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분,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가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심재철
'시우 타임'의 과학양보 없는 경기 흐름은 후반전 중반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여기서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기형 감독은 중대 결단을 내렸다. 78분에 날개 공격수 김진야를 빼고 송시우를 들여보낸 것이다. 4월 9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어웨이 경기 이후 두 번째로 선발 출전했던 김진야의 얼굴에서 4분 전에 김보섭의 결정적인 패스를 받아 왼발 슛을 성공시키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바로 그 송시우가 또 한 번 큰 일을 저질렀다. 10분만에 이기형 감독과 인천 팬들의 믿음에 보답한 것이다. 왼쪽 측면에서 이루어진 인천 유나이티드의 역습 패스가 빛난 것이다. '김보섭-김대중-김도혁-김대중-송시우'로 이어진 패스 줄기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송시우의 왼발 인사이드 슛이 골키퍼 양한빈을 피해 절묘하게 굴러들어갔다.
김대중의 마지막 패스 순간 송시우와 FC 서울 수비수 오스마르의 발끝이 오프 사이드 라인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겹쳤기 때문에 비디오 판독까지 이어졌지만 송시우의 득점이 최종 확인된 것이다.
송시우는 열광하는 인천 팬들 앞으로 달려가 자신의 손목과 전광판 시간을 번갈아 가리키며 '시우 타임'을 멋지게 자랑했다. 정말로 그것이 과학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지난 해 데뷔한 송시우는 프로 무대 첫 득점부터 극장 골의 주인공이 되었다. 2016년 4월 13일 전주성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0-1로 패색이 짙던 팀을 90+1분 동점골로 구한 것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수원 블루윙즈를 상대로 90+6분에 또 하나의 1-1 동점골을 터뜨렸다.
송시우는 지금까지 10득점(2016년 5골, 2017년 현재 5골) 기록을 남겼는데 스타팅 멤버로 나와 골을 터뜨린 경우는 2017년 4월 1일 수원 블루윙즈와의 홈 경기 70분 득점이 유일하다. 정확히 나머지 9골을 모두 후반전 교체 선수로 나와서 터뜨린 것이다. 이 정도면 '시우 타임'은 과학이라 불릴 만하다.
축구장 마의 시간대라 불리는 85분 이후에 터진 송시우의 골이 10골 중 6골이다. 10골이 터진 시간대를 계산해봐도 평균 80.1분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어쩌면 그가 체력이 더 좋아져서 선발 멤버로 쓰고 싶어도 일부러 벤치에 대기시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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