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포스터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포스터 ⓒ 신상미


무대에서 공연 중인 가수가 갑자기 끌어내려지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1일 개막해 28일 폐막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아래 영화제) 사전 축하 공연 중 발생한 일이다. 축하 공연은 영화제 측이 세종문화회관에 정식으로 대관신청을 해 계약을 맺고 진행됐다.

당시 영화제 측은 경기 파주 민통선 내 개막식 현장 외에 경기 고양, 서울 광화문, 신촌 지역 등 3곳에서 동시에 축하공연 무대를 마련했다. 인디 뮤지션인 야마가타 트윅스터(한받)는 당일 오후 6시께 세종문화회관 야외 계단앞 광장에서 공연을 펼치다가 영문도 모른채 영화제의 협력업체 직원에게 이끌려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당시 상황은 한받의 지인이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고양과 신촌에서도 음향 장비의 미비로 공연 자체가 취소됐다. 공연에 초청받은 연남동 덤앤더머와 회기동 단편선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2분 남짓한 영상은 페이스북 등 SNS에 일부 퍼진 상태로, 검색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영상에선 공연을 하던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한 남자에 의해 퍼포먼스를 제지 당하다가 끝내 팔을 붙잡혀 내려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남성 관객이 만류하기도 하고, 야마가타 트윅스터 본인이 내려 가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끝내 그는 마지막 곡인 세태 풍자곡 '돈만 아는 저질'을 마치지 못하고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공연을 시작한 지 약 20분 만의 일이었다.

한받은 지난 28일 기자와 만나 "협력업체 직원이 공연을 중단시키면서 요청한 사람의 소속과 이름을 안 알려주고 윗분이라고만 표현했다"면서 "음향장비가 트럭 뒤쪽에 있었는데 협력업체 직원이 케이블이 없다고 해서 내 케이블을 써서 장비 설치를 마쳤다. (노래가 바뀔 때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달려와서 무대로 올라가길 반복했다. 방치된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공연 중단에 대해 그는 "직원이 무대로 올라와서 내 팔을 잡고 '그만 하셔야겠다' '퍼포먼스가 세서 더 이상 하면 안 된다' '안 그러면 내 목이 날아간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받의 공연이 있었던 광화문 현장엔 영화제 스태프 및 공연 안전 요원이 한 명도 없었고, 영화제와 용역계약을 한 협력업체(공연기획사) 직원 1명과 간이 무대가 설치된 트럭을 몰고 온 운전사 1명만 있었다. 나머지 두 곳의 공연 무대에도 협력업체 직원만 파견됐다. 영화제 스태프들은 같은 시각 민통선 안 개막식 무대에 있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지난 21일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 축하공연 무대에서 공연 관계자의 제지를 받고 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지난 21일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 축하공연 무대에서 공연 관계자의 제지를 받고 있다. ⓒ 강혜민


부실한 진행과 사과문

한받은 홍대앞 인디신에서 아마추어 증폭기, 야마가타 트윅스터 등으로 활동해온 뮤지션으로,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과 개성 있는 무대를 선보여왔다.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7월엔 아현동 고개에 24시간 무인서점 '만유인력'을 오픈하기도 했다.     

영화제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오락가락하는 사과문을 내놓았다. 이때문에 영화계 안팎에선 부실한 대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DMZ 영화제 측은 지난 22일과 26일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첫번째 사과문에서 "퍼포먼스 도중 공연을 관람하던 몇몇 관객의 공연 중단 요청이 있었다"며 "현장에 있던 협력업체 직원이 영화제와 협의 없이 단독적인 판단하에 한받님의 공연을 제지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객의 중단 요청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고, 논란은 계속됐다.

이후 발표된 두번째 사과문에선 "아티스트가 공연 장소에 도착했으나 협력업체의 준비 소홀로 음향라인을 챙기지 못해 원활하게 공연 시작이 이뤄지지 못한 점을 우선 사과드린다"면서 "마지막 곡에서 아티스트가 인도와 횡단보도로 내려와 퍼포먼스를 하자 행인들과의 충돌을 염려한 세종문화회관 관계자가 안전상의 이유로 협력업체 담당자에게 간곡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협력업체 담당자는 이번 행사 책임자의 의견으로 오판해 한받님의 공연을 제지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재차 사과했다.

