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할리우드 거물'의 성추문 뉴스가 미국 연예계를 뒤흔들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지난 수십 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뒤늦게 드러난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프로듀서 하비 웨인스타인이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웨인스타인 컴퍼니는 전날 성명을 통해 "회사 경영진은 최근 밝혀지거나 새롭게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 웨인스타인의 불법 행위로 인해 고용을 즉시 종료한다고 통보했다"라고 발표했다.

웨인스타인 컴퍼니 관계자는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에서 웨인스타인의 이름을 삭제할 것"이라며 "해고 절차가 완료되면 웨인스타인의 이름을 딴 회사 이름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5일 웨인스타인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무려 30여 년 동안 수많은 여배우와 회사 여직원에게 성폭력을 가해왔으며, 죄를 덮기 위해 일부 여성들과 법적 합의도 했다고 폭로했다.

여배우 애슐리 주드는 20녀 년 전 <키스 더 걸> 촬영 당시 웨인스타인이 호텔 방으로 불러서 가보니 그가 나체 상태로 나타나 마사지를 해주거나 자신이 샤워하는 것을 지켜볼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영화 <스크림>에 출연한 여배우 로즈 맥고완도 1997년 한 영화제에 참가했다가 호텔 방에서 웨인스타인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나, 합의하는 대신 이를 비밀에 부치기로 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웨인스타인은 자신의 회사 여직원들에게도 성관계를 하면 경력을 키워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맥고완은 "여성들이여, 당신의 침묵에 귀가 먹먹하다"라며 피해 여성들의 폭로를 촉구하고 나섰다.

페미니즘 지지하며 성폭력... 웨인스타인의 '두 얼굴'

 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을 처음 폭로한 <뉴욕타임스> 갈무리.

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을 처음 폭로한 <뉴욕타임스> 갈무리. ⓒ 뉴욕타임스


1979년 미라맥스 스튜디오를 설립해 <굿 윌 헌팅>, <펄프 픽션> 등으로 큰 성공을 거둔 웨인스타인은 형제와 함께 미라맥스를 매각한 뒤 웨인스타인 컴퍼니를 설립해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잉글리시 페이션트>, <셰익스피어 인 러브>, <킹스 스피치> 등을 작품성과 흥행을 겸비한 작품들을 제작한 웨인스타인은 '아카데미 제조기'로도 불리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물로 떠올랐다. 

더구나 웨인스타인은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로서 스스로 '진보의 사자(liberal lion)'로 불렀고, 여성 성폭행 피해자 변호사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고 페미니즘 운동에 기부하는 등 여성 인권을 위해 힘써왔기에 더욱 큰 충격을 던졌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모금행사를 개최한 바 있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큰딸 말리아 오바마는 웨인스타인 컴퍼니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웨인스타인과 가까운 사이였던 여배우 메릴 스트립은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그를 옹호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이라면 소름이 끼칠 것"이라며 "그의 과거를 폭로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용기 있는 여성들은 우리의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웨인스타인은 "나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라면서도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거짓말과 명예훼손으로 가득하다"라며 소송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비 웨인스타인 애슐리 주드 로즈 맥고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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