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된 <청춘시대2>의 한 장면.

29일 방송된 <청춘시대2>의 한 장면.ⓒ jtbc


괴한이 들이 닥쳤다. 평온했던 셰어하우스에. 윤진명(한예리)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이 괴한은 순식간에 여자 다섯 명을 간단히 제압한다. 그리고선 흡사 인질극과 비슷한, 아니 그 보다 더 한 폭력의 향연을 펼친다. 소리치고, 욕하고, 위협하고, 때리고, 한 둘은 기절까지 시킨다. 강력한 전기 충격기의 공격에 쓰러져도 단 몇 분만에 일어나는 이 괴한.

<청춘시대2>는 서사에 자극을 주고, 캐릭터들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꽤나 상당한 충격 요법을 실시했다. 29일 방송된 11화는 극 초반 던져졌던 '떡밥', 즉 조은(최아라)이 가지고 들어온 '분홍 편지'의 전말이 완전히 밝혀졌다. 그러나 그 충격 요법이 과함을 넘쳐 폭력의 전시로까지 나아가는 이해하기 힘든 전개를 선보였다. 안타깝다 못해 패착에 가깝다랄까. 

괴한은 편지의 주인공과 함께 살던 남자였다. 셰어하우스에 도착한 편지를 쓰고 나서 자살한 '조앤'은 송지원이 찾아 헤매던 초등학교 친구가 맞았다. 자살한 조앤이 "누군가를 죽여달라"던 생전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남자가 괴한으로 돌변했던 것이다.

범죄자인지, 순정남인지도 불분명한 이 남자에게, 셰어하우스 '하메'들은 속수무책 폭력의 제물이 된다. 약 20여 분에 걸친 이 장면에서 폭력은 수단이자 목적 그 자체로 보일 지경이다.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게다가 여성 시청자라면 공포감마저 들 수 있는 이러한 폭력의 전시가 왜 필요했을까. 거기에 <청춘시대2>의 패착이 자리한다.

기나긴 폭력 장면

 29일 방송된 <청춘시대2>의 한 장면.

29일 방송된 <청춘시대2>의 한 장면.ⓒ JTBC


극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던 윤진명의 셰프 남자친구는 하필 윤진명이 생명의 위협을 당하던 그때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그 연락은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난 뒤 완전히 극에서 퇴장해 버린다. 지극히 기능적인, 그저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1편에서 주요하게 등장했던 인물이 '깜짝 등장'하고 퇴장해 버린 셈이다.

사실 이 장면과 이후 묘사 전체가 그러하다. 결국 괴한은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고 폭력을 동반한 난장만 벌인 채 스스로 물러난다. 허탈하다. 이후 '폭력'에 노출된 '하메'들은 신고보다 '자기성찰'에 몰두하는 쪽을 택해 버린다. 마치 그러한 폭력과 충격이 필요했다는 듯이, 아니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그랬더니, 자의든 타의든, 운명이든 필연이든 변화가 찾아 오거나 변화를 맞이한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인물들의 감정이나 상황 변화가 급변하는 것이다.

"되게 이상해요.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오늘이 다른 날이랑 똑같다는 게."

사람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유은재(지우)의 이러한 대사 역시 '거짓말'일 수 있다. 폭력에 노출된 이후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섯 '하메'들은 스스로든, 외부적인 요인이든 무언가 '액션'을 취하거나 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윤진명은 헤임달을 찾아 헤맨다. 급기야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던 헤임달을 경찰서에서 찾아 내고선 셰어하우스를 데리고 오기까지 한다. 유은재는 결심이라도 한 듯 '구남친'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조은의 아버지는 급작스레 쓰러지고, 하필 아버지의 가게 앞에서 서성대던 조은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긴다. 난처한 가족상봉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내친김에 조은은 '동성 친구' 예지와의 갈등도 정리하고, 군 입대를 앞둔 서장훈(김민석)을 향한 감정도 용기를 내서 발전시킨다. 정예은(한승연)을 몰래 괴롭혔던 친구는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을 하고, 정예은은 그 친구가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게 될 거란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분홍 편지'의 주인공이었던 송지원(박은빈)은 죄책감을 호소하며 기자 시험을 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 모든 감정의 변화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11화에서 모두 이뤄진다. 의아한 점은 여기에 있다. 캐릭터들 각자의 사건들을 차곡차곡 종횡으로 교차시켰던 시즌1과 달리 지지부진한 전개로 의아함을 던져줬던 <청춘시대2>는 왜 그러한 '폭력의 난장' 이후 캐릭터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는가 말이다.