이에 대해 한받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공연중 중단 및 무대에서 끌여내려짐 사태를 비롯해 예술가들의 활동이 권력과 자본에 의해 중단된 사태를 기록하고 증언할 다큐멘터리 영화(제목 미정)에 대한 제작비 1500만원을 한받에게 제공하고 다음해 10회 DMZ 국제다큐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할 것. 또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제공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보상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것과 함께 그는 추석 전에 남경필, 조재현, 서용우 등 3인, 기획사 대표와 직원, 세종문화회관 책임자 1인(끌어내리라고 명령한 사람) 등에게 자신의 노래를 광화문 광장에서 부를 것을 제안했다.

 DMZ국제큐영화제 측이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

DMZ국제큐영화제 측이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 ⓒ DMZ국제다큐영화제


수습 과정은?

한받은 지난 27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의 상급기관인 서울시청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 행진하며 '돈만 아는 저질'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같은 날 오전 영화제와 세종문화회관, 협력업체 측은 한받을 직접 찾아와 그가 제안한 정신적 피해 보상안 중 일부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지난 28일까지 약 4차례의 협의가 진행됐다.

현재 한받의 이야기를 담게 될 다큐멘터리의 개막작 상영 여부, 제작비 지원 규모,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조재현 위원장의 버스킹 공연 참여 가능성 등을 놓고 한받과 영화제, 세종문화회관 측이 조율 중에 있다. 이와 관련해 한받은 "내 제안이 완벽하게 받아들여지긴 어렵다고 전달하고 갔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영화계 한 인사는 "당시 상황이 영상에 잘 드러나 있었다. 한받씨가 끌려내려온 상황도 놀랍지만 그 이전 상황도 놀랍다"면서 "관객은 거의 없고 차 하나만 덩그라니 있더라. 왜 한받씨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인지 의아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상업적으로 성공할 만한 대기업 배급 지원 작품을 개막작으로 상영하는 등 영화제의 위상을 높이는 것에만 치중하고 그 반대편에서 인디 뮤지션들은 초청해놓고 공연 진행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방치했다. 설명 없이 와서 공연을 중단시킨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독립영화계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폐막식에서 <망각과 기억2: 돌아 봄 Part1>으로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을 받은 김환태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창작자 한받이 영화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진행 요원에게 끌려나오고, 그 상황을 통제할 만한 영화제 인력이 없었다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결국 조재현 집행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했다. 그는 한받에게도 직접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 사과했다.

담당자의 오판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지난 27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에서 '돈만 아는 저질'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지난 27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에서 '돈만 아는 저질'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정용택 영화감독


영화제 관계자는 기자에게 "정직원이 5명(단기 계약직 직원 26명)이라 우리가 도저히 (그 현장에)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사전 공연을 문제 없이 해달라고 했는데 당일에 신촌으로 갈 차량과 광화문으로 갈 차량이 뒤바뀌는 혼란스런 일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최대한 사과를 했고, 한받씨에게 희망을 놓지 말고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받이) 횡단보도로 뛰어나갈 줄 몰랐다고 하더라. 주의를 한 번 줬는데 또 내려왔다고 했다. 그래도 '내버려뒀어야지'라고 말했다. 협력업체 측은 처음부터 (세종문화회관이) 지시를 하니까 사전 공연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것이라고 오해를 했고 공연이 더 진행되면 안 된다고 잘못 판단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오는 3일 예정된 한받의 버스킹 공연에 조 위원장과 남 지사의 참여 여부에 대해선 "못 나온다고 답했지만 한 번 더 (두 분깨) 전달했다"고 답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해당 팀장은 자전거가 다녀서 안전사고가 발생할까 봐 협력업체 직원에게 자제 좀 시켜달라고 했던 것"이라며 "부딪히면 (장소를 대관해준) 우리 쪽에 귀책이 많은 부분이라서 무대에 올라가서 할 수 있도록 조금 주의해달라고 했던 건데 직원이 하지 말라는 뜻으로 곡해한 것 같다. 해당 팀장은 밤잠도 못 잘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다.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하고 공연을 하면 기꺼이 동참해서 춤을 추겠다고 의사 표현도 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또 "한받씨는 우리가 주최한 소소시장에도 참여하는 등 인연이 깊다. 그의 활동도 잘 알고 있다"며 "공연기관에서 봤을 때 무대에서 아티스트가 내려왔을 땐 불쾌하고 수치심도 느끼고 마음이 안 좋을 거 같아서 일일이 입장 표명을 안해왔다"고 덧붙였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기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으나 "공연이 중단된 뒤 뒤늦게라도 공연을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전하고 재개시킬 수도 있지 않았냐"는 질문엔 "해당 팀장이 자기 때문에 공연이 중단된 게 아니라 영화제의 요청으로 중단된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답해 석연치 않은 점을 남겼다.

