르익은 벼이삭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10월 16일 오후 2시 19분께 서울 시청광장이 환호로 달아올랐습니다. 주황색의 단체복을 맞춰 입고 일사분란하게 모인 1만여 명의 사람들은 질주하는 가을의 한복판에서 한창 무르익은 벼이삭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 박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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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직접 정치시대를 여는 첫 시작, 광장 출범식을 시작합니다!"

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던 10월 16일 오후 2시 19분께 서울 시청광장이 환호로 달아올랐습니다. 주황색의 단체복을 맞춰 입고 일사분란하게 모인 1만여 명의 사람들은 질주하는 가을의 한복판에서 한창 무르익은 벼이삭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민중에게 권력'을 주창하는 신생 진보정당의 탄생과 환희를 지켜보며 이런저런 상념들이 교차했습니다.

"우리도 당 있다" "소리 질러" "민중당이 집권하자" "민중당은 삐딱하게" "내가 제일 잘 나가"

사전공연에서부터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밴드가 흥겹고 찌르르한 노래를 선보이면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잔디밭에 앉아있는 중장년층들은 '앞으로는 우리가 주역'을 외치는 청년들의 진행과 공연을 바라보며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12세~39세 청년들이 무대를 직접 꾸미고 사회자로 나선 창당식을 처음 목격했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민중당'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신나게 뛰어가 보자며 춤을 추며 정말 환하게 웃음 짓는 표정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행사는 민중의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이어지면서 숙연해졌을 때의 초반 틈새를 제외하고 내내 들떠 있었습니다. 여성과 남성으로 구성된 2명의 청년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매끄럽게 행사를 이어나갔습니다.

민중당은 "국내최초 모바일 직접정치 시대를 열겠다"라고도 했습니다. "휴대전화로 민중당을 검색해 실시간 1위를 해 보자." 순간 사회자의 발언에 바삐 움직이는 손들, 흔히 당 간부들의 의례적인 근엄한 박수로 기억되는 딱딱하고 형식적인 행사와는 크게 달랐습니다. 청년이 나서 당과 당원의 일상을 하나로 잇겠다는 당찬 선포로 와 닿았습니다.

행사는 화려하고 웅장했습니다. 마치 무엇이든지 갖추고 있는 세련된 종합백화점 같았다고 할까요? 다채로운 상품이 늘어선 진열대에서 신상품이 하나하나 포장을 벗고 튀어나오는 과정들, 사전준비를 성실히 해왔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벅차오르는 희망과 연대의 발언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고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청년들이 무대 전면에 등장해 정치의 주인은 직접정치를 하는 민중임을 강조하는 공연이 퍽 인상 깊었습니다.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민중당이 무대 위에서 펼쳐낸 '멋진 쇼'를 현실로 구현하려면 아직 난관도 많다는 회의감이 일었습니다.

각각의 단체와 단체장들을 비롯해 상임대표, 원내대표, 공동대표의 이름을 앞세워 열거하며 '뜨거운 박수를 부탁드린다'를 되풀이하는 행사 진행방식에는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땅의 뭇 민초들을 상징하는 민중(民衆,PEOPLE)을 당명에 담고 민중의 가치를 실현하겠다 했건만 정작 각 지역 평당원의 소개가 한참 뒤로 밀린 장면은 의아했습니다.

이해가 다른 단체들, 대표들이 모인만큼 예의를 갖추는 것이야 타당하지만, 민중을 향한 예의보다 앞설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자'라고 한다면 여기서 그 주체는 응당 민중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당 간부와 특정단체일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을 중심축에 두고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여성 등이 제기하는 폭 넓은 의제를 담아내겠다는 취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민중당이 정말 민중에게로 다가서고 있는지 초반인 지금이야말로 확실히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요.

박근혜 정권을 몰아낸 촛불혁명은 대통령의 '절친' 최순실과 그 끄나풀들의 실체를 알게 된 국민들이 스스로 떨쳐 일어나 비롯되었습니다. 민중당은 그런 열망을 한 데 모아 사회대개혁을 현실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중세상 구현을 위한 공감대 높은 해법을 연구하고 논쟁해 결과를 도출해야 합니다.

앞으로 시련이 많을 것입니다. '통진당의 유산'이라는 꼬리표가 내내 따라붙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적폐청산을 하겠다는 당신들이 청산대상 아니냐'는 비방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대중'적'이라는 애매모호한 수사가 아닌 대중정당이라는 경로를 떳떳하게 못 박아야 한다고 여깁니다. 당의 이념과 방향을 민중에게 뚜렷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청광장에서 보신각까지 이어진 비정규직 노동자, 공사현장 노동자, 도시 빈민, 노점상, 내 아이들을 위한 참교육세상을 바라며 유모차를 이끌고 나온 부모님,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카트 노동자, 비정규직 학교급식 노동자, 청년학생 등 각 계급 계층별 요구와 주장을 드높인 정치 퍼레이드는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평당원들의 입장, 나아가서 민중당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과도 더불어 동행할 수 있는 터전이야말로 민중당이 지행해야 할 첫 번째 가치입니다. "민중에게 권력을! 민중에게 평화를! 민중에게 행복을! 민중당이여 전진하자!"(<민중당 당원 결의> 마지막 항)를 가슴 첫머리에 새겨 민중과 발 맞춰 뚜벅뚜벅 걸어 나가야 합니다.

촛불혁명의 민의를 받들어 적폐청산과 자주평화통일을 완수하겠다는 방침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그리해야 비로소 국민의 공감대를 규합하는 투박하지만 쓸모 많은 옹기그릇이 될 수 있습니다. 민중당의 꽃길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권방송>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민중당, #통합진보당, #진보정당, #비정규직,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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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일본의 동향에 큰 관심을 두며 주시하고 있습니다. 적폐를 깨부수는 민중중심의 가치가 이땅의 통일, 살맛나는 세상을 가능케 하리라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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