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세 번째 살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후쿠야마 마사하루

지난 19일,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세 번째 살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후쿠야마 마사하루 ⓒ 부산국제영화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세 번째 살인>(2017)의 시작은 매우 강렬하다. 미스미(아쿠다 쇼지 분)은 한 남자를 살해하고 시체에 불을 지른 살인자다. 그는 30년 전 사람을 죽인 전과가 있었고 미스미 또한 자신의 살인을 자백한 지라, 그의 사형선고는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미스미의 변호를 맡게된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는 종신형 감행을 목표로 미스미의 살인 동기를 알아보던 중 도무지 믿기 어려운 놀라운 이야기들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세 번째 살인>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 그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선보인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법정 스릴러 외향을 갖춘 <세 번째 살인>은 법정 다툼 그 자체보다 살인범 미스미와 그를 변호하는 시게모리, 두 남자의 심리전에 초점을 맞춘다.

전작과 다른

그동안 고레에다 특유의 가족 이야기를 사랑했던 팬들에게 다소 혼란스러운 감정을 안겨줄 것 같은 이 영화. 지난 19일 오후 2시, 부산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세 번째 살인>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겸 가수 후쿠야마 마사하루를 만나 보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외에도, 아시아 영화 아카데미(AFA) 교장을 맡으며 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고레에다 감독은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를 기리며, 기자회견의 서막을 열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 4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후쿠야마는 "지난 부산 첫 방문 때는 일정이 촉박하여 영화제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지만, 올해는 공식 일정보다 하루 일찍 부산을 찾아 영화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특히, 후쿠야마는 오우삼 감독과 함께한 <맨헌트>(2017) 또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리젠테이션 상영작으로 초청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가족에서 사회로

 지난 19일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세번째 살인> 기자 회견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후쿠야마 마사하루

지난 19일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세번째 살인> 기자 회견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후쿠야마 마사하루 ⓒ 부산국제영화제


최근 고레에다 감독이 주로 가족 이야기를 중점으로 작업을 해온 터라, 이날 기자 회견에서는 고레에다 감독으로서는 새로운 도전으로 볼 수 있는 신작에 관한 많은 질문과 이야기가 오갔다.

그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법정 스릴러물을 연출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고레에다 감독은 "그간 10년 동안 그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신상의 변화가 자신의 영화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 이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일본 사회를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서 얼마만큼 절실한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사람이 사람을 심판하는 그 자체에 고민을 가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 번째 살인>은 기존 법정 스릴러물의 장르적 쾌감보다는 살인범으로 설정된 주인공과 조금씩 흔들리는 변호사 간 심리전이 묘미다.

 지난 19일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세 번째 살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지난 19일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세 번째 살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이와 관련해서 고레에다 감독은 "죄의 유무를 가리는 법정 다툼에서 오는 서스펜스의 쾌감보다는 사람이 사람을 심판하는 것, 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요 캐릭터인 미스미와 살해당한 공장 사장의 딸로 등장하는 사키에(히로세 스즈 분)는 모두 베일에 쌓여있는 인물이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고, 거짓 증언을 일삼는다. 영화 초반에는 살인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던 미스미는 어느 순간 자신은 진짜 살인범이 아니라며, 시게모리를 혼란에 빠트린다.

미스미와 사키에, 살해당한 사키에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는 너무나도 태연하게도 어느 것이 진실인지 보여주지 않는다. 과연 누가 진실이고 거짓인지는 온전히 관객의 판단에 달려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세 번째 살인>을 두고 "진실이 존재한다고 한들 우리가 미처 모르고 지나가는 것,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행위,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 자체에서 오는 무서움이 있다"며 "그 진실을 찾기 위해 베일 속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변호사 시게모리 역의 후쿠야마는 신인 시절 그가 존경하는 싱어송라이터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언급하며 "설령 정밀히 연출된 장면이라고 한들, 사람들이 진짜라고 느끼면 그것이 진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사람이 어떠한 입장에 처해져있는가에 따라 진실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법정은 진실을 밝히는 곳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고레에다 감독이 <세 번째 살인> 시나리오 기획 과정에서 만나 자문을 구한 변호사가 흘린 한 마디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는 사건의 진실여부를 가리기 보다는, 법원, 검찰, 변호사 간의 이해 조정으로 이어지는 법체계의 허점과 누군가를 믿고 진실에 다가가기 어려운 인간의 본성과 악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까지 제기하고자 한다. <세 번째 살인>은 진짜 살인범을 가려내고자 하는 영화가 아니다.

<세 번째 살인> 촬영에 임하면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여백을 두고 싶었다는 후쿠야마의 발언처럼 인간에게 숨어있는 수많은 양면성과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진실이 되는 실체를 찾고자 한다. 교도소 접견실 한 복판에서 대치를 벌이고 있는 두 남자 중에서 누가 먼저 권총을 빼는 가를 두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서부극 같은 영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세 번째 살인>을 일단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지난 19일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세 번째 살인> 기자회견에서 참석, 발언하고 하는 후쿠야마 마사하루

지난 19일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세 번째 살인> 기자회견에서 참석, 발언하고 하는 후쿠야마 마사하루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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