"납득 안 되는 해명"

다음은 한받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인디 뮤지션이지만 홍대앞 클럽보다 거리나 투쟁 현장 공연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뮤지션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렵게 입장을 밝혔다. 지난 28일 그가 운영하는 서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받이 지난 7월 말 오픈한 아현동 고개의 24시간 무인서점 '만유인력'

한받이 지난 7월 말 오픈한 아현동 고개의 24시간 무인서점 '만유인력' ⓒ 신상미


- 처음 현장에 갔을 때 공연할 만한 준비나 여건이 제대로 안 돼 있었던 것인가?
"영화제 측과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눈 편이다. 공연기획팀에 날 섭외한 젊은 친구가 있었는데 내 활동을 잘 알고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내 나름대론 좋은 무대가 될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당일 세종문화회관 앞에 갔는데 작은 트럭 한 대가 서 있고 트럭 위에 합판으로 된 간이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개막공연이라서 내 나름으론 개막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멘트도 하고, 축하 무대를 이렇게 진행하고 있다고 홍보도 했다. 신곡 <다큐에 미친 잔치>도 하나 만들어 왔다.

(공연을 하면서) 신나니까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과 교감도 나누고, 마지막 곡인 <돈만 아는 저질>이라는 사회를 풍자하는 노래를 하면서 횡단보도 쪽으로도 달려갔다. 물구나무 서기도 하고 발차기도 하는 등 그 노래에 준비된 퍼포먼스가 따로 있다. 그렇게 하고 무대로 다시 올라 오니까 그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행사 자체가 그런 식으로 중단되는 것은 의미가 퇴색되고 내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끝까지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직원은 막무가내로 날 붙잡고 내려갔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 관객의 중단 요청이 없었던 것은 어떻게 드러나게 됐나?
"내가 그게 아니라고 말했고, 그쪽에서 구체적으로 잘 몰랐던 것 같다. 그제서야 세종문화회관 측과 긴밀하게 논의를 해서 사연과 내막을 듣게 된 거다. 영화제의 총체적 난국이 내 공연에서 모여서 드러난 것 같다. 기획사 직원이 15분 정도 하면 될 거 같다고 했는데 LTE 생중계 연결이 늦어지는 바람에 다시 와서 10분 더 연장하라고 하면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거다." 

- 세종문화회관 측은 안전 문제를 거론했는데 여기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납득이 안 됐다. 안전 때문이라면 (공연을 중단시킬 때) 그 얘기를 했을 거다. 안전이라는 말은 없었고 세다, 윗분들이라는 말만 했다. 협력업체 직원이 영화제와 세종문화회관이 함께 주최하는 공연이고, 회관 측의 요청을 명령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기획은 좋았지만 실행력은 미숙했던 영화제 같다."

-10월 3일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인가? 조 위원장이나 남 지사는 참여하는지?
"아직까진 불명확하다.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게릴라 식으로 하려고 한다. 남 지사와 조 위원장 두 사람은 참석이 힘들다고 해서 다시 한번 요청했다. 다큐 사전 제작 지원도 어렵다고 해서 재차 말했다. 공론화하고 사람들과 영화의 형태로 나누고 싶다고 전달했다. 어려울 수 있겠다고 하더라. 조 위원장이 사과 문자를 보냈다. (3일에 못하면) 4일에 아르헨티나 공연 차 출국해야 해서 25일 이후에나 다시 공연 날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우리 시스템과 삶 속에 분명히 아직까지도 청산되지 못한 폐단이 있기 때문이고, 그것이 이 사건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직원이 좋은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 기획을 실행할 만한 구조는 없었던 거다."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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