'성장통'이란 이름의 의아한 아이러니

 29일 방송된 <청춘시대2>의 한 장면.

29일 방송된 <청춘시대2>의 한 장면.ⓒ JTBC


이 모든 걸 '성장통'의 은유라 봐도 무방할까. 그러니까 목숨의 위협을 당하고, 쉽게 아물지 않는 얼굴 상처까지 남긴 물리적인 폭력을 당하고도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이러한 상황을 20대 여성들의 성장통의 변주로 보는 것이 합당할까. 그도 아니면 <청춘시대2>의 주인공들의 비범함과 대범함을 칭찬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적어도 시즌1에서 정예은이 후반부 당했던 '데이트 폭력' 사건은 이와 달랐다. '하메'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조금 과했지만 크게 무리가 없었다. 시즌 내내 가해자에 대한 묘사가 등장했고, 그 가해자를 정예은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리 묘사로 인해 공감을 얻을 요소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메'들이 함께 가해자에 맞서는 사건 자체가 이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사건으로 기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2의 '분홍 편지'와 그로 인해 목도하게 된 사건은 성질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마치 <올드보이> 속 오대수가 행했던 과오를 연상시키는 송지원의 초등학생 시절 '거짓말'과 그로 인해 벌어진 현재의 폭력, 그리고 사건 이후 송지원과 '하메'들의 대처하는 '자기성찰'이란 방식은 생뚱맞고 철저하게 기능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물론, 이 편지가 발견된 <지연된 정의>라는 책 제목처럼, 편지 속 주인공의 울분과 상처를 어루만질 만한 '정의'의 실현이 철저히 지연된 건 맞다. 극적 장치가 원래 그렇게 쓰이는 법이다. 그럼에도, 1편에 이어 특유의 미스터리를 지탱하는 장치로 쓰인 '분홍 편지' 역시 적절하게 쓰였는지 의문이다.

송지원이 초등학교 3학년 때 했다는 '거짓말'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사실은 결정적이다. 왜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거짓말로 인해 송지원은 고통 받아야 하는가, 더욱이 그로 인해 '하메'들까지 당한 엄청난 폭력을 어째서 묵인하는가. 

송지원의 거짓말 이후 급격히 달라진 송지원과 그의 친구의 판이한 인생 여정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들의 각자 다른 인생 여정, 그 삶의 아이러니는 상징하는 요소로 봐줄 만 하다. 하지만 그 '분홍 편지'를 그저 극의 미스터리 구조로 착취해 나가는 동시에 그 친구의 생을 자살로 마감시킨 작가의 선택은 동의하기 힘들다. 더욱이 비참한 삶을 살았다던 그 친구의 동거남은 살해 협박범으로 둔갑시켜 버렸다.

그리고, 송지원은 자살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자 자신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던 그 남자를 찾아갔다. 용서나 속죄라는 주제를 펼쳐내기엔 그 상황이나 감정의 함량이 한참이나 미달돼 보인다. 유은재는 남자친구에게 "우리 모텔 갈래요?"라며 울면서 매달렸다. 청춘의 미숙함으로 봐 줄 수 있지만, 역시나 하필 '그때'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촘촘하게 쌓아 올리지 못한 서사와 캐릭터의 감정 변화가 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청춘시대2>의 현재가 딱 그러하다. 상찬을 받은 시즌1에 이어 야심차게 돌아온 <청춘시대2>가 어떤 결말로 이 모든 의아함을 해결해 낼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 결말까지 꼭 3화가 남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아함의 연속이었던 11화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원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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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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