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곰이 KBO리그 출범 36년 만에 우승을 위한 마지막 무대에서 만난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와 김태형 감독이 지휘하는 두산 베어스는 오는 25일부터 7전4선승제로 열리는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다. 작년까지 각각 10번씩의 한국시리즈 진출 경험을 가진 명문구단 KIA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KIA는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통산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자랑하는 KBO리그 역대 최다 우승팀이다. 두산 역시 지난 2년 동안 한국시리즈 9경기에서 8승1패를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으로 2000년 이후 한국시리즈에만 8번이나 진출한 바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역사가 없기에 더욱 기대가 되는 호랑이와 곰의 맞대결은 야구팬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KIA 타이거즈] 호랑이는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해태의 왕조시절까지 합쳐 타이거즈는 통산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타이거즈의 역사에 준우승 기록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일단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기만 하면 무조건 우승을 했다는 뜻이다. 올해도 많은 KIA팬들은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지난 3일, 이미 V11을 직감했을 것이다.

올해 타이거즈가 통산 7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적극적인 투자에 있었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최형우를 100억 원에 영입했고 작년 시즌 타율 .313 20홈런86타점을 기록했던 브렛 필과의 재계약을 과감히 포기했다. 내부 FA 양현종과 나지완도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잔류시켰다. 우승을 위해 확실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KIA의 과감한 투자는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KIA는 무려 7명의 3할 타자와 5명의 20홈런 타자를 배출하며 팀 타율(.302), 팀 득점(906점), 팀 타점(868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작은 거인' 김선빈은 .370의 타율로 역대 최단신 타격왕에 올랐고 타율 .342 26홈런120타점을 기록한 최형우는 시즌 막판 부진에도 불구하고 KIA 타이거즈 역대 최고 OPS(출루율+장타율, 1.026) 기록을 갈아 치웠다.

1985년의 김시진과 김일융 이후 32년 만에 탄생한 '20승 원투펀치'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은 KIA의 자랑이다. KIA의 원투펀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최소 4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두산 선발진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9월 이후 5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한 팻 딘도 3선발로서는 대단히 든든하다. KIA는 불안한 불펜의 약점을 선발 트리오의 힘으로 이겨내려 한다.

다만 수 많은 우승 경험이 대부분 20세기에 몰려 있다는 점은 KIA의 약점이다. 실제로 KIA는 2010년 이후 가을야구 경험이 단 두 번(2011,2016년) 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숱한 가을 야구 경험을 쌓은 두산과 가장 비교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만 되면 어디선가 알 수 없는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팀이다. 이는 8년 만에 돌아온 한국시리즈를 즐길 준비를 끝낸 광주의 야구팬들이 가장 믿는 구석이기도 하다.

[두산 베어스] 정규리그 1위가 유리하다고? 두산에겐 안 통해

매년 정규리그 우승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이유는 정규리그 우승팀에게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작년까지 17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휩쓸며 통합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무려 15회에 달한다. 확률로 따지면 88.2%. 정규리그 우승이 곧 한국시리즈 우승을 담보한다고 표현해도 큰 과장이 아닐 정도.

하지만 두산은 이런 확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팀이다. 2000년 이후 17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두 번의 예외(2001,2015년)를 만든 팀이 바로 두산이기 때문이다. 흔히 '미라클 두산'이라고 표현되는 2000년대를 관통한 두산의 가을DNA는 타이거즈가 가지고 있는 '우승본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두산은 지난 2년 동안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활짝 웃었던 '경험'이 있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도 크게 힘을 빼지 않고 압도적인 타력의 힘을 과시하며 NC 다이노스를 압도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초로 한 경기 4홈런을 터트린 오재일을 비롯한 두산 타선이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터트린 홈런 수는 무려 12개. 플레이오프에서 팀 타율 .355를 기록했던 두산의 물 오른 타격감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진다면 KIA 투수진 역시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두산은 정규리그에서도 KIA에게 8승1무7패로 상대전적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한 바 있다.

다만 두산이 자랑하는 '판타스틱4'의 난조는 김태형 감독을 걱정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선발승이 한 번도 없었고 마이클 보우덴과 유희관은 5회를 넘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되기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 선발진이 믿음직한 투구를 선보이지 못한다면 김승회,함덕주,김강률로 이어지는 두산의 필승조가 7전4선승제 시리즈에서도 호투를 이어간다고 장담할 수 없다.

KBO리그 역사에는 현대 유니콘스나 SK 와이번스처럼 '왕조'로 불리던 팀들이 있었지만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은 타이거즈(1986~89년)와 삼성 라이온즈(2011~14년) 뿐이다. 두산 역시 진정한 '왕조시대'를 구축하기 위해선 3년 연속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꼭 필요하다. 게다가 타이거즈가 자랑하는 '한국시리즈 무패 신화'를 깨는 한국시리즈 3연패라면 두산의 우승은 더욱 큰 가치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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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17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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