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범죄도시> 포스터. 평균 이상의 각본과 마동석의 매력이 돋보이는 화끈한 액션물이다. ⓒ 메가박스㈜플러스엠
마동석과 조선족. 두 키워드로 영화 <범죄도시>를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큰 덩치만큼이나 화끈한 액션으로 마동석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마동석이 주는 인상 못지않게 장첸(윤계상 분)과 조선족이 남긴 무서움은 강렬했다.
덕분에 영화는 흥행을 기록 중이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영화 속 조선족의 부정적 이미지가 현실의 조선족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 관람객 후기를 보면 조선족을 비하하는 평이 많다.
장첸을 비롯한 <범죄도시> 속 대부분의 조선족은 조폭이거나 몸에 칼, 도끼 등 흉기를 지니고 다닌다. 영화에서 묘사된 가리봉동은 대낮에도 패싸움이 일어나고, 조금의 시비가 바로 칼부림으로 이어지는 '범죄도시'다. 물론 그 주범은 조선족이다.
조선족을 부정적으로 그린 영화는 <범죄도시>가 처음이 아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만 <청년경찰>과 <악녀>까지 총 세 편이다. 그 이전에도 <신세계> <황해> 등 조선족 범죄는 우리나라 액션, 누아르 물의 단골 소재로 쓰이고 있다.
실제 조선족은?
▲ 영화 <범죄도시>의 한 장면. 조선족 '이수파' 조폭들이 연장을 든 채 가리봉동 대낮을 활보하고 있다. ⓒ 메가박스 (주)플러스엠
그렇다면 조선족은 실제로 범죄를 많이 일으키는 걸까? 조선족은 국내 거주 중국인의 다수를 차지하는데 경찰청 통계에서는 조선족을 따로 분류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인 범죄율을 통해 조선족 범죄율을 짐작할 수 있다.
2016년 경찰청 범죄통계자료를 보자. 우리나라 외국인 범죄율은 한국인 범죄율에 비해 그 수치가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인구 10만 명당 한국인 범죄 발생 수가 3495건인 반면 외국인은 2003건을 기록했다.
외국인 범죄를 국적별로 나누었을 때도 중국은 그리 높지 않다. 러시아, 몽골의 범죄율이 가장 높았고 중국의 범죄율은 러시아와 몽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중국은 일곱 번째로, 경찰청이 분류한 16개국 중 중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영화 속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조선족은 한국인보다 범죄율이 낮다. 외국인만을 두고 비교했을 때도 조선족은 결코 높은 편이 아니다.
실화는 선택된다
▲ 영화 <댄서의 순정>(2005)의 한 장면. 극중 장채린(문근영 분)은 연변 출신 조선족 소녀다. 이 영화는 조선족 소녀가 한국에서 겪는 힘든 현실을 그린다. ⓒ 쇼이스트
<범죄도시>가 기존 영화와 다른 점은 실화에 기반을 뒀다는 것이다. <범죄도시>는 자막을 통해 2004년 '왕건이파'와 2007년 '흑사파'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힌다. 실화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범죄도시>는 기존 조선족 비하 영화보다는 진일보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실화에 기반을 뒀다는 사실은 오히려 영화가 생산하는 부정적인 조선족 이미지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실화는 선택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 몇 가지의 실화를 통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61만 조선족의 삶을 재단해선 곤란하다.
내가 중학교에 근무할 때다. 한 여학생의 어머니가 조선족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복지 신청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혹 신청 과정에서 자신이 조선족임이 알려질까봐, 그래서 딸에게 피해가 갈 것을 걱정해 일절 신청하지 않았다.
딸이 집에 친구를 데려올 때면 그 조선족 엄마는 집 밖으로 나가 있는다고 했다. 앞으로도 그 딸과 엄마는 얼마나 많은 눈초리와 차별을 겪으며 살아야 할까. 엄마라는 존재가, 또 자기 존재 그 자체가 차별의 이유가 된다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소수의 조선족 범죄자는 그들대로 예방하고 처벌하면 된다. 이를 가지고 다른 평범한 조선족까지 재단하고 차별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다. 영화를 만드는 이와 보는 이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